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약심, 아스트라제네카 품목허가 ‘가능’ 자문
65세 이상 고령층엔 “효과 자료가 불충분...신중히 결정해야”
고령층 임상자료엔 백신군/대조군 각 1명씩 코로나 발생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검증하기 위한 두 번째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여부에 대해 “효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1일 검증자문단이 발표한 다수 의견과는 다른 결과다.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아스트라제네카사 코로나19 백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회의 결과, 진행중인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품목 허가 할 수 있고, 만 65세 이상 접종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되도록 권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브리핑을 통해 전날 진행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의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 백신’를 품목 허가할 수 있고, 향후 만 65세 이상의 접종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품목허가는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과 중앙약심의 권고사항을 종합해 ‘최종점검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그런데 이번 중앙약심의 의견은 지난 1일 발표된 검증 자문단의 다수 의견과 배치된다. 당시 검증 자문단은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다수 의견을 낸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출자료 살펴보니…고령층 비교군 ‘2명’

당초 중앙약심의 권고사항은 전날(4일)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65세 고령층 접종 효과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며 하루 연기됐다. 이날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고령자에 대해서, 유럽 국가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보이는 현상을 감안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검증을 위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그래서 회의가 길어진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일환 위원장이 말한 ‘유럽 국가의 다양한 의견’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제한한 것을 말한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허용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은 고령층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고령층 접종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제시한 고령층 임상 효과는 통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1일 식약처는 검증 자문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예방효과(660명)를 평가한 결과 고령자 백신 투여군과 대조군에서 각 1건씩의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백신을 투여한 사람과 투여하지 않은 사람(대조군) 중 어느 그룹에서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했는지 비교해봐야 하는데, 각 그룹에서 1명씩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상 비교가 불가능하단 얘기다.

독일 예방접종위(RKI)의 아스트라제네카 연령별 예방 효과 자료.  65세 이상 백신 접종군은 341명, 대조군은 319명으로 총 660명이 참가했다. 코로나 환자는 접종군과 대조군 각 1명 씩 발생했다. (자료=독일 예방접종위 홈페이지)
독일 예방접종위(RKI)의 아스트라제네카 연령별 예방 효과 자료.  65세 이상 백신 접종군은 341명, 대조군은 319명으로 총 660명이 참가했다. 코로나 환자는 접종군과 대조군 각 1명 씩 발생했다. (자료=독일 예방접종위 홈페이지)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제출한 임상 데이터를 기준으로 단순한 고령층 예방 효과를 계산하면 ‘6.3%’라는 독일 예방접종위(RKI)의 자료도 있다. 본지가 식약처에 문의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제출한 임상 자료는 유럽 국가 등에 제출한 것과 같다고 한다. 물론 이 같은 수치는 고령층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계산하는 데 ‘전혀’ 의미가 없다.

오일환 위원장은 “백신의 고령층 효용성은 환자 발생 숫자가 충분히 누적돼야 확인할 수 있는데, 환자발생 수가 적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의 효용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접종 여부는 질병청 ‘예방접종위’로 넘어가

65세 이상 접종 여부는 향후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위원회’ 심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최종점검위원회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품목허가 결정을 내리면, 세부적인 연령별 접종 여부는 질병청의 예방접종위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순서다. 중앙약심에서 고령층 접종 여부에 대한 판단을 질병청으로 넘긴 셈이다.

오일환 위원장은 “식약처는 백신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허가하는 규제처이고, (질병청의) 예방접종위는 허가된 내용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접종대상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구체적인 접종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고령자에 대한 자료는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접종 단계에서 접종에 따른 이익이 비접종에 따른 위험보다 더 큰지 현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앙약심이 고령층의 백신 효과 데이터 부족에도 불구하고 ‘품목허가 가능’ 의견을 낸 것은 연령과 상관없이 백신의 안전성이 검증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일환 위원장은 “고령층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효과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는데 안전성은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허가하되 사용 상에서 효과가 충분히 검증될 때 까지는 조금 더 완급을 조정하는, 신중히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약심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추후 미국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부족한 고령층 임상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오일환 위원장은 “보다 많은 모집단,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했을 때 접종군과 비 접종군 간에 코로나 감염률이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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