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판단 유보"…과징금 6000억→19억원 축소
소비자단체, "유보일 뿐 무혐의 결정 아냐" 비판
랄라블라·세포라 철수…맞수 없는 압도적 위치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올리브영의 성장 가도가 매섭다. 지난해 3조원대였던 몸값이 현재 5조대로 거론되는 만큼 IPO에 재도전할지도 관심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쟁사들의 사업 철수로 올리브영의 독점적 지위가 남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리브영 명동 타운 (사진=올리브영)
올리브영 명동 타운 (사진=올리브영)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3조8612억원, 영업이익은 466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9%, 70% 증가했다.

이번 올리브영의 매출은 국내 화장품 대기업을 넘어섰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3조6740억원)과 영업이익(1082억원)보다 높으며, LG생활건강 화장품 및 홈케어&데일리뷰티 부문의 영업이익(2718억원)도 앞질렀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잇는 '오늘 드림 서비스'의 성장 ▲외국인 관광객 유입 ▲글로벌몰 성장이 주효했다는게 올리브영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역대 실적 갱신과 함께 과징금 부담도 털어내며 상장 재추진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앞서 올리브영은 2022년 경기 침체와 증시 부진 등을 이유로 상장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올리브영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지난해 5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행사독점 강요 ▲판촉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가격을 행사 후 정상 납품가격으로 환원해 주지 않은 행위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행위 등이 문제가 됐다.

해당 사건의 쟁점은 공정위가 올리브영이 속한 시장을 어떻게 규정짓느냐였다. 당시 시장 범위를 오프라인 H&B스토어로 한정할 경우 과징금은 최대 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시장 지위를 온·오프라인으로 봤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 등을 고려했다. 이에 공정위는 심의절차종료(판단유보)를 결정하며 18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올리브영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장은 과징금 리스크를 덜어낸 올리브영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의 높은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감안해 동사의 기업가치를 기존 4조 8000억 원에서 5조 2000억 원으로 상향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 과징금 이슈 해소 등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라 인스타그램과 매장 전경 (사진=세포라 인스타그램, 세포라)
세포라 인스타그램과 매장 전경 (사진=세포라 인스타그램, 세포라)

세포라도 짐싸게한 저력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영향력은 1위다. 점유율은 70%로 사실상 독주 체제고, 매장 수도 경쟁사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운영 중인 점포 수는 1338개로 전년 대비 40개가 늘었다.

반면 경쟁사들은 국내 시장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2022년 사업을 철수했다. 롯데쇼핑의 롭스도 같은 해 단독매장을 정리, 롯데마트 내 샵인샵 형태의 롭스플러스 15곳을 운영 중이다.

올리브영의 기세에 세포라도 백기를 들었다. 최근 한국 진출 5년 만에 철수 소식을 알렸다. 남은 경쟁자로는 ‘한국의 세포라’로 불리던 신세계의 ‘시코르’ 뿐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재 20여 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추가 출점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할 때 올리브영의 독점적 지위가 향후 더 굳건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소비자들은 경쟁사가 철수하자 올리브영의 할인 등 혜택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인터넷 커뮤니티의 소비자들은 “H&B 경쟁사가 있었을 때는 할인 폭이 크고 쿠폰 발행도 잦았지만 (올리브영) 독점 이후로는 그렇지 않다”며 “도리어 이제는 올리브영 빅세일이라고 해도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리브영의 시장 지위를 이용한 독점 브랜드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의회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랄라블라 등 경쟁사들이 사업을 철수해) 현재 실질적으로 H&B스토어 시장에는 올리브영만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러한 H&B 스토어 시장에서 갖는 우월적 지위에서 납품업체들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 내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이용하거나 용인하며 사업을 성장시켰다”고 꼬집었다.

이어 “올리브영은 현재 H&B스토어 ‘오프라인’ 시장의 압도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판단을 유보한 것일 뿐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올리브영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세포라는 LVMH 산하 플랫폼이다보니 국내진출부터 이슈가 됐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의미 부여가 많이 된 것 같다”며 “세포라는 시장입지, 유통 등 사업 전략 전반적으로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철수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공정위 결과에 따라 자사 H&B사업은 온‧오프라인 시장으로 통합해 봐야 하며 해당 이유로 시장 독점이라 말할 수 없다”며 “쿠팡‧컬리‧다이소 등 다양한 형태의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세포라 철수로 적수가 없다기보다 잠재적인 경쟁자가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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