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연 용인대 객원교수

교육학박사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황동연] 2017학년도 4년제 대학입학을 위한 정시 원서 접수가 이달 초순에 마감되었다. 고교입시성적의 상위 1-2%대의 우수인력이 의대진학과 더불어 의학전문 대학원에 입학하는 일이 해마다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 5년간 영재고와 과학고 졸업생의 의대 진학비율을 보면 영재고는 약 8%, 과학고의 경우 졸업생의 약 3%가 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영재진흥법에 의해 설립된 영재학교와 이공계 인재양성을 위해 설치된 과학고 출신들의 의과대학 진학률을 줄이기 위해 전국의 영재고, 과학고에 앞으로 신입생 입학 요강에 '의대 진학에 부적합한 학교'라는 점을 명시하도록 하고, 각 학교가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에 대한 자체 제재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 방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과거의 예를 비추어 봐도 반짝 오름세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의대 진학을 막으면 학생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적 의견도 있다.
고교재학중 학생의 희망 진로가 바뀔 수도 있다. 의과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생명과학 분야 등 얼마든지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데 정부가 콕 찍어서 의대는 가지 말라고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대중적 접근인가?

과거에도 영재고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진학에 대한 논란은 이어져 왔다. 진보ㆍ보수 정권 할 것 없이 영재급 수준의 학생들의 의대진학은 늘 시비꺼리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겠다는 입학사정관제도도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오히려 영재고, 과학고 출신이 대학입학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과대학 진학 제한 정책이 지속적인 이공계 대학 유인정책이 되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결국 영재고·과학고 학생과 학부모의 저항은 피할 수 없다. 원래로 회귀하거나 변형될 수밖에 없고 혼란만 가중 시킬 수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과 연예인 등의 직업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에 과학기술인이 되겠다는 청소년은 0.4%에 불과하다한다.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까닭은 이공계 출신이 승진기회나 보수 등에서 뒤지고 전직할 때 직업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거쳐 오면서 우리나라의 국부(國富)에 결정적으로 기여해온 것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전통적인 산업인데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해 경쟁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교육과 연구의 질마저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 이공계 연구자들이 발표한 과학기술논문의 질적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니 과학한국의 미래가 암담할 뿐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우대받던 과학기술자가 이렇듯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정부의 인력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도 있다. 고급 과학기술 인력이 21세기 지식정보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첨단산업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개발할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국가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그럼 이공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해법이 있을까?
첫째 과학자의 기를 살려주고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공계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입구정책보다는 졸업 후 장래를 보장하는 출구정책이 필요하다. 장학금만 가지고는 ‘어렵고 힘들다는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의식에 젖어 있는 한 이공계 기피를 해소 할 수 없다. 이공계 졸업생이 의과대학 졸업생보다 장래가 보장된다면 굳이 의과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우수한 학생들이 스스로 이공계 대학으로 몰릴 것이다.
영재고·과학고 학생의 의과대학 진학제한과 같은 지엽적이고 근시안적 정책보다는 근본적이고 장기적 안목의 이공계를 살릴 수 있는 정책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관련부처들이 함께 나서서 종합적인 이공계 살리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로 우수한 인력들로 구성된 의사 인력의 활용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우수한 의사인력이 의과대학 졸업 후 비정상적인 보험수가로 인해 피부나 미용 등 비급여 진료에 매진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우수한 임상수준을 감안하여 외국의 환자유치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현장 임상 의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 보건의료정책에 임상 의사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공무원 제도를 개선하고 재정 정책을 수립하여 건강한 현장의 목소리가 접목되어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실손 보험도 보험상품 개발 단계에서 임상 의사를 적극 개입시켰더라면 어느 정도 도덕적 해이를 막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의사들이 진료실을 벗어나 새로운 의료 사업영역 즉, 건강관리서비스에 뛰어 들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여야 하고 새로운 젊은 의사들이 처음부터 뛰어들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기존 개업의나 봉직의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도 젊은 의사들이 우선시 되는 이유이다.

현행 세법상 의료는 서비스 업종으로 규정되어 있다. 민주사회에서 서비스는 소비자가 누리는 정도에 따라 서비스 비용을 차별화하여 책정하고 있다. 의료서비스를 공공적 성격이니, 사회보장 성격의 건강보험이니 하는 우격다짐 주장으로 우수한 의사인력을 법과 각종 제도로 가두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미래사회는 3D프린팅을 이용한 인체 장기 복제기술과 생체 인식 기술, 각종 바이오칩 등과 같은 바이오와 정보, 기술이 융합되어 발달하고 있으며, 의료 분야와 식품 가공 분야, 군사 분야에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의사인력들이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더 많은 영역에서 정책적으로 융합되어 활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생명 정보 기술(BIT, Bio information technology), 나노 생명 기술(NBT, Nanobiotechnology) 나노 생명 정보 기술(NBIT, Nano bio information technology)과 같은 차세대 산업혁명((Industry 4.0)에 기여하여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국가제도와 사회정책에 접목 시키려고 보면 아직도 그에 걸맞은 대우와 사회적 여건조성이 요원해 그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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