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대표 연임 포기에 일각에선 경영 공백 우려
고강도 구조조정에 회사 내·외부에서는 뒷말 무성
무단 결제·개인정보 유출에 어수선해진 조직 기강
내달 차기 대표 후보 선출…'독이 든 성배' 지적도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KT가 다시 대표이사 경영공백의 위험에 처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숱한 논란 끝에 연임을 포기하며 내년 3월까지 남은 잔여 임기만 소화하기로 하면서다.

KT 이사회가 다음달까지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 선정에 나섰지만 정치적 외풍·중대재해 위험 등 지배구조 리스크가 심화되며, 차기 대표 인선에도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구조조정 전문가' 김영섭, KT 재무구조 개선 추진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6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최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중심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인 만큼 회사는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후보군을 추려야 한다.

김 대표는 지난 2023년 8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 전까지는 LG에서 30여년 동안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을 도맡은 '재무통'이었다. 2002년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2006년 LG CNS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2013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2015년 11월 LG CNS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후 구조조정에 집중해왔다. 적자 누적 자회사 원신스카이텍 합병랭ㅎ고 콜센터 운업 기업 유세스파트너스와 및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 기업 에버온, ATM사업부를 매각했다. 직원 수도 2년 만에 6505명에서 1200명 가까이 줄였다.

KT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상무보 이상 임원을 20% 이상 줄이고, 호텔과 유휴부지 부동산 매각 추진 등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자회사 전출·희망퇴직 등을 통해 작년 상반기 기준 1만8617명의 직원 중 30%를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KT의 수장에 적합한 인물이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KT는 '총수 없는 회사'에 속하는 만큼 대표이사 의중만으로는 경영이 어렵다. 공공재인 통신망을 빌려 사업을 하고 있고, 국가기간통신망 사업도 주관하는 터라 재무 개선 조치가 국가 통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사망·무단 결제 등 숱한 논란에 성과 후퇴


KT 김영섭 대표가 제43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KT 김영섭 대표가 제43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실제로 회사 내부에선 본업인 통신업이 등한시되거나, 구조조정으로 고용 안정성 저해와 여러 사고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KT 새노조와 일부 직원들은 구조조정 이후 직원의 극단적 선택이 일어난 데 대한 사과와 저수익 사업을 매각 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비합리적 구조조정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새노조 측은 "KT는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라, 국민 생활과 산업 경쟁력, 공공복지와 직결된 사회 기반 기업"이라며 "KT의 공공성 회복과 민주적 운영은 국민 전체의 이익과 직결되므로 김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성도 후퇴했다. KT의 2024년 영업이익은 8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9% 급감했다. 회사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1조원 이상 일회성 인건비가 반영된 탓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5G 가입자 정체와 유선 사업 침체로 매출 또한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쳐 정체가 이어졌다.

결정적으로 무단소액 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며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김 대표는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소환 이후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CEO로서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며 연임 포기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낙하산 논란 지속될 듯…'중대재해 리스크·신뢰 회복' 과제


광화문 KT 신사옥 본사 전경. (사진=KT)
광화문 KT 신사옥 본사 전경. (사진=KT)

김 대표가 퇴임하고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면 KT 상황이 개선될까.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치적 외풍과 낙하산 논란에 줄곧 시달려온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일례로 KT에서 연임에 성공한 대표이사는 현재까지 황창규 전 회장에 불과하다.

앞서 2022년 12월 KT 이사회는 구현모 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단독후보로 낙점하며 연임을 지지했지만, 국민연금은 공모·경선 절차를 문제삼으며 반대 뜻을 표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압박하자 구 전 대표는 이듬해 2월 후보군에서 자진 사퇴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유독 윤정부의 부당한 인사 개입이 우려되는 소유분산기업을 두고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거나, KT의 CEO 후보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이사 6개월 공백이 이어진 이후 김 대표가 취임하자 일각에서 '정권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배경도 이에 기인한다. 새노조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과 여당, 검찰까지 동원해 KT의 경영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정권이 민영 통신기업을 정치적 전유물로 취급하면서, KT의 공공성과 기업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에선 현재까지 KT 대표이사 공모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지난 구 전 대표 선임과 같이 내부 출신을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구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 아래 외부 관료 출신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KT 새노조가 지난 4일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과 정권의 KT 경영 개입 실태를 밝히고, 공공기업으로서 KT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KT 새노조)
KT 새노조가 지난 4일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과 정권의 KT 경영 개입 실태를 밝히고, 공공기업으로서 KT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KT 새노조)

차기 대표가 짊어져야 할 리스크는 적지 않다. 지난해 구조조정 이후 6명의 근로자가 숨지며 중대재해 리스크가 있는 데다 해킹을 당한 서버를 은폐했다는 혐의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돼 사법 리스크도 떠안게 되면서다.

고객 대상 신뢰 회복도 과제다.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전 고객 대상 유심 무상 교체를 결정했지만, 위약금 면제와 고객 보상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신뢰 회복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한편, KT는 이달 16일까지 대표이사 공개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외부 전문기관 추천과 주주 추천도 병행하며 사내 후보의 경우 △KT 또는 계열사 재직 2년 이상 △KT 직급 기준 부사장 이상 △경영 전문성과 사업 이해도 보유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회사는 내년 3월 주총 이전까지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하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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