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전환 ‘저출산대책’…소개팅.학제개편까지

2014년 출생아 수, 2005년 이어 두 번째 최저기록
정부 “저출산의 핵심원인, 만혼·비혼 막는데 집중”
입학 연령 당겨 10년 만에 초·중·고 과정 마친다?
2030세대 냉소적 반응...“먹고살기 바쁜데 결혼?”
정부, 이색정책 속속 내놓지만 여기저기 부정반응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오늘날 2030들은 결혼에 부담을 갖고 있다. 10명 중 6명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혼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은 10명 중 8명에 육박한다. 이는 76.4%에 해당하는 수치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출산이 늦어지고 둘째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이 강해지다보니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3포 세대’가 과거에 비해 결혼 연령이 많이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결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2030들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 대책이 정부가 주선하는 소개팅?

▲ (사진=뉴시스)

지난 2월 발표된 통계청의 ‘2014년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3만5300명으로 2005년(43만5000명) 이후 가장 적었다. 이는 통계 작성(1970년) 이래 2005년 43만5031명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은 숫자다.

젊은이들이 아예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데다 결혼한 부부들도 둘째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신생아 수가 감소한 것이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는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11월에 발표한 ‘201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은 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56.8%로 2년 전 조사 때보다 6% 가까이 떨어졌다.

이 비율은 지난 2008년 68.0%에 달했으나 2010년 64.7%, 2012년 62.7% 등으로 하락 추세다. 반면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응답은 1998년 23.8%에서 2010년 30.7%, 2012년 33.6%에서 올해 38.9%로 늘었다. ‘결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2012년 1.8%에서 올해 2.0%로 증가했다.

미혼여성의 경우 ‘결혼은 해야 한다’는 응답이 38.7%에 그쳤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응답은 55.0%로 절반을 웃돌았다. 이에 비해 ‘결혼은 해야 한다’고 답한 미혼 남성은 51.8%를 차지했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응답은 41.6%를 차지했다.

정부는 인구위기 극복을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급격한 ‘인구절벽’에 봉착하게 된다는 절박한 인식하에 결혼·출산하기 좋은 사회, 고령사회 대비 인구경쟁력 강화, 고령사회 삶의 질 보장, 지속발전 가능체계 등 4대 핵심분야에 대한 대책을 수립했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임신·출산에 드는 의료비 본인 부담금을 2018년부터 사실상 없애겠다며 ‘제3차 저출산·고령 사회 기본계획(2016~2020)’ 시안을 내놓았다. 청년이 결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게 하는 사회경제적 원인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 (사진=뉴시스)

복지부에 따르면 그간 저출산 대책은 기혼가구의 양육부담 경감 중심으로 접근했으나, 3차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의 핵심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만혼·비혼 추세 심화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다.

여성의 결혼시기에 따른 평균 자녀수는 25세 미만 혼인 여성은 2.03명이지만, 36세 이상 혼인 여성은 0.8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전체 출산율과 기혼자 출산율을 비교했을 때 비혼·만혼이 저출산 추세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청년들이 결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도록 만드는 고용·주거 등 사회경제적 원인 해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청년이 안정된 일자리에 빨리 취업해야 만혼문제 해결이 가능하지만, 입직연령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청년고용률도 낮은 상황으로 드러났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 2013년 8.0%에서 2014년 9.0%까지 올랐으며 올해 6월에는 10.2%까지 상승했다.

이에 3차 기본계획에서는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에 빨리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복지부는 밝혔다.

공정하고 유연한, 능력중심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여 청년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한편, 2017년까지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를 4만개 이상 창출하고, 청년 정규직 근로자가 전년도에 비해 증가한 기업에 1명당 500만원(대기업 250만원) 세액공제하는 청년고용증대세제 신설 등을 통해 민간의 청년일자리 창출을 지원해 나갈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비용 부담 결혼·출산 포기”vs2030 “근본적 원인 아냐”

▲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 공청회' (사진=뉴시스)

복지부는 많은 청년들이 결혼비용 부담으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주택마련 비용은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 신혼부부가 주택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결혼·출산을 기피하지 않도록 주거지원을 대폭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이에 전세임대주택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 현실에 맞도록 대출금액을 상향한다. 또한 현재 신혼부부에게 부여하는 임대주택 입주 우선순위를 예비부부까지 확대한다.

또한 만혼추세를 완화하기 위하여 전세임대 입주자 선정시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을 부여하고, 국민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자녀수가 동일한 경우, 부모 평균연령이 낮을수록 가점을 부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결혼 이후에는 실제 ‘출산’으로 이어지도록 행태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 해결과 아울러 출산·양육에 대한 정책 지원이 보다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지난 1·2차 기본계획에서 기 도입된 보육․돌봄, 일가정 양립 제도를 보완·발전시키고, 임신․출산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신규로 마련했다.

그 동안 행복카드 도입, 난임 시술비 지원 등 임신·출산에 대한 지원을 실시해오고 있으나,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부담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복지부는 이번 3차 기본계획에서 임신·출산 관련 경제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행복출산패키지’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2016년 초음파·상급병실료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을 건강보험 급여로 포함하고, 임신·출산에 수반되는 의료비의 건강보험 본인부담을 대폭 축소시킨다. 또한 2017년 난임시술비 및 검사·마취·약제 등 시술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건강보험 급여로 포함하고, 난임부부에 대한 의학·심리 상담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만12세 여아에게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예방접종과 연계하여 산부인과 여성건강상담을 지원하는 초경여성 건강바우처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 계층 무상보육 실시로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은 강화되었으나, 국공립 등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부족, 종일반 위주의 어린이집 운영은 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에 복지부는 직장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보육체계를 개편하고 시간제 보육반을 확대하며 국공립·공공형·직장 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정작 결혼 대상자인 2030들 “글쎄?”

#1 서울에서 6개월 인턴직 근무를 하고 있는 고모(23·여)씨는 “정부에서 이번에 내놓은 것은 수박 겉 핥기식의 대안이라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팅 못해서 지금 연애 못하는 건 아닐뿐더러 결혼을 한 이후에도 아이를 낳는 게 문제가 아니라 키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2 대구에서 4년 차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25·여)씨는 “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세 물건 자체가 없는 것이다. 있다해도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은행이자를 낮춘다고 한다. 이는 빚을 지라는 말이다. 이미 많은 청년들이 학자금이라는 빚을 지고 있는데 또 빚을 지라고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부담이다”라며 “이자 때문에 대출을 안받는 것이 아니다. 이자를 낮춘다고 빚이 빚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 (사진=뉴시스)

청년들의 입직 연령이 높아지는 게 저출산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데 대해 정부·여당이 초·중등 학제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5세로 낮아지고, 현재 ‘6(초등학교)-3(중학교)-3(고등학교)-4(대학교)년제’인 학제가 ‘5-3-3-4년제’ 또는 ‘6-5(중·고등과정 통합)-4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6년인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학제를 1년씩 단축해 10년 만에 초·중·고 교육 과정을 마무리 짓게 한다는 학제 개편에 이번 정책의 대상자인 2030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제 개편 뿐만이 아니다. 경력단절, 결혼 준비 비용, 신혼집 마련, 직장내 육아휴직 기피 현상 등으로 출산을 주저하는 정부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의 젊은 세대들은 일찍 학교에 들어가 대학교를 일찍 졸업한다고 취업 또한 빨리 된다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일찍 졸업해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취업준비기간만 늘어날 뿐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나라에서 단체 미팅을 주선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장 취업도 어려워 먹고살기문제가 최우선인데 연애, 결혼은 먼나라 얘기라며 소개팅이 정말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나가겠다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한편 교육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학제 개편안에 대해 “초중등 교육 연한을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현재까지 교육부는 구체적인 검토를 한 바 없으며, 학제 개편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연구 등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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