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 부작용” vs “휴전 국가 총 들어야”
20대 찬반 갈려...30·40·50대 전환 긍정적

우리 사회에서 병역 의무는 건드려선 안 될 ‘역린’ 중 하나다. 2020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가수 유승준은 군대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선택해 지금도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병역 의무 앞에선 정치판도 뒤흔들린다. 과거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회창 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이후 정치인 자녀들의 군 의혹 문제는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다. 

징병제는 비리와 특혜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과 함께 저출생으로 유지를 못 하는 상황이 다가오면서, 불가피하게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는 한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군대에 가냐 안가냐의 문제를 놓고 우리 사회가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얽혀있는 병역 문제에 대해 다루고, 특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모병제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모병제 도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2016년 찬성 의견은 35%에 그쳤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반면 ‘현행 징병제 유지’는 2016년 48%에서 2021년 42%로 집계됐다. 5년 사이 징병제 유지를 원하는 목소리는 6%p 하락했지만,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은 8%p 증가한 것. <뉴스포스트>는 모병제 도입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어떤지 세대별 목소리를 들어봤다. 


청년층, 징집 필요성 팽팽


취재 결과 대체로 청년층에서는 찬반이 갈렸다. 20대 초반 연령은 모병제 도입 찬성을, 후반부터는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우선 모병제 도입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달라진 현대전 양상과 징병제의 비효율성을 꼽았다. 

이예지(23·가명) 씨는 “현대 전쟁 무기 발전에 따른 일반 군인들의 필요성도 낮아졌고, 인원을 줄이는 대신 군인의 삶의 질과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우(21·가명) 씨는 “지원병제로 갈 경우 강제 징병인 경우보다 의욕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훈련이나 작전이 가능해지는 인력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단축되는 등 훨씬 효율적일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반면 모병제 도입을 반성하는 이유로는 한국이 휴전 국가라는 것과 군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병사 모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승원(29·가명) 씨는 “징병제의 단점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쟁국가로 기본적으로 총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라며 “미국은 총기가 합법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군대를 다녀오고 예비군도 하면서 총 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유사시 나라를 위해서도 좋다”라고 말했다. 

김홍중(25·가명) 씨는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니 짧게라도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징집이 맞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하영민(29·가명) 씨는 “군대에 대한 인식이 워낙 좋지 않아, 모병제로 전환해도 누가 지원할지 의문이다”라며 “나는 월급을 500만 원 준다고 해도 안 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은규(27·가명) 씨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모병제 전환 시 현역병의 급여 수준을 보면 월 200~300만 원인데, 지금 군대는 40~50만 원의 급여를 주고 있다”라며 “현재보다 5~6배 정도의 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재정적인 부담이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논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사진=국방부 트위터)
(사진=국방부 트위터)

 


중장년층 “모병제로 전문적 병력 운용해야”


30·40·50대는 인구가 감소해 지금과 같은 징집 인원을 유지하기 어렵고, 현대전은 지금과 같은 일반 군인들의 필요성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모병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군인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군 비리 및 비위에 대한 처벌이나 규정 등이 강화돼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윤민 (37·가명) 씨는 “ 징병제는 싼 가격에 인력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군 병력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라며 “기계화 부대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사병들은 주로 허드렛일을 하기 때문에 모병제로 전환해 전문적인 병력을 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심재민(58·가명) 씨도 “기간도 짧고, 무조건 가게 하니까 군대가 물렁해졌다. 모병제로 전환해 병사 월급도 올리고 복지도 좋게 해 진짜 군대가 돼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달용(60·가명) 씨는 “전쟁을 쪽수로 하는 시대가 아니다. 요즘같이 징병제로 이뤄진 당나라 군대가 무슨 군기로 싸울 것인지 의문이다. 차라리 모병제로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성 징병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병제 전환으로 여성 복무, 병역 대상자들에 대한 보상 등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이 씨는 “만약 징병제를 유지한다면 여성 징병도 이뤄져야 한다”라며 “남녀 모두 단기사병 형태의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오세인(32·가명) 씨는 “선택적 징병제인 것이 문제로, 징병제를 할 거면 이스라엘처럼 모두 가야 한다”라며 “전쟁이 났을 때 여자만 안 죽는다는 법도 없고 최소한 본인을 지키는 법은 알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징병제를 하든 모병제로 전환을 하든 지금 같은 징병제는 의미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손민수(40·가명) 씨는 “모병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모병제가 좋다고 생각한다. 모병제를 도입하면 ‘군대를 가니 마니, 가산점을 주니 마니’하는 갈등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직업군인의 생각은 어떨까. 그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징병제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했다. 

해병대 하사 서영호(28·가명) 씨는 “모병제인 미군과 연합훈련을 자주 하는데, 수준 차이가 정말 많이 난다. 우리나라 국군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체계”라며 “군 생활도 18개월로 줄어 주특기를 살려보지도 못하고 전역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역하면 대원들은 그만이지만 계속해서 근무하는 장교와 부사관들은 매번 새로운 대원을 교육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라며 “징집된 대원들은 ‘나 아니어도 누군가는 한다’라는 생각이 절반 이상으로, 군대 체계와 문화에 불만이 생기고 사건·사고와 불명예 전역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육군 중사 이민형(31·가명) 씨는 “가기 싫어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꼴’이 돼, 간부들은 본인의 업무보다는 대원들을 어르고 달래는 등 병력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하기 싫은데 데리고 오면 하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서로 싫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많은 현역 간부들이 모병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의 체계와 문화를 부러워한다. 미국의 경우는 군인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고, 나라를 지키는데 희생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대우해 준다”라며 “우리나라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체계가 바뀌기 까지는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면 충분히 국군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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