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A씨는 지난해 2월 랜덤채팅 이용해 만난 15세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지난해 2월 랜덤채팅에서 알게 된 만 13세 피해자에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B씨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7월 랜덤채팅에서 만난 15세 피해자에 “용돈을 주겠다”며 노출 사진을 전송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위 사례는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범죄 사실’들이다. 실제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 사례는 그 사안이 심각해 소개하지 않았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특히 온라인 랜덤채팅이 ‘통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N번방 성범죄로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가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지만, 미성년자들은 ‘랜덤채팅’이라는 또다른 위험지대에 놓여 있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 중 랜덤채팅 관련 범죄.  (그래픽=뉴스포스트)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 중 랜덤채팅 관련 범죄.  (그래픽=뉴스포스트)

본지가 지난 2019~2020년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를 통해 ‘랜덤’ ‘채팅’ 등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지난 2년간 랜덤채팅 관련 범죄로 법원 판결을 받은 건수는 총 115건(미공개 판결문 제외)이다. 이중 아동복지법, 아동·ᆞ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선고를 받은56건(48.7%)으로, 랜덤채팅 관련 범죄 절반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성년자의 랜덤채팅 성범죄 위험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던 사회 문제다. 인권위원회가 지난 2016년 쓴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성매매를 경험한 방식은 ‘스마트폰 채팅 앱’이 59.2%, ‘인터넷 카페/채팅’이 27.2%였다. 성매매를 경험한 미성년자들이 압도적으로 ‘랜덤채팅’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 연구에서 미성년자들이 처음 성매매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4.7세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9 성매매 실태조사’에서도 미성년자에 성적인 대화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연구진은 13·16·19·23살 여성으로 위장해 랜덤채팅앱에서 2230명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중 1232명은 상대가 ‘청소년’이라고 분명히 인식했음에도 성매매를 유도하거나 노출 사진을 요구하는 등 성적 목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랜덤채팅 범죄가 끊이지 않자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2월 랜덤채팅 어플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이에 따라 랜덤채팅 앱은 △실명·휴대전화를 통한 인증 △대화저장 △신고 3가지 기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에 국내 랜덤채팅 앱 408개 중 절반 가량인 227개는 위 세 가지 기능을 갖추고 청소년이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다른 154개 앱은 운영이나 판매를 중단했고, 성인인증 기능을 갖춘 15개 앱은 성인용으로 운영됐다.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앱은 판매 중단 조치(135개)를 받거나, 유해 표시를 하지 않은 앱 12개는 형사 고발됐다.

하지만 랜덤채팅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가 특정되는 대화 앱, 게임 등에 연계된 채팅, 게시판·댓글로 누구나 볼 수 있는 대화 서비스는 규제 대상이 아닌데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에서도 미성년자를 겨냥한 성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한 30대 남성이 차량공유 서비스로 초등학생을 유인,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해 논란이 된 사건도 오픈채팅을 통해 접촉이 이뤄졌다.

이에 본지에서는 랜덤채팅을 통한 오픈채팅 범죄의 실상을 알아보고, 미성년자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제도적·실천적 해법을 알아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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