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손녀 돌보는 손모씨, 코로나19 황혼육아 일상
“첫 원격수업 해맸지만, 이제는 손주가 알아서 해”
“함께 지내면서 정도 많이 들어…행복하다”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손녀랑 함께 지내는 일상, 체력적으로는 힘들지요. 하지만 너무 행복합니다.”

코로나19로 ‘황혼 육아’를 하고 있는 손 모 씨(70세)는 손녀 돌봄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이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개학 연기, 휴원 등으로 맞벌이 부부는 돌봄 공백을 메꾸기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황혼육아는 손주를 돌보는 것과 함께 ‘원격 수업’이라는 새로운 상황도 맞닥뜨리게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디지털 기기를 스스로 다룰 수 없어 보호자의 지도가 필요한데, 조부모들 역시 참여 방법을 모르는 상황이 다반사다.

원격 수업 도중 조개를 만들고 있는 이 모 양(6세). (사진=손 씨 제공)
원격 수업 도중 조개를 만들고 있는 이 모 양(6세). (사진=손 씨 제공)

코로나로 바뀐 ‘황혼육아’ 모습은

손 씨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손녀 이 모 양(6세)을 돌본다. 벌써 3년째다. 유치원 등‧하원을 시키고, 학원도 보내고, 저녁을 먹이고, 씻긴 후 재운다. 그나마 손주가 유치원에 있는 반나절이 시간만큼은 온전한 휴식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 이후로 일상이 변했다. 유치원 긴급 돌봄 대신 가정 보육을 하며 온종일 손녀와 함께한다.

손 씨는 “이번에 유치원 휴원이 결정돼서 가정 보육을 하고 있어요. 지난해도 긴급 돌봄을 보낸 적이 없죠. 불안한 마음도 들고 거리두기에 동참하려고 제가 그냥 돌봤어요”라고 회상했다.

지난 12일부터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올라가면서, 어린이집은 전면 휴원에 들어갔고,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들은 등교 수업을 중단했다.

그는 “아이가 유치원 갈 때는 깨워야만 일어났는데, 요즘은 집에 있어 신나서 그러는지 더 일찍 일어나요. 7시에 일어나서 온 식구를 다 깨우죠. 그 후 TV를 조금 보여주고, 샌드위치나 과일 등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이죠. 그리고 원격수업을 해야 하니 씻기고 머리 묶어주고, 옷도 단정하게 입혀줍니다. 수업 이후에는 점심 먹고 집 근처에 있는 학원도 데려다줘야 해요. 저녁 반찬도 만들어서 해 먹이고요”라고 설명했다.

손 씨는 처음 원격수업을 접했을 때, 도와주는 게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기계를 다루지도 못했고, 어떻게 켜는 것인지, 무엇을 눌러야 되는지 몰랐다. 딸에게 원격수업 방법을 미리 배우긴 했지만 첫 수업에는 긴장이 많이 됐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사실 어려워요. 그런데 이젠 손녀가 더 잘 알아요. 자기 스스로 준비를 하더라고요. 30분이 애한테 긴 시간일 텐데 그래도 잘 앉아있더라고요. 저는 스스로 하게끔 놔두는 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양의 원격 수업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9시 40분부터 10시 10분까지 30분간, 교사와 반 아이들이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유치원에서 일주일 단위로 나눠주는 학습준비물을 미리 받아와, 손녀와 함께 만들기 활동도 한다.

손 씨와 이 양이 함께 집 근처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 잠시 쉬고 있는 모습. (사진=손 씨 제공)
손 씨와 이 양이 함께 집 근처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 잠시 쉬고 있는 모습. (사진=손 씨 제공)

“손녀 돌봄, 힘들지만 행복함이 더 커”

온종일 어린 손녀를 돌보는 데 힘든 점은 없었을까. 손 씨는 체력적으로 힘든 게 가장 크다고 꼽았다. 매번 식사 때마다 반찬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쉴 틈 없이 계속 놀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내 자식이 아니기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손 씨는 “손녀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살이 많이 찌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 없는 저녁 시간 즈음에 밖에 나가서 같이 운동해요. 손녀는 줄넘기나 킥보드를 타고, 저는 따라다니면서 산책도 하고 꽃과 나무 이름도 가르쳐 주죠”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손녀를 유치원 보내면서 친구들도 여럿 생겼어요. 손주 돌보면서 힘든 점도 공유하고, 침 어디로 맞으러 다니는 지도 얘기해요. 그런데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다들 ‘힘들어도 손주 돌보며 활기차지고 웃을 일이 있다’고 이야기해요. 사실 자식들 다 커서 결혼도 하고, 대화할 상대도 없어졌는데, 손주랑 같이 있으니 얼마나 즐겁겠어요. 매일 사랑한다고 뽀뽀도 해주고요.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네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손 씨는 최근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덧붙였다. 그는 “손녀랑 매일 뉴스를 같이 보는데 어린이 학대 얘기가 자주 나와 마음이 아파요. 저희 때랑은 다르게 맞벌이 가정이 많다 보니 아이 키우기가 참 힘든 세상이에요. 저는 자녀 3명을 어렵지 않게 키웠는데, 딸을 보면 한 명 인데도 만만치 않아 보이거든요. 그래도 아이들 크는 것은 금방이잖아요. 30~40대 모든 부모들이 현재의 소중함을 느끼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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