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올리브영에 과징금 19억원 부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인정은 유보
리스크 부담 ‘뚝’, 상장·승계 이뤄내나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CJ올리브영이 납품업체 갑질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9억원을 부과 받았다. 당초 예상됐던 5800억원의 막대한 과징금에서 벗어난 올리브영은 상장과 승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 매장 전경(사진=CJ올리브영 제공)
CJ올리브영 매장 전경(사진=CJ올리브영 제공)

8일 CJ IR자료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은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7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3% 신장했다. 올리브영은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으로 지난해 연매출(2조1091억원)과 영업이익(2714억원)을 모두 넘겼다.

특히 올리브영의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 매출은 1조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94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 급증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장과 호실적 속에서도 올리브영은 쾌재를 부르지 못했다. 지난 7월 올리브영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의혹으로 고발됐기 때문.

주요 쟁점인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된다면 과징금 부과기준율에 따라 해당 기간 동안 관련 매출액은 약 10조원으로 판단돼, 업계에서는 최대 6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7일 공정위 발표로 올리브영은 수천억원 대의 과징금을 피하게 됐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총 18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리브영이 위반한 행위는 ▲행사독점 강요 ▲정상 납품가격 미환원 행위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 등이다.

올리브영은 2019년경부터 현재까지 자사가 행사(파워팩 및 올영픽)를 진행하는 당월과 전월에는 랄라블라, 롭스에서 동일 품목으로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납품업체들에게 요구했다.

올리브영은 2019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파워팩 행사를 명목으로 납품업체로부터 인하된 납품가격으로 상품을 납품받고 나서 행사 종료 후 남은 상품을 정상가격으로 판매하면서도 납품업체에게 정상 납품가격으로 환원하지 않았으며, 인하된 납품가격과 정상 납품가격의 차액 총 8억48만원을 부당하게 수취했다.

또 2017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납품업체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사 전산시스템을 통해 ‘상품 판매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사실상 모든 납품업체들(총 785개 중 760개)로부터 순매입액(부가세 제외)의 약 1~3%를 정보처리비 명목으로 거뒀다.

다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EB(독점브랜드) 정책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심의절차종료하며 사실상 유보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 10년간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빠르게 변화해 온 점, 오프라인 판매채널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 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리스크 덜고 상장·승계 속도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분으로 암초를 피한 올리브영은 미뤘던 상장과 승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그룹)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그룹)

올리브영은 지난해 시장 상황과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주주의 의견을 수렴하며 상장을 잠정 연기했다. 당시 기업가치를 1조8361억원으로 평가받았으나 현재는 기업가치 평가가 5조원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공정위 리스크가 마무리되고 1년 만에 기업가치가 2배 이상으로 뛴 만큼 다시금 상장을 노려볼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상장에 탄력이 붙는 만큼 이재현 CJ그룹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의 승계도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의 승계에 올리브영의 상장이 중요한 이유는 상장 후 지분 매각을 통해 증여·상속세를 낼 승계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CJ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42.07%를 상속 혹은 증여받아야 하는데 이에 따른 증여·상속세를 납부해야한다.

올리브영의 최대주주는 CJ로 51.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11.0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상장에 대해서 올리브영 관계자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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