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는 분류작업 문제에 택배노조 상경투쟁
일부 지역 택배상자들 쌓여 있기도...소비자 불편 가속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분류 작업 인력 투입 문제를 두고 택배 노조는 지난해부터 파업과 합의를 반복해왔지만, 노사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랜 갈등 끝에 택배 노조는 급기야 ‘상경 투쟁’까지 벌이며 강력한 파업을 시작했다. 노사가 합의점을 논의하는 가운데, 배송 차질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회원들이 사회적 합의기구 일정에 맞춰 이틀째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회원들이 사회적 합의기구 일정에 맞춰 이틀째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이틀째 대규모 ‘상경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약 4천 명 규모의 노조원들은 전날인 15일 오후 2시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열고 노숙했다. 노사와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가 진행되는 이달 15~16일에 맞춰 집회를 연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사회적 합의기구는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은 택배사와 대리점에 전가하고, 택배비와 택배요금 거래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의 1차 합의문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택배 노조는 1차 합의 이후 5개월이 넘도록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는다며 지난 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택배 노사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조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라며 대규모 총파업 예고를 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택배 이용량이 급증했는데, 분류작업 까지 더해져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택가에서 택배 파업 여파로 물품이 마구잡이로 쌓여있다. (사진=독자 제공)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택가에서 택배 파업 여파로 물품이 마구잡이로 쌓여있다. (사진=독자 제공)

노사 갈등이 지속되는 사이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주택가에서는 택배 파업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물품 마다 배송 장소가 다른데도, 특정 빌라 앞에만 배송 물품이 쌓여 주민들이 도착 여부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천에서는 약 500명의 노조원이 상경 투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 거주하는 A씨는 <뉴스포스트>에 “파업으로 배송을 안 했으면 몰라도 이런 식으로 배송하는 것은 택배사가 아니라 소비자들만 피해 본다”며 “처음엔 누가 쓰레기를 투기한 줄 알았다. (쌓아두더라도) 빌라마다 구분은 해줬어야 했다. 다 섞어서 한 빌라 앞에 두면 다른 빌라 주민들은 택배 도착 여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과 같이 배송 문제를 겪는 지역은 다음과 같다. 다수 택배사들의 공지를 종합해보면 서울 일부 구와 경기·경남· 전북 일부 지역, 울산, 광주, 제주 등지에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A씨처럼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한편 관련 정부 부처와 택배 노사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국회에서 분류작업 책임 문제와 노동시간 단추에 따른 임금 손실분 보전 등을 놓고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합의 결과는 같은 날 늦은 오후께 발표될 전망이다. 택배 노조는 합의 내용과 상관없이 회의가 끝나면 상경투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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