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우수 인재 영입 내세워 초봉 6천만원대로 급등
통신 관리 인력, 자회사로 이동하면서 인건비 절감
회사 측 "고령화로 인한 폐해에 불가피한 조치"
새노조 "나쁜 일자리 양산…고숙련자 대우해야"
AICT 추진에 통신사고 대응에 취약해질 우려도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KT가 지난해 자회사 전출·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으로 대규모의 직원을 감축한 가운데 통신 선로 유지·관리 근로자들이 자회사로 밀려나 해고에도 취약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원가 절감에 더해 개발 직군 급여를 대기업 평균으로 맞춰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자칫 대규모 통신 장애 등 중대재해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반기 급여 하락…자회사 전출로 인건비 절감 성과
5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올해 상반기 종업원 급여 총액은 2.24조원으로 전년 동기(2.31조원) 대비 3% 가량 줄었다. KT 노사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통해 전 직원 기본급을 3.5% 인상했고, 일시금 300만원도 지급키로 했다. 임단협 결과를 반영하면 급여 총액이 상승해야 하는데, 되려 줄어든 것이다.
이는 지난해 단행한 구조조정 여파로 풀이된다. KT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희망퇴직 시행을 통한 인력 재배치 계획을 노사 간 최종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선로 통신시설 설계와 고객전송 업무를 맡는 자회사 KT OSP(현 KT 넷코어)와 전원시설 설계·시공 및 유지·보수하는 자회사 KT P&M을 설립해 관련 인력을 본사에서 이동시키는 안을 의결했다.
해당 구조조정 여파로 KT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임직원 수는 1만4512명으로 지난해 말(1만6927명) 대비 2400명 가까이 줄었다. KT 임직원 수는 ▲2019년 2만3372명 ▲2020년 2만2720명 ▲2021년 2만1759명 ▲2022년 2만544명으로 지속 감소했고, 2023년에는 1만9737명으로 2만명 선이 붕괴됐다.
인건비 절감 목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개발직군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자 노사 간 합의로 초봉을 2022년 4840만원, 2023년 5400만원, 지난해 6000만원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선로 관리·전원시설 설계 등 통신 관리 인력을 본사 체계에 맞춰 연봉을 지급하기엔 부담이 커 자회사 전출을 단행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올해 신입사원 공고에 따르면 KT 넷코어는 연 4000만원, KT P&M는 4300만원의 초봉을 제시했다. KT 초봉 대비 30% 이상 낮은 편인 데다 급식비·통근비·시간외수당·상여금 등이 포함된 포괄임금제라 실질 임금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사측은 일단 고령화 문제를 지적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선로의 배치와 관리는 중요한 일이고, AI가 대체할 수 없어 젊은 인력이 필요한데 직원 5700명 중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 이상이 60~70%를 차지하고 평균연령이 56세"라며 "신입사원 못 뽑은 게 15년 째인데 신입도 뽑고, 신설회사에서 정년 이후에도 의지와 기술이 있으면 2~3년 추가로 근무할 수 있게 보상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이에 "지난해 구조조정은 좋은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저임금 구조로 만드는 것과 통신 공공성을 저해 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라며 "AICT 하겠다며 네트웍 분사와 숙련 기술자들을 퇴사 또는 영업으로 발령 내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고 제대로 된 AICT를 하기 위해서 네트웍의 고도화와 숙련 기술자들을 더 중히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용절감·AICT 몰두에 통신사고 대응 역량 감소 우려"
KT는 통신 역량에 IT와 AI를 결합한 'AICT' 회사로 거듭나고자 전사적 차원의 AX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기업가치제고계획(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르면 회사는 AI·IT 사업 매출 비중을 2028년까지 19%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협력을 발표한 이후 한국형 LLM(대형언어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본사 통신 인력을 줄여 AI 사업에 사실상 올인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할당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입장에서 공공성이 저해될 수 있고, 자회사 전출로 저임금이 고착화되고 해고가 쉬워져 고용 안정성도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 사고 대응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연대 측은 "민영화된 통신업체들은 공공성을 외면한 채 수익창출을 위한 비용절감에만 매달렸고 이는 인력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통한 비정규직 확산, 안전과 통신안정성을 위한 투자 미비로 이어졌다"며 "이런 폐해가 집약된 결과가 2018년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였고, 남은 직원들은 수익성 창출 명목으로 본연의 업무보다는 핸드폰 판매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과거 KT 회장들이 연임을 위한 실적 개선 목적으로 전화국 등 통신시설을 매각했는데, 현 김영섭 대표이사 역시 호텔 및 부동산 매각으로 3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AI 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도 이사회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고, 직원들과 일부 주주들도 반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에선 AI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들에게 회사 자체 교육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터라, AI 열풍이 분다고 해서 통신사까지 AI에 매달릴 필요는 없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
KT 개발 직군 직원 A 씨는 "소프트웨어 붐이 일 때 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필수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모두가 코딩을 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라며 "KT가 매년 수천억원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MS와 같은 AI 회사가 될 수 없음을 시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AICT 기업을 도모하고, 저수익 사업이나 부동산은 제 값을 받고 향후 발전에 쓰는 것이 경영진의 마땅한 책무"라며 "MS도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향후 5년 간 우리의 인프라도 같이 발전할 수 있으며, 당초 계획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협업이 5년 내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T의 지난해 종업원 급여 총액은 지난해 5.62조원으로 2023년(4.54조원) 대비 20% 가량 늘었다. 퇴직급여(확정급여형) 지급에 400억원이 더 소요됐고, 기타 급여 항목은 1조원으로 상승했다. 2023년 기타 급여는 400억원에 불과했다.
이 또한 구조조정 여파로 해석된다. KT는 자회사 이동을 원치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안을 제시했다. 보상금을 최대 4억3000만원으로 증액했는데, 당시 2800명에 달하는 퇴직 희망자가 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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