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언노운월즈 창업주들로부터 3400억원대 피소
서브노티카2 출시 연기 및 경영진 해임 정당성이 승패 가를 듯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크래프톤과 계열사 언노운월즈 창업주 사이의 갈등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노운월즈 창업주는 미국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며 여론전을 본격화했고, 크래프톤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데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언노운월즈는 누계 1800만 판매를 기록한 '서브노티카' 시리즈 개발사다. 크래프톤이 2021년에 창업주 등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서브노티카는 외계의 바다를 무대로 한 수중 생존 어드벤처 게임이다. 언노운월즈는 시리즈 최신작 '서브노티카2'를 개발 중이며, 출시일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앞서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 창업주 2인과 대표이사 테드 길이 서브노티카2 개발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지난 1일 해임했다. 이에 찰리 클리브랜드 창업주는 크래프톤이 거금의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으려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예고했다.
언노운월즈 창업주 "크래프톤, 인센티브 지급 피하려 출시 미루고 해임"
언노운월즈 찰리 클리브랜드 창업주는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공개했다. 골자는 크래프톤이 언노운월즈 인수 시 제안한 언아웃(Earn Out) 조항에 따른 인센티브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 지급을 회피하려, 서브노티카2 론칭을 고의로 미루고 창업주들을 해임했다는 것이다.
해당 소장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에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고 측은 김 대표가 클리브랜드 창업주와의 식사 자리에서 "일정대로 게임을 출시하면(크래프톤이 언아웃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 크래프톤에 재정적으로 재앙"이라 말했다고 적시했다. 이후 크래프톤은 김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의 회동 이후 크래프톤이 언노운월즈에 서브노티카2 론칭을 2026년으로 연기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게임이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서브노티카2 마일스톤 리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마일스톤이란 프로젝트 진행 경과를 확인하는 특정 시점을 일컫는 용어다.
원고 측은 "크래프톤은 전문가들의 리뷰 결과를 근거로 게임 출시를 반드시 연기해야 한다고 통보했다"며 "하지만 크래프톤이 말한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얼리액세스 성공 경험이나 생존 게임을 다룬 경험도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영화 제작에 힘을 싣느라 게임 개발에 소홀했다는 크래프톤 주장에도 반박했다. 원고 측은 "김창한 대표는 클리브랜드 창업주가 게임을 넘어 TV,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IP를 확장하는 업무 비중을 높이길 원했고, 이런 내용은 주식 매매 계약서에도 명시됐다"고 했다.
또 "그래서 클리브랜드 창업주의 직함이 'CEO 겸 디자인 디렉터'에서 '프랜차이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바뀌었다"는 의견도 보였다. LA로 이주한 이유에 대해서는 "할리우드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이번 결정은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크래프톤이 언노운월즈 창업주들에게 올해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성과급은 약 3400억원이다.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의 3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남은 언노운월즈 구성원들에게 배분하지 않는 이상,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셈이다.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 창업주 측이 소장에 적시한 내용에 대해 현재는 말을 아끼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17일 뉴스포스트가 창업주 측 주장의 사실관계에 대해 묻자, 법정에서 반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보내왔다.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내린 결정은 서브노티카2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고의 게임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만약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성급히 출시했다면, 후속작에 걸맞은 완성도를 기대한 팬들을 실망시키고, 크래프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플레이어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서브노티카와 언노운월즈 두 브랜드의 명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찰리 등이 거액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우리는 법정에서 정당하게 대응하겠다"이라며 "그와 동시에 우리는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며, 그것은 바로 서브노티카의 팬 여러분께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최고의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