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연 교육학박사

용인대 객원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황동연] 교육은 진공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육은 특정 시대와 사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대와 사회가 변하면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시대적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교육개혁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나라 사립학교(이하 ‘사학’으로 칭함)의 비중은 세계 어떤 국가보다도 높다. 따라서 사학에 대한 교육개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복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사학은 기반형성기, 양적성장기, 환경조성기, 질적성장기를 거치면서 그 기반이 되는 사립학교법을 정비해 왔다. 사립학교법이 1963년 제정된 이후 반세기동안 수십 차례에 이르는 개정과정에서 항상 쟁점이 되었던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의 부조화의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이다.

기반형성기와 양적성장기의 사립학교법의 변화 추이를 보면, 사학의 자주성은 낮아지고 공공성이 강조되었다. 환경조성기 초의 사립학교법은 공공성을 강조하여 학교법인의 자주성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으나, 전체적인 환경조성기의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학의 자주성을 신장시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질적성장기의 사립학교법 개정은 신장된 자주성을 유지하면서 공공성에 관한 조문을 다수 개정하였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의 제정과 개정 과정의 전반적인 평가는 사학의 자주성 보다는 공공성이 강조되어 개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자주성과 공공성은 상호 보완적인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논의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의 관계를 반비례적 · 대립적 관계로 인식하는 것은 건전한 사학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사학의 공공성과 자주성 논쟁의 쟁점에서 사학의 자주성 내지 자율성의 확보에 중점을 두면, 사학의 설치·운영은 국가가 자유방임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며, 그 반면에 사학의 공공성 앙양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면 법적 규제나 행정 감독의 확대·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점에서, 사학이 공익사업을 하면서 국민적 찬사를 받지 못하고 왜 규제의 대상이 되어 왔는가에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오늘날과 같이 민주화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일부 사학의 전횡과 부조리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사학의 자주성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한다.

예컨대, 매년 국정감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개방이사제도 운영의 문제점은 ‘사학이 과연 공공성을 담보할 의지가 있는가’를 의심하게 한다. 개방이사제도는 사립대학 법인이사회를 외부인사에게 개방해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즉, 기존 이사들이 운영하는 이사회가 독단과 전횡을 하지 않는지,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등을 견제하는 것이 개방이사이다. 그런데 이사회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개방이사들이 기존의 이사들과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42개 대학 법인 가운데, 법인과 직・간접적 이해 관계자가 개방이사로 선임된 곳은 106곳으로 43.8%에 달하고, 전체 개방이사 591명 가운데 해당 대학 법인과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개방이사는 27.2%인 161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학의 부정‧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외부인사 참여를 제도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개방이사제도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운영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사립학교가 중등학교의 40%이상,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재단이 출연하는 재단전입금이 중등학교는 평균 2%, 대학은 5.6%에 그쳐 학교예산의 대부분을 공납금이나 정부보조금 등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 사학의 재단전입금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다 해도 사립학교는 국민의 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공적 재산’이자 ‘사회적 재산’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어떤 공공기관보다도 사학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운영해야 하며, 이를 준수할 때 사학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 자주성도 확대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학이 법을 따르지 않거나, 편법 운영을 한다면 사학의 전횡과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 따르고 결과적으로 사학의 자주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립학교의 자주성 확보와 공공성 앙양은 상호모순 측면이 있으나 이를 조화시키지 않고서는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다. 더욱이 최근 중등교육의 다양성과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운영되어 균등한 교육을 지향해야 하는 국·공립보다는 다양성의 확보가 원활한 사학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인정함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학 스스로도 사학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민교육이라는 공익사업을 하는 주체답게 관계법령을 준수하고, 부정부패 사학으로 비판 받을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사학스스로가 이러한 노력을 다할 때, 사학에 대한 통제ㆍ감독 위주의 정책은 지원·육성정책으로 전환될 것이며, 사학이 자율적 발전을 도모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될 것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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