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10곳 중 6곳 CEO 2023년 3월 임기 만료
위기 극복·조직 안정 무게...대다수 연임 가능성
증권사 실적 악화...다올·케이프·하이투자 희망퇴직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올해 12월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시작으로 2023년 3월까지 대형 증권사 10곳 중 6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 증권가는 증시 악화와 경기 위축 등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구조조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위기 극복과 조직 안정 등을 이유로 상당수의 CEO가 유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사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2023년 3월 말에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우선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모회사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경영진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4년째 KB증권을 이끌고 있는 박정림·김성현 사장은 이달 중순 예정된 KB금융그룹 인사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김성현 사장은 올해 기업공개(IPO) 등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KB금융 계열사 대표 임기가 통상 4년이었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정림 사장의 연임은 라임펀드 사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박 사장은 지난 2020년 라임펀드 부실판매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상황인데, 손 회장에게 예상보다 강한 징계가 내려지면서 최종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 제재를 받으면 금융사 취업이 3~5년 동안 제한돼,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현재 신한금융이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후속 임원 인사에 따라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독일 헤리티지 펀드 분쟁 조정이 마무리돼 2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이영창 대표는 지난 2020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투입된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 재정비와 체질 개선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악조건 속에서도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3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7.6% 증가한 1538억원, 당기순이익은 9.3% 증가한 1418억원을 기록했다. 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되면 이 사장도 연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말 회장직에 오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이만열 사장도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미래에셋은 최근 그룹 인사에서 고위 임원 변경 없는 소폭 인사를 마쳤고,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인사에 큰 변화를 두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연임 여부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5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선이 나온다. 취임 후 3년 연속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며 성과 부문은 긍정적이지만 올해 공매도 규정 위반, 전산 장애 등의 사건 사고가 발생해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은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1년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 사장은 하나금융그룹의 단독 부회장직을 겸직하고 있고, 그룹 내 해외법인과 사업을 맡고 있다. 하나증권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7.6% 성장한 1538억원을 거두는 등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1월 부임한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도 임기가 2023년 3월로 돼 있지만, 이는 이사회 임기 만료 기간이다. 황 사장의 임기는 사실상 2025년 3월까지다.
이외에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석기 교보증권 사장, 최병철 현대차증권 사장 등도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미국발 금리 인상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악화하면서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리스크 관리 등을 이유로 대표들의 유임은 확실시되고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 칼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을 보면 59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 4380억원으로 1년 전(2조 5161억원)보다 42.8%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 5791억원으로 지난해 7조 7881억 원에서 3조 2090억원(41.2%) 줄었다.
금감원은 “증시 부진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수탁 수수료 및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등이 감소하면서 증권사 영업실적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에선 인원 감축, 사업 축소 등으로 어수선하다. 업계에 따르면 DGB금융그룹 계열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8일까지 1967년생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을 예정이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11월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케이프투자증권은 11월 1일부터 법인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며 소속 임직원 일부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