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학창생활
-놀 곳도 마땅치 않아...해방감도 못 누리는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내년 1월 1일 성인이 돼서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설레는 일이었는데 못하게 돼서 속상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조심해야 할 때니까 아쉬워도 ‘집콕’하고 있어요.”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험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험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올해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렀다. 매년 이맘때쯤 수능 일정을 마무리한 고3들은 운동, 여행 등 학업으로 미뤄왔던 위시리스트를 실행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올해 고3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집콕’ 생활 중이다. 

고3 황선우 군은 “학교부터 독서실까지 마스크를 끼고 하루 종일 공부해서 답답했었는데, 지금은 또 아무 데도 가지 못하니까 답답하다”라며 “우리는 수능이 끝났다는 해방감도 누리지 못한 채 집에만 있는데 스키장에 몰린 인파, 31일 강릉행 KTX 열차 매진 등의 뉴스를 보면 기운이 빠진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까지

현재 고3인 2002년생은 초·중·고 12년 기간 동안 3번의 감염병에 시달렸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당시인 2009년에는 신종플루, 중학교 1학년 때인 2015년에는 메르스를 겪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4차례에 걸친 개학 연기 때문에 학기 시작부터 꼬였다. 밀린 학사 일정에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치렀던 수능도 2주 뒤인 12월에 시행했다. 수능 성적 발표 뒤 시작되는 정시 원서접수도 12월 26일에서 내년 1월 7일로 연기되며 맘 편히 쉬지도 못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실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수험생들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실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수험표 할인 행사 그림의 떡

통상 수능이 끝나면 외식·영화관·미용실·놀이공원 등 다양한 업계에서 고생한 수험생들을 위한 수험표 할인 혜택이 쏟아지는데, 이마저도 그림에 떡이다. 

정부가 내년 1월 3일까지 수도권 2.5단계 및 비수도권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결정하면서 노래연습장과 헬스장,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운영을 중단했다. 카페에서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음식점에서는 오후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가능해 주요 번화가도 한적하다. 

고3 이채연 양은 “친구들과 만나도 놀 곳도 갈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고, 식당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식을 먹기도 부담스럽다”면서 “컬러링북이나 요리 키트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아서 하고 있긴 하지만, 한창 친구들과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긴 하다”라고 말했다. 

한낱 꿈 된 새내기 낭만

MT, 축제, 동아리 활동 등 내년 봄 펼쳐질 새내기 대학 생활을 꿈꾸며 설렐 시기이지만, 이번 고3들은 이미 마음을 접은 상태다. 

올 한해 대학교 강의는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강생 35명 이하의 수업은 대면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였다. 

고3 조예원 양은 “입학하더라도 실제로 대학교 캠퍼스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축제도 불가능할 텐데 솔직히 기대되지 않는다”라며 “올해 대학에 입학한 연년생 언니가 있는데, 학교도 못 가보고 친구도 카카오톡으로 한 명 사귀었다고 한다”라고 아쉬워했다. 

손지은 양은 “대학의 비대면 강의도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니 우울감이 커져간다는 친구들도 부쩍 늘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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