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CJ제일제당·삼양, 해외 공장 건립 박차
"K-푸드 글로벌 수요 높아…현지 입맛·마케팅 공략"

파리바게뜨가 미국 텍사스에 제빵공장을 착공한다. (사진=SPC 그룹)
파리바게뜨가 미국 텍사스에 제빵공장을 착공한다. (사진=SPC 그룹)

[뉴스포스트=허서우 기자] K-푸드의 인기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식품기업들이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북미·아시아 등 주요 시장을 거점 삼아 수요에 대응하고 공급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파리바게뜨 "2030년까지 美 내 1000개 매장 목표"


18일 SPC그룹에 따르면 최근 파리바게뜨는 미국 텍사스주에 제빵공장 착공에 나섰다.

공장 착공을 위해 SPC그룹은 지난 2월 텍사스 존슨카운티 벌리슨시에 약 15만㎡(4만5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고 현지 정부로부터 최대 1400만달러(약 200억원)의 지원금을 승인받았다.

총 2억800만달러(약 2900억원)가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2029년 완공이 목표다. 1단계로 2027년까지 약 1만7000㎡ 규모의 생산 시설을 먼저 가동하고, 이후 2029년까지 2만8000㎡ 규모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번 텍사스 공장은 2030년까지 북미 지역 1000개 매장 개설을 목표로 한 생산·물류 거점으로, 향후 중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전망이다. SPC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2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앞서 SPC는 2019년부터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검토해 왔다. 이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허영인 회장에게 대미 투자 확대를 요청한 이후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日 치바에 첫 현지 생산공장 완공…비비고 만두 본격 생산"


CJ제일제당 지바현 기사라즈시 만두 공장.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지바현 기사라즈시 만두 공장.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이달 초 일본 치바현 키사라즈시에 신규 만두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다.

이번 치바 공장은 총 1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약 4만2000㎡(축구장 6개 규모) 부지에 연면적 8200㎡ 규모로 지어졌다. 해당 공장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의 일본 현지 생산시설로, 최첨단 생산라인을 갖추고 '비비고 만두'를 일본 전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2020년부터 현지 업체를 인수해 오사카·군마·아키타·후쿠오카 총 4곳의 만두공장을 운영해왔으나, 이번에 직접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이 일본에 만두 생산시설을 구축한 배경에는 일본 냉동만두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 냉동만두 시장은 연간 1조1000억원에 달한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내 만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 전체 식품사업 매출도 2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 "해외 첫 생산기지 中…6개 생산라인 구축"


삼양식품도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해외 생산기지 착공에 나섰다. 첫 해외 공장 부지는 중국 저장성 자싱시로, 현지에 총 2014억원을 투입해 총 6개의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2027년 1월 완공 예정인 중국 자싱공장에서 연간 최대 8억4000만개의 불닭볶음면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모두 중국 내수 시장에 공급된다.

중국 절강성 자싱시 마자방로에서 열린 ‘삼양식품(절강) 자싱공장 착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중국 절강성 자싱시 마자방로에서 열린 '삼양식품(절강) 자싱공장 착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또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제품 생산과 현지 마케팅 전략을 통해 내수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현지화 전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현재 삼양식품의 국내 공장(원주, 익산, 밀양1·2)은 미주와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의 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자싱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국내외 총 5개 공장의 연간 불닭볶음면 생산량은 약 35억2000만개에 이를 전망이다.

삼양식품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착공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전체 수출 물량에서 25%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내 불닭 브랜드 인지도가 이미 높고, 중국 판매 법인(삼양식품 상해유한공사)과 지리적 접근성 등을 고려해 삼양식품은 이 지역을 첫 해외 공장 부지로 선택했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현지화 전략·매출 확대 효과적


국내 식품기업들이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 생산기지를 연이어 구축하는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5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라면을 고르는 소비자. (사진=뉴스포스트 오진실 기자)
라면을 고르는 소비자. (사진=뉴스포스트DB)

특히 라면, 아이스크림, 소스류 등 주요 가공식품이 각각 5000만달러 이상 수출되며 K-푸드 수출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라면은 전년보다 24%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는 초기 투자비와 인허가 절차(준공검사) 등 진입 장벽이 존재하지만 수요 확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또 현지화 제품 출시와 유통망을 활용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물류비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국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굳히고 신규 시장까지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각국 소비자의 입맛과 니즈에 맞춘 제품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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