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무임승차제도’ 비용대비 편익 높은 교통복지
“무임비용, 수혜자인 지자체·복지 행정기관이 분담해야”
신분당선이 노인 요금에 대한 일부 또는 전면 유료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찬반 여론이 다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복지정책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재정 조달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 제도의 폐지와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대립하며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습이다. <뉴스포스트>는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창반양론을 짚어보고 해결방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노인을 위한 교통복지정책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찬반으로 나뉜다. 일부 폐지를 원하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제도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현재 상황과 누적된 재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비용대비 편익이 높은 복지제도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수혜자인 지자체, 복지 행정기관 등의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혜택을 받는 노인들의 연령 조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2일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선임연구위원과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찬반양론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연령별 투표 결과가 공개되면서 세대 간 갈등이 부각됐다. 고령층이 압도적으로 당선자(박근혜)를 투표했고, 젊은 층에서는 낙선자(문재인)에 대한 투표율이 높았다. 이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상에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지하철 내에서 자리 양보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빈번하게 벌어졌고, 출퇴근 시간대의 노인 세대 지하철 이용을 둘러싸고 불만이 제기됐다. 여기에 철도 운영사의 운영 적자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면서 그들의 반발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현재 국내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필요성 및 문제점에 관해 설명해 달라.
해당 제도는 노인 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의미 있는 ‘보편적 복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노인이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이동권을 제공함으로써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료비 절감, 자살 및 우울증 사회비용 감소, 교통사고 의료비·기초생활 급여 예산 절감, 관광산업 활성화로 인한 경제적 유발효과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대중교통 공영제 또는 저가 무임 제공은 지역민의 고립을 완화하고 경제활동을 증진하며, 지역 방문객을 늘리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계량화했을 경우 2012년 기준 노인 무임승차제도 시행 비용은 약 1,859억 원, 편익은 3,361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용대비 편익이 매우 높은 편으로, 사회경제적 타당성이 높은 성공적인 교통복지정책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철도 운영사가 부담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노인 무임승차에 의해 수령하지 못한 운임은 연간 2,679억 원 수준이다. 제도의 수혜자인 지자체, 보건 및 복지 행정기관의 분담이 필요하다.
- 신분당선은 노인 무임승차제도 폐지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운영 적자로 인해 폐지 움직임을 보였던 것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이미 김해경전철(광역철도)에는 노인 무임승차가 없다. 이에 따라 같은 광역철도인 신분당선도 무임승차 폐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수입증가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받지 못한 운임 총액)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철도 운영사의 적자의 주된 원인은 무임승차보다는 초기시설 투자비에 대한 원리금 상환, 운영 수지상의 만성적인 적자구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적정한 수송 원가에 비해 낮은 운임을 징수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외에도 운영기관의 방만한 경영 상태도 재정적자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감사원은 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가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열차 운행 횟수와 환기 설비 운영 시간 등을 줄여 약 77억 원을 절감한 뒤 51억 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한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적정한 운임을 징수하는 한편, 철도 운영사의 경영상태 점검이 시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철도 운영사들이 적자 보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만약 정부가 모든 운영사에 지원할 경우 국고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수혜자는 중앙정부를 비롯해 해당 지자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임승차 전액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대도시(특히 수도권)에 대한 특혜로 인식될 수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계층이 일부 노인들에게 편향돼 있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하철이 운영되고 있는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광주·대구·대전의 광역시에 거주하는 노인만이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제공하는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
모든 지역에 대중교통 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에 부합하는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마중물 버스, 100원 택시 등이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 해외의 경우 시간대에 따른 할인율 조정, 가구 소득에 따른 차등 할인율 등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국내의 제도가 과도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정책적으로는 비용대비 편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성공적인 제도라고 본다. 물론 보완돼야 할 점도 당연히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이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은퇴 및 국민연금 수령 연령 조정과 함께 노인 무임승차 수혜 연령의 조정도 필요해 보인다.
-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인식변화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지난 2014년 대한노인협회 등 노인 단체에서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 이용 자제하기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노인 세대가 젊은 세대의 출퇴근 고통에 공감하고 있음을 표명한 것으로, 이 같은 인식변화 조치가 꾸준히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정책적 성과는 충분하다. 그러나 비용부담 방식은 불공정하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선임연구원 약력
학력
프랑스 국립 프랑슈꽁테 대학교, 경제학석사
프랑스 국립 프랑슈꽁테 대학교, 경제학 박사 전(前)과정
프랑스 국립 프랑슈꽁테 대학교, 경제학(산업조직) 박사
경력
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전 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수석연구위원(파견)
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본위원
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사업 평가위원
현 국토교통부 궤도건설심의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