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무임승차’ 노인 이동권 보장 통한 경제적·사회적 욕구 충족
노인 우울증 등 감소…무임수송비 대비 사회경제적 편익이 높아
해외, 대부분 50% 할인…소득에 따른 차등 할인율 적용 많아

신분당선이 노인 요금에 대한 일부 또는 전면 유료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찬반 여론이 다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복지정책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재정 조달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 제도의 폐지와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대립하며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습이다. <뉴스포스트>는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창반양론을 짚어보고 해결방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현재 폐지를 비롯해 제도 보완, 개선 등 다양한 지적이 나오면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도를 두고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물론 폐지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만약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폐지된다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건강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인 만큼 그에 따른 후폭풍도 적지 않을 터. 그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도 함께 고심해봐야 할 문제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노인 무임승차’ 장단점

우선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폐지가 거론될 정도로 단점이 극명한 제도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노인복지의 일환으로,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고 생활상의 문제를 예방·해결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보편적인 교통복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실버택배’라고 불리는 지하철 택배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각 지자체 내의 시니어 클럽들은 보건복지부, 관할 구 등의 지원을 받아 노인 고용 활성화를 위한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지하철 택배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가 가능한 만 65에 이상 노인들이 직접 지하철을 타고 배달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지자체 시니어 클럽은 물론 민간사업체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건당 배송 수수료(15~30%)가 높은 점, 무임승차가 안 되는 지역일 경우 버스를 타야 하는 점, 스마트폰을 통해 배송을 진행하는데 통신비 지원이 없는 점 등은 개선돼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실버택배 업체에서 고용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불합리한 상황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노인 무임승차는 ‘고효율 교통복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와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철도안전·산업연구센터장의 공동연구(2017)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수송에 드는 비용 대비 사회경제적 편익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이 1,922억 원 발생할 때 사회경제적 편익은 2,362억 원이었다.

유 교수는 “65세 이상 무임승차 정책으로 노인 자살자 수, 우울증 환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교통비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되면 외부 활동이 활발해지게 되고, 이는 우울증 감소로 이어져 사회 전체적인 의료비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감소하는 점도 노인 무임승차의 장점으로 꼽힌다.

 

재정 문제, 형평성 문제 등 다수

다만 복지정책인 만큼 재정적인 면에서의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6개 도시 철도 운영 기관들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액은 2019년 5,864억 원에서 2020년 1조 1,137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역시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1조 6,000억 원 안팎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발생 영향으로 수송인원이 크게 줄어 적자폭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수송 인원은 19억 7,912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7억 5,000만 명이 줄어든 수치다. 이중 무임수송 인원은 1억 9,6000만 명으로, 이를 운임으로 환산하면 2,643억 원에 달한다. 무임승차자의 비율을 보면 고령자가 81.8%, 장애인 17.1%, 국가유공자 1.1%로 노인 무임승차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모든 노인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농촌지역 노인들이 바로 그렇다. 교통복지 차원에서 시행된 제도지만 상대적으로 재정상황이 좋은 대도시 지역의 노인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 농촌 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일부 농촌지역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버스비, 택시비 등을 일부 보조해 주는 등 나름의 정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지하철 무임승차와 상응하는 혜택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서울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의 노인 승객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서울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의 노인 승객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결론은 제도 보완·개선

그렇다면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하고 요금을 징수할 경우 어떤 변화가 발생할까.

우선 노인의 이동 반경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경제력 또한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노인 우울증 증가 등 사회적인 문제는 물론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노인에게 요금을 징수할 경우 철도 운영 기관의 적자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하철이 높은 운영원가와 낮은 운임 구조로 유지되는 공공재라는 점에서 드라마틱한 적자 감소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령을 조정하거나 할인율을 차등하는 등 고령사회를 대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각 사회의 여건에 맞게 할인 시간대와 할인 폭을 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50%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주에 따라 상이하다. 영국은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 외에 무임승차를, 프랑스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 외 50% 할인율을 적용 중이다. 캐나다는 65세 이상 저소득층에게는 100%, 그 외 노인에게는 50%의 할인을 하고 있다. 호주와 홍콩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50% 할인을 적용하고 있고,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소득 수준에 따라 요금 할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노인 무임승차’는 비용에 비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유지해야 하는 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건에 맞게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농촌지역 노인들을 위한 교통복지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편에서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 및 차등 할인과 관련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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