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갑질’ 조현민 사장...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불씨로
숙부 노리는 조카...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주총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매년 3월이면 연례행사처럼 1년간 거둔 영업성과를 형식적으로 보고하던 주총 풍경이 올해는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주주환원과 여성 이사 비율 증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ESG 경영’이라는 글로벌 흐름은 기업에 지배구조 개편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유리천장과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 구조 타파 이슈는 이제 익숙함을 넘어 시대적 과제다.
물론 2022년 주총에서 새로운 이야기만 기다리는 건 아니다. 익숙한 살풍경도 연출될 예정이다. 창업주 시대가 끝난 뒤 찾아오는 형제의 난이라는 고릿적 이야기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예견됐다. 뉴스포스트가 2022년 3월 주총 이슈들을 짚어봤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인류사는 전쟁사다. 평온은 기록되지 않고, 전쟁만 기록된다. 우리나라 재벌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재벌사도 분쟁사와 다름없다.
1970년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형제간 재산권 분쟁을 거쳤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1990년대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다툼을 벌여야 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과 박용곤 두산 회장, 박삼구 금호 회장 등도 재산이나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겪었다.
가장 최근의 혈투는 롯데와 한진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2015년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해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초대 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재판에서 대한민국 재계의 신화인 신격호 회장의 정신감정 여부를 놓고 한편의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진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모펀드 KCGI가 올해 주총을 앞두고 조현민 한진그룹 사장의 승진을 놓고 “과거 후진적인 지배구조로의 회귀”라고 지적하고 나서면서다. 지난 2019년 조현민 사장은 광고대행사 직원에 대한 이른바 ‘물컵 갑질’로 논란이 된 바 있다.
KCGI는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사를 계열회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기업가치와 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KCGI는 이러한 기업가치 훼손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주주제안을 통해 밝혔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7.41%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의 최대 주주인 한진칼은 한진 지분 24.16%를 들고 있다. KCGI는 지난 2020년 ‘땅콩회항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조원태 회장 측과 표 대결을 해 패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주총에서도 한진칼 지분 10.5%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KCGI 측의 우호지분(37%)이 조 회장 측 우호지분(33%)보다 많지만,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유상증자 형태로 참여하면서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관측이다.
2022년 3월 숙부의 자리를 노리는 조카도 있다. 금호그룹 얘기다. 숙부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지난해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박철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박정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의 둘째 형으로, 박찬구 회장과 박 전 상무는 숙부와 조카 사이다.
두 사람의 분쟁은 2020년으로 거슬러간다. 그해 박찬구 회장은 금호그룹 인사에서 자신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 상무를 전무로 승진 인사했다. 하지만 당시 조카인 박 전 상무는 승진 인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 다음해인 2021년 3월 주총에서 박철완 전 상무는 숙부를 상대로 표 대결을 벌였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특수관계 해소 △배당 확대 △이사진 교체 등을 주장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했고, 주총 이후 박찬구 회장은 박 전 상무를 해임조치했다.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 등이 사유였다. 하지만 박 전 상무는 올해 주총에서도 어김없이 주주제안을 하며 표 대결을 예고했다.
박찬구 회장 측 우호지분은 14.84%로 박철완 전 상무 측 우호지분(10.08%)보다 많다. 하지만 소액주주와 국민연금(8.25%) 등의 결정에 따라 박 전 상무 측이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