- 영상으로 대신하는 OT와 축제
- 비대면 수업 시대, 집콕 취미활동 증가
- 코로나시대가 20학번 별명은 ‘미개봉중고’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지난 해 1월 19일, 처음으로 국내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에 자리를 잡은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는 이제 우리의 일상을 전부 바꿨다. 대학 또한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코로나는 낭만이 가득한 캠퍼스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금방 잠잠해지겠지... 다른 전염병이 그랬듯

중국 우한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다른 전염병이 그래왔듯 며칠에서 한 달 정도 뉴스에서 간간히 소식이 들다가 종식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 전염병은 우리의 일상을 전부 바꾸어 놓았다.

김희수(21)씨는 작년 이맘때에 막 스무 살이 되어 친구들과 술집을 가고, 친구들과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랜 수험생활이 끝난 기념으로 부산에 여행을 떠났고, 새내기다운 대학생활을 누릴 기대감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던 그가 ‘우리의 일상이 바뀌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대학교의 OT 취소와 개강 지연 안내였다. 그는 “대학 OT가 취소되어 동기들의 얼굴을 다 모르고 학과 선배들도 모르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는 신입생에게 선물을 보냈다. (사진=김희수씨 제공)
대학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는 신입생에게 선물을 보냈다. (사진=김희수씨 제공)

비대면이 자리 잡은 대학생활

OT 취소를 시작으로, 개강마저 미루어지면서 언제 학교를 갈지조차 불분명하게 되었다. 학과 초반에 모두 친해지자는 의미로 갖는 MT와 신입생환영회 등의 행사는 전면 취소되었다. 가까스로 개강을 맞이한 학교는 비대면 수업과 제한적 대면 수업으로 한 해를 운영했다.

처음 맞이하는 전염병시대이다 보니 어리숙하고 미흡한 대처도 있었다. 한 해 동안 학과 학생회를 이끌었던 강정서(23)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가 잡히고 행사(주최공지)는 일주일, 이 주일씩 매주 미루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결론은 나지 않고 매주 진행되는 회의는 결정을 미루기만 해서 모두가 답답했을 것”이지만 “행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처음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처이다 보니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학생회 측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나름의 대책 안을 마련했다.

대학 측에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습지원도구를 선물했다. 학습지원도구 꾸러미에는 학교에 대한 소개가 담긴 리플렛과 총장의 편지 및 필기도구, 파일, 접착 메모지 등의 학습지원도구 꾸러미를 택배로 발송해 위로를 전했다.

학과 학생회 측에서도 모여서 진행해야하는 행사를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하도록 했다. 다만 그 과정을 라이브방송으로 촬영해 학과 학생들과 공유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또한 OT와 새내기 배움터, 학생회에 대한 소개를 못한 대신 신입생들을 위한 홍보와 소개 영상을 제작해서 공지했다. 축제 또한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위해 실시간 게임대회로 대체하거나, 예정되었던 가요제행사는 유튜브를 활용해 실시간 방송으로 통해 진행하기도 했다. MT와 학술답사 등 대체할 방안을 찾지 못한 행사들은 실시하지 않았다.

온라인 화상수업을 통해 실시간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김희수씨 제공)
온라인 화상수업을 통해 실시간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김희수씨 제공)

수업은 모두 비대면 혹은 조건부 대면 수업으로 이루어졌다.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실시간 수업이 아니라면 일주일이라는 출석체크기간 동안 자율적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실시간 수업이 미숙했던 1학기 초반의 경우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안종윤(21) 씨는 “실시간 강의시간을 잊고 자체 휴강을 해버리거나, 강의 중에 마이크를 켜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두 차례의 시험 또한 대체과제로 대신하거나 온라인 설문지를 활용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간 화상통화를 켜 두고 시험을 응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메라 앵글 밖에서 정답을 찾거나, 응시시간 이후에 답지를 내는 등의 부정행위가 적발되어 대면으로 재시험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 시간을 다스리는 자

직장인에게 재택근무를 권유했던 것처럼, 학교는 재택학습으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권유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 학생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다. 안 씨는 “비대면 강의 덕분에 강의 시간을 마음대로 수업을 들었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활의 좋은 점이라고 꼽았다. 비대면 수업으로 여유시간이 생긴 학생들은 잠을 더 자거나, 자기개발에 시간을 썼다. 김 씨는 “처음에는 집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집에서도 자기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집에서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에 대해 많이 찾아보고 실천한다”고 밝혔다. 요리를 시도해보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서 취미활동을 즐기거나 드로잉, 공예 등 새로운 취미활동을 배우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온라인 강의 플랫폼 기업 클래스101의 누적 회원 수는 코로나19 이전 지난해 1월 대비 2.5배 상승했다.

코로나는 취미활동을 즐길 시간을 주기도 했다. (사진=이나라씨 제공)
코로나는 취미활동을 즐길 시간을 주기도 했다. (사진=이나라씨 제공)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되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나라(24) 씨는 집에서도 의욕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이 씨는 “평소에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으나 일정들과 핑계들로 온전히 그림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적었다”며 “그림이 앞으로도 위안이 되어 줄 것” 이라 밝혔다. 또한 이 씨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개인 SNS에 그림을 올려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했다.

미개봉중고 학번

코로나로 인해 학교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2학년이 된 20학번을 ‘미개봉중고’라고 칭한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래된 것을 부정할 수 없는 미개봉 중고처럼, 대학생활 한 번 즐겨보지 못한 20학번 새내기는 이제 ‘헌내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코로나로 인해 일상을 빼앗긴 1년을 생활했지만, 특히 20학번은 즐기지 못한 대학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 차있다. 백신이 나왔으니 내년에는 학교생활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함께.

그러나 20학번들은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자기개발 시간이 늘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기꺼이 말한다.

코로나가 좀처럼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생들이 보유한 PC상황과 네트워크 환경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돌리고 등록금을 일부 반환해주기도 했다. 또한 강의를 다 보지 않고 출석인정시간을 채우는 오류, 등을 점검하며 새 학기를 대비했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고자 했다. 늘 그래왔듯.

많은 것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묵묵하게 하던 일을 해낸 것만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한 해였다. 더 나아가 상황에 적응하고 다시 방법마저 고려하는 우리가 감히 대단했다고 말 해본다. 모두의 바람대로 부디 이 시기가 끝나 평화롭던 일상이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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