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내정자 계약 이후 공개경쟁입찰 방식
저가 유상증자 통해 인수자 엑시트 지원
주관사 선정 난항…중소형 회계법인 가능성
2년 만에 재회생…자본잠식에 정상화 의지

대우조선해양건설CI
대우조선해양건설CI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중견 건설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 후속 조치로 다시 매각을 추진한다. 입찰 흥행을 위해 '스토킹호스' 방식을 택한 가운데, 인수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유상증자 카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원매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채권자, 담보권자 변제를 위한 기업회생 M&A(인수·합병)로 추진된다.

스토킹호스는 기업이 인수내정자를 먼저 선정해 회생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밟기 전 인수내정자와 계약을 맺은 뒤 공개경쟁입찰을 시작하는 것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인수의향자가 나타날 시 다시 계약을 맺고, 없다면 인수내정자가 매입하는 방식이다.

스토킹호스는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매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채권자, 담보권자에 대한 변제가 빨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건설 경기 침체로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 상태라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로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저가 유상증자를 통한 엑시트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회생기업은 법원 인가 하에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한 유증이 가능한데, 제3자 배정으로 주식 발행가를 매우 낮게 설정할 수 있다. 인수자는 적은 돈으로 경영권을 확보해 향후 업황 회복 시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실제로 회생 절차를 밟은 쌍용자동차는 KG그룹에 인수될 당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발행가를 매우 낮췄고, 인수 이후 주가 급등으로 KG는 수천억원대 평가이익을 얻게 됐다. 이스타항공도 낮은 가격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주가 회복 시 저가에 대규모 지분 확보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2023년 10월 1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한 달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놓였다. (사진=뉴시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2023년 10월 1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한 달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놓였다. (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 건설 측도 해당 전략을 검토할 수 있지만, 당장 주관사 선정부터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2년 전 회생 절차를 밟을 때에는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스카이아이앤디에 지분 100%를 매각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다만 "이번에는 주관사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정KPMG도 주관사로 거론되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부도 사태 장기화로 IB나 대형 회계법인이 참여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재회생이면서 수익성도 높지 않고, 시장 신뢰 훼손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성지건설 등 중소 건설사 회생 당시에도 주관사 선정 지연으로 소형 회계법인이 작업을 맡은 경우가 있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1969년 세림산업개발로 출발해 2003년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이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했다가, 이후 한국테크놀로지에 재매각됐다.

횡령과 임금 체불 등 혐의로 김용빈 회장이 구속 기소된 데다 경영 악화가 이어지면서 2023년 2월 서울지방법원에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선고받았다. 법정관리로 넘어간 이후 같은해 8월 스카이아이앤디가 새로운 인수자로 결정됐고, 11월 채권자집회에서 가결돼 인수가 확정됐다.

하지만 스카이아이앤디가 사업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운영을 포기해 지난 2월부터 다시 법정관리 신세를 지게 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23년 말 기준 838.8%로 매우 높은 편이며, 순자산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남부건설 강정훈(왼쪽부터) 대표,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성옥 상무, 해유건설 박종구 부사장이 컨소시엄 업무협약을 체결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건설)
남부건설 강정훈(왼쪽부터) 대표,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성옥 상무, 해유건설 박종구 부사장이 컨소시엄 업무협약을 체결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83위로 지난 1월 남부건설, 해유건설과 수원 율전동 장미아파트 5차 정비사업 진행을 위한 컨소시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회사 측은 "대표 브랜드 '엘크루'의 명성을 회복하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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