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역량을 대변하지 않는다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보궐선거 본투표 날이다. 기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5060 세대들과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었다. 그들 대부분은 부동산 정책과 향후 부동산 개발 방향에 관심이 많았지만 노후 대책에 관한 관심도 무척 높았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15.7%인데, 20년 후인 2041년에는 33.4%로 인구 셋 중 한 명이 노인이 되고, 27년 후인 2048년에는 37.4%로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지금의 중장년 세대들은 70대 이후에도 경제 활동의 많은 부분을 맡아야 할 게 분명하다.

기자는 서울시장 주요 후보들 캠프에 중장년 관련 공약이 있는지 문의해 보았다. 각 캠프에서는 후보의 공식 블로그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집을 참고하라는 답변을 전해 왔다. 하지만 블로그나 공약집에서는 의미 있는 내용, 즉 구체적으로 중장년 세대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다든지 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관련 검색어로 인터넷을 뒤지는 과정에서 중장년 세대의 경제 활동과 재취업에 깊은 관심을 가진 민간기업들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오늘 소개할 ‘기술자숲’과 ‘상상우리’는 중장년 재취업을 사업모델로 성장하는 회사들이다. 물론 두 회사만의 차별점도 있었다.

지금의 중장년 세대들은 70대 이후에도 경제 활동의 많은 부분을 맡아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픽사베이)
지금의 중장년 세대들은 70대 이후에도 경제 활동의 많은 부분을 맡아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픽사베이)

중장년의 경험과 경력을 비즈니스 모델로

“기술자숲은 중견‧중소기업과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위해 제조산업 고경력 전문가들이 지닌 경험과 우수한 기술력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1만6천명의 기술자들과 1천8백여 기업들을 회원으로 보유한 ‘기술자숲(주)’ 공태영 대표의 말이다. 

“상상우리는 중장년의 경험과 지혜가 사회 혁신의 자원이 되게 한다는 목표로 중장년의 재취업과 인생 2막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만 약 2천여 명의 중장년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의 말이다.

중장년의 재취업을 사업모델로 하는 회사들이 여럿 있지만 두 회사는 차별점을 가졌다. 기술자숲은 자체 구인 구직 플랫폼을 통해 제조산업 전문가 즉, PM, 신제품개발, 양산, 설계 등 현장관리 사무직은 물론 용접과 CNC 같은 현장기술직의 재취업을 전문으로 한다. 

플랫폼 관점으로 보면 다른  구인 구직 사이트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제조업’과 ‘기술직’에만 집중하는 기술자숲의 차별점을 공태영 대표는 강조했다.

상상우리는 중장년들의 재취업을 돕는 교육 회사로 출발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굿잡 5060’의 경우 2018년에 시작해 42기를 배출했고 그중 약 65%의 재취업을 달성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 정보제공 플랫폼인 ‘워크위즈’를 운영하며 중장년에게 맞는 일자리를 개발하며 연결도 하고 있다.

상상우리는 재취업 관련 교육은 물론 실제 재취업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고 신철호 대표는 강조했다.

중장년에 집중한 비즈니스 모델

기술자숲은 자체 플랫폼 사업 외에도 정부나 공공기관과의 협력사업도 계속 느는 추세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서울시,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중소조선연구원 등과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외부 협력사업은 단순 교육이나 플랫폼 제공이 아니라 시너지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제조산업 고경력 전문가 풀을 보유했거나, 기업 풀을 보유한 파트너들과 제휴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태영 기술자숲 대표의 말이다. 최근에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50+ 기술전문가 매칭지원사업'을 함께 진행했다고.

기술자숲의 여러 행사. (출처:기술자숲 제공)
기술자숲의 여러 행사. (출처:기술자숲 제공)

상상우리는 교육으로 출발한 회사답게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프로그램들을 확대해 왔다. 경험과 경력은 분명 소중한 자산이지만 시대와 고용 시장 트렌드에 맞게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교육에 방점을 찍었다고. 

“굿잡5060뿐만 아니라, ‘중장년 사회적기업 창업아카데미’, 그리고 기업이나 정부 기관 퇴직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퇴직 중장년의 사회공헌 일자리로 재취업을 돕는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에서 수료생의 50% 이상을 재취업에 성공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중장년 재취업,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두 회사 대표와 인터뷰하며 기자는 중장년 재취업에 관한 중요한 성찰을 얻었다. 재취업에 대한 유연한 사고와 고용 시장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나이가 역량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년층 고경력 전문가들이 바라는 고용 방식과 임금수준이 실제 기업이 제시하는 것과 차이가 많은 게 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과업 단위와 프로젝트 중심의 유연한 채용형태가 그 차이를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술자숲 공태영 대표는 당장의 조건에 실망하기보다는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도 밝혔다. 

“안타까운 점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력서도 제대로 보지 않고 불합격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물론 나이가 역량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중장년 채용을 경험한 기업이 또다시 중장년을 채용하고 싶어 합니다.”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는 재취업과 재고용에 대해 당사자들의 전향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피트니스로 몸을 단련하듯 재취업 역량을 높이는 프로그램과 맞춤형 전직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도 덧붙였다.

상상우리의 굿잡 5060 출범식 장면. (출처: 상상우리 제공)
상상우리의 굿잡 5060 출범식 장면. (출처: 상상우리 제공)

긱 워커, 어쩌면 중장년 재취업과 잘 어울리는 

기술자숲과 상상우리 두 회사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긱 워커(Gig Worker)가 중장년 재취업의 해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다. 기업들이 정규직보다는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기존의 노동시장은 기업이 정식 계약을 맺고 고용한 직원들을 부리며 사업을 영위했다면, 긱(Gig) 경제에서는 기업이 그때그때 발생하는 수요에 따라 긱 워커와 단기 계약을 맺는다. 기술자숲이 기술 전문가와 기업을 연결하고, 상상우리의 워크위즈가 중장년 전문가의 일자리를 개척하는 모습은 이러한 긱 이코노미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나이가 역량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나이로 대접받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 변하는 경제 상황과 고용 시장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게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시대이니까. 

그리고,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마음먹어 보면 어떨까. 물론 정규 직원이면 좋겠지만 긱 워커가 어쩌면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이 시대에 고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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