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인사 발표한 것과 대비
지주사 CJ 비롯해 제일제당·ENM 실적 부진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주요 유통 기업들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재현 CJ 그룹 회장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 CEO들을 유임시키며 경쟁사들보다 한 발 빠르게 인사를 발표했지만 올해는 이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침체로 이 회장이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매년 10월 초 계열사 임원 평가를 시작으로 11~12월 인사를 발표했던 것과 양상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이달 안으로 발표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해를 넘어가게 됐다.

지난해 예외적으로 10월 말에 조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과도 비교된다. 지난해 이 회장은 향후 3년의 새 중기전략과 실행 안을 수립을 당부했고, 이를 위해 예년보다 빠른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강호성 CJ 대표, 구창근 CJ ENM 대표, 이선정 CJ 올리브영 대표 등 3명 신규 선임 외에 대부분의 CEO는 유임됐다.

이 회장의 당부에도 올해 CJ그룹은 녹록지 않은 업황에 주요 계열사가 실적 부침을 겪고 있다. CJ의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30조 6868억원, 영업이익은 1조46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7% 줄었다. CJ제일제당의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3% 줄었고, CJ ENM은 올해 3분기까지 약 733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나마 CJ대한통운이 3분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고, 캐시카우인 CJ올리브영과 지난해부터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CJ푸드빌이 선방하고 있지만 상황은 어렵다. CJ CGV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주가도 6월 말 증자 계획 발표 이후 연일 하락 중이다. CJ그룹 내 9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올해 들어 국내 대기업 그룹 중 가장 많이 줄어들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그동안 위기 돌파를 위해 성과주의를 기조로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가장 최근 인적 쇄신을 단행한 해는 2020년 말이다. 당시 제일제당, 대한통운, ENM, CGV, 프레시웨이 등 상장사 대표이사 대부분을 교체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롯데 등 유통 경쟁사들이 올해 주요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며 쇄신 인사를 단행한 만큼 CJ의 CEO 교체 폭에도 관심이 쏠린다.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대표로는 최은석 제일제당 대표이사, 강신호 대한통운 대표이사, 허민회 CGV 대표이사, 김찬호 푸드빌 대표 등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CJ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CJ 제공)

CJ는 정기 인사에 앞서 이달 지주사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경영 쇄신의 의지를 다졌다. 전략기획실과 사업관리 1실, 사업관리 2실을 PM(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1실과 PM 2실로 조정했다. 재무운영실과 재무전략실 조직은 재무실로 통합·재편했다.

아울러 그동안 CJ 경영지원을 이끌어왔던 강호성 대표가 사임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CJ ENM 대표에서 CJ 경영지원 대표로 자리를 옮겼었다. 당분간 김홍기 CJ 경영 대표가 경영지원 업무까지 맡게 된다.

이번 조직 개편은 그룹 차원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달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진행된 ‘온리원 재건 전략회의’에서 “그룹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계열사 CEO 거취 외에도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의 역할 확대도 관심사다.

이선호 실장은 2021년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한 뒤 그해 연말 인사에서 경영리더(전무)로 승진하며 글로벌 헤드쿼터(HQ) 산하 식품성장추진실의 식품전략기획1담당을 맡았다. 경영리더는 CJ가 2022년 임원인사 때부터 기존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구분된 6개 임원 직급을 단일화한 명칭이다.

이선호 실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했다. 식품성장추진실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이 실장은 미주·유럽·아시아 등 해외 전반을 포괄하는 전략기획 및 신사업 투자를 이끌고 있다.

2011년 CJ에 입사한 이경후 실장은 2018년 기존 CJ 미국 지역 본부 통합마케팅팀장에서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뒤, 사랑의 불시착 등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공연 등 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끌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2020년 연말 인사에서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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