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승객 “당연히 유지돼야 하는 제도” vs “유료화해도 부담 없어”
유임 승객 “65세 노인 아냐, 연령 높여야” vs “차등 할인 필요해”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00% 무료운임을 시행하는 곳은 국내뿐이다. 전편([소통광장-무임승차]② 노인 승차요금이 유료화 된다면?)에서도 언급했듯이 해외에서는 소득, 출퇴근 시간 제외 등 다양한 조건을 두고 할인율을 차등 적용 중이다. 이런 탓에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인 “무료이용 계속 가능해야…일부 유료화 수용 가능”
그렇다면 무임승차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 노인들의 생각도 같을까. 지난 16일 <뉴스포스트>는 노인 이용객이 많은 종로3가역과 제기동역을 찾았다. 27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탓인지 노인들은 대부분 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 부채질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라를 위해 헌신해온 노인들을 위한 일이니 계속 유지돼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탑골공원 입구에서 만난 박은식(89·가명) 씨의 말이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박 씨는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공원에 나오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등 기본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령연금으로 30만 원 정도를 받는다는 그는, 그 돈으로 끼니와 병원비 등을 해결한다. 거기에 교통비까지 더해진다면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길주(85·가명) 씨도 박 씨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씨는 “지하철 운영사의 적자 문제를 왜 노인들한테서 해결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유지되던 정책이 폐지된다면 노인들이 겪게 될 부담은 누가 책임져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개선·보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인들도 있었다. 제기동역 지하철 내에서 만난 이염덕(72·가명) 씨는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폐지되거나 요금을 일부 지불하는 등 제도적 변화가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괜찮을 것 같은데요”라며 운을 뗐다.
그는 “요즘같이 집밖에 잘 못 나가 우울할 때 이거라도 있어서 좀 낫습니다. 더운 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라도 쐴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약재를 사러 시장에 종종 오기 때문에 노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물론 요금을 지불할 능력은 있어서 할인율이 바뀐다고 해도 크게 부담은 없지만, 조금은 서운할 것 같기는 하네요.”라고 말했다.
약령시장 가판에서 만난 김순이(86·가명) 씨도 노인 무임승차제도 변경 여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김 씨는 “요즘 노인센터 문도 잘 안 열고 해서 친구들 만나러 시장으로 나오고는 해요. 집에 있으니 자식들 눈치도 좀 보이고요. 지원 덕분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도 좋기는 하지만, 적자가 그렇게 심하면 좀 조정해도 되지 않을까요?”라며 반문했다.
노인들은 제도가 유지돼야 함에 대해선 모두 찬성했지만, 차등 적용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교통비용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에 속하는 노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유임 승객 “필요한 제도인 건 분명…차등 할인율 필요”
요금을 지불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반 승객들도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다만 노인 연령을 조정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는 등 차등을 둔 할인율 적용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입을 모았다.
주로 5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김창범(36·가명) 씨는 “노인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인 건 맞죠. 다만 65세는 더 이상 노인으로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변화는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으로 정의될 나이에 다다랐다는 김순임(63·가명) 씨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씨는 “2년 뒤 노인 인구에 합류하겠지만 삶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처럼 당당하게 요금을 내고 눈치 보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필요하다면 소득에 따라 지원을 해주거나 출퇴근 시간에는 할인하지 않는 등의 조정이 있으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중이라던 박민정(22·가명) 씨는 “철도 운영기관의 적자 원인이 모두 노인 무임승차 때문인 것 같지는 않아요. 그동안 뉴스에서 보도되던 철도 운영기관의 방만한 경영도 한몫했겠죠.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지하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운영기관은 운영기관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의견을 전했다.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노인복지법에 따른 최소한의 교통복지로 규정되는 만큼 ‘폐지’를 외치는 이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폐지보다는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지는 것이 문제로 떠오른 철도 운영사들의 적자 해소 및 노인을 위한 복지를 유지할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하철은 노인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쾌적한 내부 환경은 물론 교통사고 위험도 낮아 ‘훌륭한’ 대중교통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현재 상황에서 현행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시대에 맞는 해결방안이 제시돼야 할 시점이다.
다음 편에서는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둘러싼 찬반양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