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월즈 창업주 2인과 대표이사, 지난 1일 회사 떠나
크래프톤 "언노운월즈 창업주, 개발 안하고 영화 만들어"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서브노티카2' 개발 속도가 계획에 비해 지지부진했다는 평가가 담긴 크래프톤 내부 문건이 유출됐다.
앞서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 창업주 찰리 클리브랜드와 맥스 맥과이어, 대표이사 테드 길 등 임원들을 문책해 경질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게임의 완성도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언노운월즈는 누계 1800만 판매를 기록한 '서브노티카' 시리즈 개발사다. 크래프톤이 2021년에 창업주 등 8인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서브노티카는 외계의 바다를 무대로 한 수중 생존 어드벤처 게임이다. 언노운월즈는 시리즈 최신작 '서브노티카2'를 개발 중이며, 내년 출시 예정이다.
크래프톤 내부 문건 유출…"개발 늦어 출시 미뤄져"
크래프톤 관계자는 14일 뉴스포스트가 유출 문건의 진위를 묻자 "사실이며, 전체 문서 중 일부"라며 "크래프톤은 이러한 문건이 팬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투명한 대응을 위해 해당 문서는 실제임을 안내했다"고 답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2025년 5월 서브노티카2 마일스톤 리뷰'라는 제목의 문건이 떠돌았다. 마일스톤이란 프로젝트 진행 경과를 확인하는 특정 시점을 일컫는 용어다.
해당 문건에는 서브노티카2 개발 진척도에 대한 평가가 담겼다. 당초 공정은 2023년 2분기까지 2개 챕터를 개발하고, 얼리액세스 론칭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매년 미뤄지고 콘텐츠도 초기 기획 대비 줄었다고 적혀 있다.
2025년 2분기 리뷰에서는 1개 챕터 개발 완료로 표시했다. 다만 이 볼륨으로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 3개 챕터까지 개발해 얼리액세스 론칭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재했다.
문건에 따르면 정식 출시 버전은 총 10개 챕터로 구성한다. 즉, 현재 개발 진척도는 10%(1개 챕터)로 볼 수 있고, 30%(3개 챕터)를 완료하는 시점에 얼리액세스 론칭을 하겠다는 의미다.
크래프톤과 찰리 클리브랜드 언노운월즈 창업주의 주장들을 종합하면, 찰리 클리브랜드는 10%를 만든 지금이 출시할 적기라고 봤지만, 크래프톤은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창업주 "서브노티카는 속편을 염두에 둔 게임이 아니다"
언노운월즈를 떠난 임원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문건이 유출되자, 찰리 클리브랜드 창업주의 과거 인터뷰 내용까지 조명받고 있다.
미국 게임전문지 폴리곤이 2022년 10월 3일 보도한 기사를 보면, 클리브랜드 창업주는 "10년 이상 지속할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서브노티카는 확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이를 클리브랜드 창업주가 서브노티카2에 애착이 없었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상황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11일 회사 웹사이트 공지를 통해 클리브랜드 창업주의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을 지적한 바 있다. 골자는 그가 서브노티카2 개발에 소홀하고, 개인 영화 제작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2는 2024년 초에 얼리액세스 론칭 계획이었으나, 이전 경영진이 맡은 책임을 포기해 일정이 크게 지연됐다"며 "리더십 부재로 서브노티카2는 현재 콘텐츠 분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찰리 클리브랜드와 맥스 맥과이어에게 각각 게임 디렉터와 테크니컬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두 사람은 이를 거부했다"며 "찰리 클리브랜드는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대신 개인 영화 제작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클리브랜드 창업주는 '어비슬 필름'을 차리고 영화를 제작 중이다. 크래프톤은 가장 최근 발매한 게임인 '문브레이커' 실패 후 창업주에게 서브노티카2에 전념하라고 지적했지만 그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언노운월즈 창업주 "크래프톤 상대로 소송"
언노운월즈 창업주는 이번 해임이 부당하다며 "크래프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레딧을 통해 지난 11일 밝혔다. 다만 크래프톤은 아직 미국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송달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소송이 공식화될 경우 관건은 서브노티카2 개발 진척도가 크래프톤의 기준에 못미치는 정도였는지 여부가 될 듯하다. 크래프톤이 언노운월즈 인수 당시 창업주 2인과 대표이사 테드 길에게 제시한 '언아웃(Earn Out)' 조항 관련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크래프톤이 언노운월즈 임원들에게 약속했던 거금의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으려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언노운월즈 인수 계약에 '성과 보상'으로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추가 지급할 수 있다는 언아웃 조항을 담았는데, 이를 피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11일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회사 웹사이트에 게재하며 반박했다. 언아웃 조항에 관해 "2억5000만달러 가운데 90%를 임원 3인에 할당했기 때문에, 이들이 서브노티카2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클리브랜드 창업주는 같은 날 레딧을 통해 "나와 맥스 맥과이어, 테드 길이 그 돈을 독차지하려고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언노운월즈를 매각할 때도 팀원들과 수익을 나눴고, 언아웃 성과 보상도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나눌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수십 억달러 규모의 기업을 상대로, 장기전이 될 수도 있는 소송을 공개적으로 벌일 생각은 없었지만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며 "서브노티카는 나의 인생작이며, 팀을 방치한 적도 없고 방치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