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국내 평균 다운로드 속도 세계 최고"
장소 임의 설정·제출 자료 기반 통계에 시민들 불신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5G, 현재 상황에선 불가
'AI 퍼스트' 기조에 5G 품질 개선 후순위로 밀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국내 통신3사 평균 다운로드 속도(939.14Mbps, 2023년 기준)는 해외 주요 7개국 평균 다운로드 속도보다(331.21Mbps) 2.8배, 가장 빨랐던 노르웨이(584.14Mbps)보다도 1.6배 빨라 세계 최고 수준'
국내 통신 사업자 간 협력을 도모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해 7개국 해외 이동통신서비스와 비교해 국내 5G 속도는 평균 대비 2.8배 빠르고 지연시간(18.53ms)은 해외 조사 도시 평균(43.40ms) 대비 절반 이하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해외의 경우 일부 도시의 지하철 측정 시 정상적인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품질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국내 통신 서비스는 전송성공률, 지연시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뛰어난 것으로 조사돼 AX시대에 혁신서비스 발현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후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3사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279.19Mbps에 달했고, 지난해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가장 많은 승객(15만6177명)이 이용한 잠실역 지하 잠실광역환승센터에서도 1345.88Mbps의 높은 속도를 유지했다.
다중이용시설·연립주택 등 통계 부족…평균보다 느리다는 비판도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통신사업자의 통계가 나오고 있지만, 요금만 비싸고 속도나 품질은 그대로라는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다. 일부는 다중이용시설, 공공시설 등에서 실내 속도가 매우 느려 조사 결과가 왜곡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통신사가 조사 대상 장소를 취사선택해 유리하게 수치를 왜곡할 수 있는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매년 내놓는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및 품질평가도 통신사가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아파트·연립주택 등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동주택이나 생활시설은 조사 대상에 포함돼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지는 통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021년 서울 지역 다중이용시설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692.66Mbps로 과기부 발표 속도(892.83Mbps)의 77.6% 수준에 불과하고, 특히 실내주차장(311.44Mbps)·화장실(426.16Mbps) 등은 평균속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통신3사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이후 "최고속도 20Gbps", "엘티이(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등 속도를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통신 3사가 제공한 평균 5G 서비스 속도는 0.8Gpbs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고, 3사가 실제로 추산한 속도(SKT 6.97Gbps, KT 3.78Gbps, LG유플러스 4.8Gbps)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LTE 20배' 5G 28GHz 대역, 할당 취소에 4이통사 유치도 난항
3사가 주장하는 LTE 20배의 속도를 구현하려면 현 5G 주력 주파수인 3.5GHz로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3사가 '농어촌 지역까지 마지막 3단계 상용화를 완료해 5G 전국망 구축이 완료됐다고 밝힌 대역은 3.5GHz다. 해당 대역의 최대속도는 LTE의 4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최대 속도가 LTE 20배에 달해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대역은 현재 할당이 취소된 상황이다. 정부는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3년 차에 28GHz 대역기지국 1만5000개를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지만, 3사는 기준치인 1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만 구축하는 데 그쳤다.
LG유플러스와 KT는 2022년 12월에 취소 통보를 받았고, SKT는 주파수 사용 기간 6개월 단축을 받았다가 시정하지 못해 2023년 6월 할당이 취소됐다.
통신사들은 실증 분야가 한정적이고,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지국만 구축하면 손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부문에선 메타버스 등 콘텐츠 분야에서만 한정적으로 쓰이고,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물류 등 B2B에선 투자 대비 실익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5G 주파수 3.5GHz 기지국 구축 마무리로 통신사들의 설비투자(CAPEX)는 다소 줄었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더 감소할 전망이라 사실상 투자를 줄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사를 유치해 28GHz 대역을 재할당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6월 스테이지엑스의 후보 자격을 취소한 이래 현재까지도 마땅한 자격을 갖춘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중저대역 주파수 우선 공급, 통신설비 대여, 단말기 수급 및 유통망 확보 주선 등 조건도 검토했지만, 올해 1월 시장 수요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마저 발을 뗀 형국이다.
5G보다 'AI' 강조하는 통신사, 앞으로 문제 없을까
통신사들은 5G 서비스를 더이상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KTO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휴대폰 가입 회선(알뜰폰 포함) 수는 5616만으로 보급률 100%를 넘었다. 5G 가입자 수는 3280만 명으로 약 60% 수준이나 5G만이 누릴 수 있는 킬러 콘텐츠(핵심 콘텐츠)가 없다는 약점 때문에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통신사들은 대신 오래 전부터 탈(脫) 통신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콘텐츠·자율주행·데이터센터·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에서 기술 기반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성과는 도출됐을까. 본업인 통신 사업에 되려 소홀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번 5G 28GHz 기사를 시작으로 6G·위성통신, AI, 통신재해, 구조조정, 망 사용료 등 다양한 분야의 심층 취재를 통해 [허울뿐인 통신강국] 기사를 기획 연재합니다.
- 저궤도 위성통신 없이 6G 선도?...통신 3사, 스타링크·원웹 의존 우려 [허울뿐인 통신강국②]
- "네이트 버튼의 공포를 아십니까"…'망 사용료 계약' 불공정한 이유 [허울뿐인 통신강국③]
- [단독] KT 인건비 절감에 자리한 '통신 관리-AI 개발자' 간 차별 대우 [허울뿐인 통신강국④]
- 개인정보 유출도 중대재해?…"'투자 안하면 더 큰 피해' 경각심 심어줘야" [허울뿐인 통신강국⑤]
- LG유플러스도 털렸다…해킹 은폐·암호화 미흡에 빛바랜 '국내 최대 투자' [허울뿐인 통신강국⑥]
- [단독] 김영섭 KT 대표, 유명 달리한 직원에 "증거 있으면 사과"…유족 "구조조정에 정신적 고통 겪어"
- KT, 김영섭 연임 실패가 드러낸 낙하산·중대재해 위험...차기 사장에 부담 [허울뿐인 통신강국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