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이미 올해 초부터 미 해군 고등훈련기 시장 진출 노력 중”
한국정부 물량이 매출 70% 차지하는 KAI...탄탄한 내수 양날의 검
해외 매출처 다변화 공언한 KAI “필요하면 스페이스X와도 협력”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한공우주산업(KAI)이 ‘우주’로 재편되는 글로벌 산업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K-방산의 메카였던 KAI가 록히드마틴 등과 손잡고 해외 수출 판로를 확장하며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 확대로 그간 KAI의 약점으로 꼽혔던 높은 내수 의존도를 극복할 것이란 분석이다.
KAI 관계자는 25일 뉴스포스트에 “올해부터 록히드마틴과 미 해군 훈련기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KAI, 영업이익·당기순이익 142%·117% 증가...높은 내수 의존도는 한계
지난해 KAI는 △매출 2조 7869억 원 △영업이익 1416억 원 △당기순이익 1159억 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2조 5623억 원 대비 소폭 상승에 그쳤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42%, 1117% 늘어나며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KAI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국내 사업 호조 영향이 컸다. 국내 사업 매출이 △KF-21 체계개발 △KUH 3·4차 사업 △상륙기동헬기 △SAR/EO 위성 △백두체계능력보강 등 사업이 1조 8965억 원 규모로 전체 매출 가운데 70% 가까이 차지한 까닭이다. 반면 해외 사업 부문인 완제기와 기제부품 수출은 각각 1271억 원, 7484억 원에 그쳤다.
2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AI의 주요 매출처는 △한국정부(방위사업청) 69.11% △인니·이라크 등 완제기 수출 4.58% △Boeing 계열 수출 9.63% △Airbus 계열 수출 13.54% △IAI, Lockheed Martin 등 수출 3.14% 등이었다.
특히 인니·이라크 등 국가에 수출하는 완제기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약 4%p 매출 비중이 줄었다. KAI 실적 확보의 디딤돌이자, 동시에 실적 확대의 걸림돌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내수시장 비율은 70% 수준을 유지했다.
이라크 등 수출물량 감소에 대해 KAI 관계자는 “당장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보다는 수주잔고를 봐야 한다”며 “지난해 기말 기준 KAI의 완제기 수주잔고는 5조 33억 원으로 기초 9800억 원 대비 410% 늘었다”고 말했다.
록히드마틴 등 수출물량 증가한 KAI...美 고등훈련기 시장 진출 관건
업계는 KAI의 인니와 이라크 매출은 줄었지만, IAI와 록히드마틴 등 부문이 소폭 상승한 데 주목하고 있다. 향후 KAI가 록히드마틴과 함께 미 해군의 고등훈련기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KAI의 IAI·록히드마틴 수출 매출은 △2020년 304억 8900만 원 △2021년 360억 2200만 원 △2022년 870억 9200만 원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등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비중도 2020년 1.08%에서 지난해 3.14%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KAI의 록히드마틴 수출이 증가하는 데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록히드마틴이 KAI의 미국 시장 진출의 대표적인 파트너여서다. 미 해군 훈련기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자 KAI의 목표주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신한투자증권은 KAI의 미국 진출 기회를 배경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이날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KAI 목표주가를 기존 6만 7000원에서 7만 2000원으로 높이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다. KAI의 24일 종가기준 주가는 5만 7700원이었다.
이동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가 미국에 진출하면 전 세계 훈련기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는 기회”라며 “2024년부터 미국과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의 국가에서 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 해군은 지난 2021년 10월 차기 전술 훈련기 사업에 대한 정보요청서를 공개한 상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사업이 본격화되는데, 2018년 KAI는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함께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에 참여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 해군의 정보요청서 등에 따르면 상당히 까다로운 계약 요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KAI와 록히드마틴이 훈련기 사업 수주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2018년 미국 공군 관련 사업을 수주한 보잉은 프로젝트 수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다시 기회가 오고 있다”고 했다.
KAI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호조도 목표주가 상향의 이유 가운데 하나다. KAI의 1분기 매출은 6933억 원, 영업이익은 425억 원 등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8.2% 늘어난 규모다.
※ 다음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와 일문일답
― 2018년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KAI가 2024년으로 예상되는 미 해군 고등훈련기 시장에 도전한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미 올해 초부터 록히드마틴과 함께 미 해군 고등훈련기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KAI와 록히드마틴의 굳건한 협력 관계와 탄탄한 트랙 레코드를 기반으로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주요 매출처가 방위사업청(약 70%)으로 내수시장 비율이 크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향후 해외 시장 판로 개척 전략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시적으로 해외 민수 물량이 크게 줄어서 한국정부(방위사업청) 매출 비율이 늘었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1조 원이 넘었던 민수 물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 팬데믹 이전의 80%까지 회복한 상태다. 줄었던 해외 민수 물량은 앤데믹에 접어들면서 저절로 회복되고 있다. 향후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계속 늘려나갈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우주 분야 해외 진출 시 한화, 테슬라(스페이스X) 등 타 업체들과 협력할 계획이 있는지?
“모든 업체와의 협력 가능성이 다 열려있다. 현재 한화는 엔진 등 KAI 항공기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납품하면서 항공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또 스페이스X는 우리가 개발한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현재 우주 분야에서 어느 기업과 어떻게 협력할지는 계속 준비 중이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발표할 예정이다.”
―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재무제표상으로 KAI 연구개발비가 2020년 8.39%, 2021년 8.20%, 2022년 7.46% 등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조금 다르다. KAI 연구개발비는 실제 현재 개발하는 비용과 미래 연구개발 투자로 나뉜다. 실제 개발비는 연구가 어느 정도 완료된 시점에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KAI의 미래 연구개발 투자는 계속 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구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정부지원금이 크게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