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대상자가 된 50대들의 목소리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안내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19 중증 및 사망 예방을 위해 50세 이상 연령층은 모두 예약하란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7월 18일부터 4차 접종 대상이 확대돼 50대 이상은 물론 18세 이상 기저 질환자, 그리고 장애인 혹은 노숙인 생활시설의 입소자와 종사자도 4차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것을 느끼게 한 안내였다. 하지만 지난 세 번의 접종처럼 예약을 서두르기보다는 우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지난 세 번의 접종 후 기자는 후유증으로 여러 날을 고생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경기도의 한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지난 19일 경기도의 한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향한 피로감과 회의론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에 대해 50대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메신저 대화방과 SNS 채널을 통하기도 했고 개별 통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일 많은 의견은 기자처럼 추이를 지켜볼 거라는 반응이었다. 무엇이 고민되길래 지켜본다는 것일까? 그들은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혹은 안 맞아도 되는지 고민된다고들 했다. 

“1차와 2차는 당연히 접종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세 번째인 부스터샷은 혹시나 하는 안전장치로 맞았었죠. 그런데 4차까지 맞으라니 우선은 고민부터 되네요. 맞아야 하는지.”

용인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영우(56세 남)씨의 말이다. 정씨가 속한 대화방에는 그의 말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왜 백신 접종을 고민할까? 

“처음 두 번의 접종에서는 부작용이 살짝 왔었는데 부스터샷을 맞고는 아예 몸져누웠었어요. 이튿날부터 열이 나더니 몸살이 심하게 오더라고요. 거의 일주일을 앓아서 장사에 지장이 많았었죠.”

성남에서 요식업을 하는 변모씨(57세 남)의 말이다. 변씨는 백신만 생각하면 부작용부터 떠오른다고 SNS에 올렸는데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래서일까 4차 접종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이도 있었다.

“저는 부작용이 심한 편이어서 이번엔 안 맞으려고요. 비대면 업무를 늘리고 만약 외근하거나 미팅이 있으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요.”

서울 용산의 한 회사에 근무하는 임모씨(54세)의 말이다. 4차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들은 모두 지난 접종에서의 부작용을 떠올리는 듯했다. 특히 금융업에 종사하는 안경현(55세)씨는 2021년 연말 2차 접종 후 중환자실 신세까지 졌었다고.

“백신을 맞고 다음 날 몸이 좋지 않아서 응급실로 갔죠. 그런데 점점 더 나빠지는 거예요. 그러다 의식을 잃고 며칠 후 깨어났는데 중환자실이더라고요. 백혈구 수치와 혈소판 수치가 위험한 수준이었대요. 그런데 백신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했어요. 4차 접종요? 부스터샷도 안 맞았는걸요.”

안씨의 사례가 학습효과가 되었는지 그가 속한 SNS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로 백신 접종에 대해 유보적인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백신을 향한 피로감과 회의론에 대해 서울 강남에서 개원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모씨(56세)는 우려하면서도 이해한다고 했다.

“이미 4차 접종이 이뤄진 60세 이상 연령층의 접종률이 32% 정도밖에 안 된다던데 그들보다 치명률이나 사망자가 크게 떨어지는 50대들이 접종에 많이 참여할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변이 발생으로 기존 백신은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는데 말이죠.”

이런 우려에 대해 방역 당국은 “현재 사용하는 백신으로도 3차 접종 대비 고위험군의 중증 예방 효과와 사망 예방 효과”가 높다고 발표했다. 아무튼, 대화방과 SNS 커뮤니티에 유보적 의견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는 4차 접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였다.

“저는 안내 받자마자 예약했습니다. 제가 큰 조직에 속해 있기도 하고 주변에서 확진자가 계속 생기기도 해서요.”

대기업 직원 이모씨(55세)의 말이다. 이씨처럼 4차 접종 예약을 완료한 사람들은 확산하는 코로나19를 경계했다. 그리고 접종 예약을 염두에 둔 이들은 추이를 관찰하면서 접종 일자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지난 19일 경기도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지난 19일 경기도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팬데믹 시대에서 정책의 대상이 된다는 것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에 대한 의견을 묻다 보니 팬데믹을 겪고 있는 민심도 듣게 되었다. 햇수로만 3년째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그들은 많이 지쳐 보였다. 

특히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국민은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생활해 왔다. 마스크 쓰라면 쓰고, 백신 맞으라면 맞고, 4명만 모이라면 그렇게 하고. 방역 당국의 지침대로만 하면 언젠가는 코로나19 시대가 종식될 수 있을 것으로 믿으며 살아온 것.

하지만 코로나19는 사그라지기는커녕 새로운 변이 때문에 또다시 유행하고 있다. 그 와중에 방역 당국의 기조는 다소 변했다. 일명 ‘자율 책임 방역’에 따른 ‘국민 참여형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면서 정부는 국민에게 자발적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자발적이라는 말을 들으니 ‘각자도생’이 떠오르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걸릴 걸 그랬나 봐요. 치료비나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일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오모씨(58세)의 말이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7일간 격리해야 하는데 생활지원금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오씨 같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변이가 나오거나 다시 유행할 때마다 백신을 접종하게 할 건가요? 저는 부스터샷 맞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되었었는데 안내 문자를 보니 또 맞아야 한다네요. 기사나 자료를 찾아봐도 이게 올바른 대처인지 확실하지 않은데도 말이죠.”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54세)의 말처럼 이번에 의견을 물어본 50대들은 대체로 정부의 방역 기조에 대한 신뢰가 많이 없어 보였다. 지난 19일에도 대통령은 ‘과학 방역’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지 궁금하다는 반응이었다. 

한편, 4차 접종 대상이었던 60세 이상 연령층의 접종률은 32.2%이고 국민 전체 4차 접종률은 9.3%이다. 그리고, 50대의 4차 접종 첫날 예약률은 1.52%였다. 서버가 다운되던 이전 접종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꼭 필요하다면 방역 당국은 국민의 백신을 향한 피로감과 회의론부터 해소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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