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영업이익·순이익 급감에 오프라인 30% 정리 수순
- 3조원 들여 출시한 ‘롯데ON’ 서비스 품질은 글쎄
- 롯데쇼핑, ‘아마존 4-스타’ ‘월마트닷컴’ 전략 참고해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1.1% -28.3% -83.6%. 지난해 롯데쇼핑이 받은 성적표다. 순서대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증감률에 해당한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8,535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2018년 대비 적자폭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신동빈 회장이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매장 200곳을 정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갈무리)
신동빈 회장이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매장 200곳을 정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갈무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 인터뷰를 통해 그룹 발전 전략을 밝혔다. 이날 신 회장은 2017년 이후 내리 순손실을 보고 있는 롯데쇼핑의 체질 개선안도 언급했다. 지난달 13일 롯데쇼핑이 밝힌 2020년 운영전략과 같은 맥락이었다. 옴니채널 강화와 비효율 점포 200곳을 닫아버린다는 계획의 연장선이었다.

신 회장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한국 롯데그룹의 임원 40%를 교체해 그룹을 젊어지게 했다”며 “특히 과거 성공 경험에 안주한 유통부문에 과거 롯데를 모두 버리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뉴스포스트>가 글로벌 유통기업들의 옴니채널 현주소와의 비교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옴니채널 전략을 짚어봤다.
 


옴니채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일한 쇼핑 경험’


옴니채널(omni-channel)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2019, 이혜림)

옴니채널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동일한 쇼핑’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서비스와 가격, 프로모션 등이 동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에게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쇼핑 경험을 주는 게 옴니채널 전략의 주요 목표다.

전 세계 유통산업 트렌드는 이와 같은 옴니채널 전략의 강화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 공룡들은 옴니채널을 강화해 생존하고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오프라인으로 진출했다. 반면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월마트는 온라인으로 진출했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온라인 태생 아마존 오프라인 강화, 오프라인 태생 월마트는 온라인 강화


1994년 설립한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책을 파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책뿐만 아니라, 점차 취급하는 상품의 수를 늘리며 규모를 키웠다. 사업 초기에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전형적인 리테일 기업이었다.

아마존은 이후 사업 영역을 물류로 확대했는데, 사업 초기 아웃소싱으로 해결했던 물류 부문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6년 아마존은 주문과 재고, 유통과 배송 등을 직접 관리하는 주문이행센터(Fulfilment Center)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 환경에 한계를 느끼고 오프라인 매장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 소호에 ‘아마존 4-스타’라는 잡화점을 개장한 게 대표적이다.

아마존 4-스타에서는 아마존닷컴에서 평점 4점 이상을 받은 제품들을 판매한다. 특기할 점은 매장 구조가 아마존닷컴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일한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옴니채널의 정의와 맞아떨어진다. 또 아마존 4-스타의 상품 테그는 전자식이다. 아마존닷컴에서 받은 별점과 소비자 리뷰 등이 적힌 전자 테크는 하루 5번 업데이트돼 오프라인에 반영된다.

아마존 4-스타 매장(왼쪽)과 온라인몰인 아마존닷컴의 가격 변동을 반영해 변하는 전자 가격표(오른쪽)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일한 쇼핑 체험을 제공하는 아마존의 옴니채널 전략이다. (사진=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아마존 4-스타 매장(왼쪽)과 온라인몰인 아마존닷컴의 가격 변동을 반영해 변하는 전자 가격표(오른쪽)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일한 쇼핑 체험을 제공하는 아마존의 옴니채널 전략이다. (사진=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옴니채널 혁신은 아마존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2018년 2월 영국의 브랜드 평가 전문기관 브랜드 파이낸스는 세계 500대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면서 아마존을 1위로 꼽았다. 해당 조사에서 2위가 애플, 3위가 구글이었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아마존의 브랜드 가치가 1,508억 달러라고 평가했다. (2019, 정기훈 외)

월마트는 아마존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했다. 미국에 퍼진 5,000여 개의 월마트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한다.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 월마트의 전략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오프라인 사업에 진출하면서 월마트도 옴니채널 강화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출하고 있다. 월마트는 자신의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활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사용한다.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소량구매가 트렌드가 됐다. 이제 소비자는 원거리 대형 매장보다 근거리에 위치한 소규모 매장을 찾는다. 이른바 ‘슬리퍼 상권’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난 것이다.

월마트의 네이버후드 마켓. 기본형 월마트에는 없는 과일과 채소, 육류 등 신선 식품과 생필품 코너가 특징이다. (사진=월마트 홈페이지 갈무리)
월마트의 네이버후드 마켓. 기본형 월마트에는 없는 과일과 채소, 육류 등 신선 식품과 생필품 코너가 특징이다. (사진=월마트 홈페이지 갈무리)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강점을 통해 슬리퍼 상권을 공략했다. 월마트의 ‘네이버후드 마켓’은 매장 크기가 평균 3,700 제곱미터 정도인 소규모 도시형 마트다. 네이버후드 마켓은 뉴욕과 시카고 같은 대도심의 골목골목에 들어서 소비자들에게 신선 식품 등을 판매한다. 주요 타겟은 도심 내 고소득층과 밀레니얼세대다.

현재 월마트는 자사의 오프라인 매장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닷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월마트닷컴이 있다. 월마트는 소비자가 월마트닷컴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면 미국 내 5,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 어디에서나 해당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쇼핑 옴니채널, 방향은 잘 잡았는데...각론은 글쎄


강희태 롯데쇼핑 최고경영자. (사진=롯데쇼핑 제공)
강희태 롯데쇼핑 최고경영자. (사진=롯데쇼핑 제공)

신동빈 회장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강희태 롯데쇼핑 최고경영자다. 지난 2018년 강희태 부회장은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했다. 이후 강 부회장은 3조 원을 투자해 옴니채널 강화를 위한 ‘롯데 ON’ 사업을 추진했다.

신동빈 회장이 강조하고 강희태 부회장이 주조한 롯데쇼핑 표 옴니채널 전략의 핵심을 정리하면 △‘롯데 ON’을 통한 채널 통합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 30% 정리 등이다. 각각 온라인몰과 오프라인몰의 효율성 강화가 목표다.

롯데 ON은 지난해 4월부터 시범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롯데 ON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식 서비스는 이달 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롯데 ON은 엘롯데와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롭스, 롯데프레시 등 롯데 유통 부문 7개 몰의 콘텐츠를 한 눈에 보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문제는 현재 시범서비스긴 하지만, 3조 원을 투자해 만든 온라인몰 통합 애플리케이션이라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점이다. 롯데 ON 사용 후기를 보면 단순 애플리케이션 실행 오류와 속도 저하 문제부터, 여아의류 카테고리에 성인 여성 의류들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오류, 구매 시 로딩 오류, 상품설명과 다른 상품을 배송했다는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최고경영자가 야심차게 준비한 롯데 ON 서비스에 대해 다양한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자료=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 갈무리)
강희태 롯데쇼핑 최고경영자가 야심차게 준비한 롯데 ON 서비스에 대해 다양한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자료=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 갈무리)

또 롯데 ON 출시에만 골몰해, 정작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연결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롯데쇼핑은 아마존 4-스타가 오프라인 매장에 전자 가격표를 부착해 시시때때로 변하는 아마존닷컴의 가격을 반영하는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소비자의 상품 리뷰를 오프라인 소비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반영하기도 하는데, 이들 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옴니채널의 중요한 요소인 ‘동일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롯데 유통 부문의 7개 온라인몰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통합해 제공하는 것은 온라인 채널의 강화라는 요소는 있지만 옴니채널 강화라고 보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신동빈 회장이 밝힌 오프라인 매장 정리 전략도 롯데쇼핑의 강점인 오프라인 영향력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위험 요소가 있다. 신 회장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 개 점포 가운데 200여 개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30%가 사라지는 셈이다.

롯데쇼핑이 2014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스마트픽 옴니채널 전략.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을 기반으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롯데 ON 서비스 갈무리)
롯데쇼핑이 2014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스마트픽 옴니채널 전략.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을 기반으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롯데 ON 서비스 갈무리)

롯데쇼핑의 옴니채널 전략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서비스는 2014년부터 시작한 ‘스마트픽’이다. 스마트픽은 롯데 온라인몰을 통해 상품을 구입한 뒤 오프라인 매장과 마트 등을 통해 구입한 물건을 찾아가는 서비스다. 이는 롯데 유통 계열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전국에 넓게 분포돼 있어 가능한 서비스다.

월마트도 미국 전역에 퍼진 5,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소비자가 월마트닷컴에서 구매한 상품을 어느 곳에서나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해 가능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롯데쇼핑의 스마트픽과 유사하다.

지난 2019년 4월 1일 롯데 ON 애플리케이션 출범 당일, 롯데쇼핑의 신규 유입 소비자 가운데 온라인에서 유입된 소비자는 30%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유입된 소비자는 70%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옴니채널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롯데쇼핑을 만난 것이다. (2019, 이혜림)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점포를 30% 정리한다면, 스마트픽 서비스의 효율을 줄이고 신규 소비자의 유입을 막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섣부르게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기보다, 옴니채널 환경부터 갖추고 추후 장점인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할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자료

정기훈 외, 온오프라인 유통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대한 연구, e-비즈니스연구, 20(2), 19-42, 2019.
이윤주, 옴니채널시대의 물류서비스 전략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2019.
이혜림, TV홈쇼핑 옴니채널 판매 활성화 방안 연구:홈앤쇼핑 오프라인 쇼룸제안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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