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2021년 4월 1일,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날이다. 기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탄천종합운동장의 체육회관 1층에 마련된 ‘성남시 예방접종센터’를 찾았다.
이번 접종은 만 75세 이상으로 접종에 동의하고 접종센터에 직접 올 수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성남시는 오는 6월까지 총 7650명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칠 예정이다.
접종 첫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오전을 피해 기자는 오후에 방문해 보았다. 접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보건소와 해당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접종 대상자에게 접종 일자와 시간을 문자로 보내니까 꼭 확인하시고 그 시각에 맞춰 오셔야 합니다. 예약 날짜 확인하지 않고 오셔서 헛걸음하신 어르신들도 계셨어요.”
성남시 분당구보건소 김혜진 건강증진과장의 말이다. 접종센터 문을 열기도 전 아침 7시 30분경부터 어르신들이 찾아와 계획보다 일찍 센터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처음 겪는 일이라 오전 한때 지체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손발이 맞아 갔다고 설명했다.
접종 대기 장소에는 접종자뿐 아니라 보호자들도 많이 보였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가족과 동행할 수 있고 예진과 접종 과정 모두에 따라 다닐 수도 있었다.
예진과 백신 접종을 거쳐 이상 반응 관찰구역에서 대기
접종 대상자는 우선 ‘예진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현직 의사들 4명이 예진을 맡고 있었다.
“우선 기저질환을 파악해야 하고, 백신 맞으실 수 있는 상태인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백신과 관련한 여러 주의사항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라 귀가 안 좋거나 약간 치매 있으신 분들도 계셔서 커뮤니케이션에 힘든 면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협조 잘 해주셔서 무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진에 참여한 의사 한초롱씨와 김우성씨의 말이다. 기자가 지켜보니 의사들이 마스크를 하고 페이스 쉴드까지 착용한 데다 아크릴 벽을 두고 예진하니까 의사와 접종자가 대화하기에 힘든 면이 있어 보였다.
예진을 마친 접종자들은 접종실에서 백신을 맞고 ‘이상 반응 관찰구역’에서 30분 동안 대기해야 한다. 혹시 이상 반응이 생기면 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구역에는 간호사 두 명이 대기하며 접종자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만성 질환에 익숙한 어르신들이라 통증이 있어도 잘 참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했지요. 첫날인 오늘 이상 증상을 보이신 분들은 아직 없었어요.”
부산에서 파견된 간호사 이현정씨의 말이다. 그녀의 동료는 간호사 면허증이 있는 구급대원이라고 했다. 이상 반응 관찰구역 바로 옆에는 ‘응급’ 공간이 있어서 혹시라도 이상 반응이 생긴 접종자를 즉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접종받은 어르신의 소감은
접종을 마치고 ‘이상 반응 관찰구역’에서 대기하는 성남시 수정구 신흥2동에 사는 장원자(여, 75세)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주사 맞을 때 하나도 안 아팠어요. 독감 백신보다 안 아픈 거 같은데 뭐. 지금도 아무렇지 않아요.”
장원자씨는 지난 1년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도 못 만나고 노인정에도 못 가서 너무나 힘들고 답답했다고 했다. 그래서 백신 맞겠느냐고 연락 왔을 때 무조건 맞겠다 신청했다고.
“어서 코로나19 끝나서 마스크도 벗고 친구들과 놀러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친구 중 무서워서 백신 안 맞는다고 한 친구가 있는데 좀 이따 전화하려고요. 어서 맞으라고요. 나만 주사 맞으면 뭐해. 주위 사람들이 함께 맞아야지.”
장원자씨가 대기하는 약 30분 동안 기자는 그녀 옆을 지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백신 접종 안내와 접수 과정에서 만난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의 수고와 접종센터 여러 관계자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장원자씨는 신흥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마련한 차량으로 향했다.
“백신 접종 신청받을 때 해당 행정복지센터에서 교통편이 필요한 대상자에게는 따로 신청을 받았습니다.”
차량 승차 안내를 돕던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분당구청 공무원이었는데 접종센터에는 성남시청은 물론 성남시의 각 구청에서도 지원을 나왔다고 했다. 물론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보였다.
접종 첫날, 무난히 지나가고
오후 접종을 마감할 즈음 장영근 성남시 부시장이 접종센터 곳곳을 둘러보며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시에서 지원할 사항은 없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성남시는 방역과 백신 접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오후 4시, 접종이 끝났다. 첫날 예진 업무를 마친 의사들이 페이스 쉴드를 벗자 어느 의사가 특히 눈에 띄었다. 77세의 의사 유희탁씨다. 그는 외과와 가정의학과 두 개의 전문의 자격을 가졌고, 분당제생병원 원장과 대한의사협회 의장을 역임한 베테랑 의사다.
“현업을 떠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다시 현장에 복귀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다른 세 분의 의사 선생님들도 모두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참여해 매우 보람 있습니다.”
접종을 맡은 간호사들도, 진행을 맡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도 지친 모습이었지만 뿌듯한 표정은 마스크 너머로 보였다. 누군가 보낸 간식 박스를 받고는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첫날이라 무척 긴장했는데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부족했던 사항들을 잘 정리해서 내일부터 다시 적용하려고요. 성남시의 첫 접종을 분당에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보람을 느끼며 해 나가겠습니다.“
성남시 분당구보건소 김혜진 건강증진과장의 첫날 접종을 마친 소감이다. 기자에게도 뭔가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탄천종합운동장과 탄천, 그리고 성남의 도로에는 벚꽃이 만발했다. 내년 봄에는 마스크를 벗고 저 벚꽃 아래를 걸을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