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활황에 인기 솟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50대들의 선택지로 부상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부동산 투자가 최고의 자산 증식 수단이 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또한 부동산 경기 활황에 올라타려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오는 10월30일에 치르는 제32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40만 8492명이 접수했다. 지난해 접수자 34만 3011명보다 6만 5481명이 늘어났다. 부동산 경기 활황의 가장 큰 수혜자인 부동산 공인중개업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공인중개사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높은 수수료율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법’의 ‘시행규칙’에 매매계약은 0.9% 이내, 임대차계약은 0.8% 이내로 수수료 범위를 정했다. 이 법률 조항에 근거하여 각 지방 자치정부는 부동산 가격 범위에 따른 차등 수수료를 조례로 정했다.
현재 서울의 경우 2억원에서 6억원 미만의 부동산은 0.4% 이내, 6억원에서 9억원 미만의 부동산은 0.5% 이내, 9억원 이상의 부동산은 0.9% 이내에서 수수료를 협의하라고 조례로 정했다.
만약 서울에서 10억원짜리 주택을 중개할 때 규정대로 수수료를 받는다면 9백만원이다. 사고파는 양측을 합친다면 1천8백만원이다. 이러한 적지 않은 수수료는 중장년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관심을 가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고민하는 50대 중반 직장인 A씨의 공인중개사 학원 방문 상담에 동행했다.
문턱은 낮지만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 자격증
공인중개사 시험을 응시하는 데는 큰 결격사유가 없다. 나이나 성별, 학력 제한도 없다. 다만 시험을 볼 각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즉 기본적인 학습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험 문제 경향도 잘 파악해야 한다. 즉 각종 정보에도 밝아야 한다.
학원 상담 결과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은 혼자 준비하기에 한계가 있는 시험인 듯했다. A씨는 직장 생활하며 독학으로 시험 준비를 해볼까 생각 중이었다.
“보통 부동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시험 과목 또한 거의 법률 분야라 용어부터 외워야 하시는 분들도 많죠. 물론 온라인 강좌를 통해 혼자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만약 처음 준비하신다면 학원에 등록하시는 걸 권합니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학원 상담 직원의 말이다. 부동산 학원은 보통 10월 말 자격시험에 맞춰 일정을 짠다고 한다. 시험 다음 달인 11월에 그다음 해 시험을 위한 신규 강좌를 개설해 보통 8월까지는 기본 이론과 심화 이론을, 9월과 10월에는 시험을 대비한 족집게 강좌와 모의고사를 제공한다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에 한 과목씩 강의합니다. 다른 학원들도 순서만 다르지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전에 시작하는 주간반이 있고 저녁에 시작하는 야간반이 있습니다. 등록하시면 자습실은 물론 인터넷 강의까지 모두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노량진의 한 부동산 중개사 학원 상담 직원의 말이다. 강남의 학원 거리에는 젊은 층들이 많았는데 노량진에는 나이 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듯했다. 부동산 중개사 학원이나 주택관리사 학원처럼 중장년이 선호하는 자격증 학원이 많이 보였다.
“농담이 아니라 선생님이 등록하시면 아마도 딱 중간 나이 아닐까요? 저희 학원에는 40대와 50대가 제일 많고요 60대 넘는 분들도 있습니다.”
50대 중반인 A씨가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시험 준비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강남에서도 그렇고 노량진에서도 그렇고 상담 직원이 한 말의 행간을 해석하면,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학원에 많이 등록하고 시험 준비를 많이 한다는 것이지 그들 모두가 합격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많이 배출되는만큼 논란도 많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전국에 46만 6589명이다. 올해 자격증 시험 응시자가 40만명이 넘으니 합격자만큼 신규 공인중개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같은 날에 치른다. 1차에서 2과목, 2차에서 3과목을 치른다. 1차와 2차 모든 과목에서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한다. 기준 점수 이상은 모두 합격하는 절대 평가이다.
그래서 시장 적정 인원보다 많은 자격증을 배출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상대 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여기에는 부동산 경기와 자격증 수급 상황을 고려해 적정 인원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수수료에 대한 지적 또한 많다. 현재 수수료율은 중개업법 시행규칙에 ‘0.9% 이내’라는 범위만 정해져 있고 해당 지방 자치단체 조례로 세부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논란은 거래 당사자에 떠넘겨 버린다. 지역적으로 카르텔을 형성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을 일반인들이 당해낼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대응해 반값 중개업체가 생기고,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또한 수수료율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한편 현재의 수수료율은 2000년에 정해졌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지금의 상황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많고, 중개업자가 수수료는 많이 요구하지만 중개서비스의 질은 향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많다.
은퇴 이후 안전망이 될 수 있을까
“수수료가 내려가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야 지금 수수료의 절반만 받아도 저는 만족합니다. 물론 시험에 합격해야 하지만요. 올해는 꼭 붙어야 할 텐데요.”
다가오는 10월의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60대 김모씨의 말이다. 경기도 한 도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그는 현재 강남의 부동산 중개사 학원 특강반에 다니고 있다. 이번이 두 번째 시험이지만 아직 법률 용어가 낯설다고 .
학원 여러 곳의 상담을 마친 후 대형서점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사 코너를 살피던 A씨도 법률 용어 투성이 교재가 낯설다고 한다. 현재 회사원인 그가 만약 학원에 등록한다면 저녁 강좌에 등록해야 한다. A씨는 여러모로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률을 보면 대략 20% 언저리다. 지난해의 경우 1차는 응시자의 21.3%인 3만2,367명이, 2차는 응시자 22.0%인 1만6,554명이 합격했다. 시험 접수자와 응시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지난해 1차 응시율은 70.9%, 2차 응시율은 58.3%였다. 그만큼 미리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는 11만7738명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 42만명에 달하니 30만명 넘게 자격증을 놀리고 있다. 협회에 의하면 폐업도 상반기에만 6천 건 가까이 된다고.
“영업 마인드는 물론 서비스 마인드도 있어야 되더라고요. 자영업이니만큼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도 있죠. 이런 모든 상황에 버틸 수만 있다면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오래전에 자격증을 따고 잠시 부동산 중개업 사무소를 운영하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B씨의 말이다. 하지만 그는 서랍 속에 보관하던 자격증을 다시 꺼낼까 고민 중이다. 논란이 많긴 하지만 높은 수수료는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이 A씨와 같은 은퇴를 앞둔 50대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그만큼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이어가야 할 텐데. A씨의 고민이 깊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