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징병제 청원 사흘 만에 5만...군가산점 논의까지
“이대남 민심 달래야” vs 선거 진 여당의 포퓰리즘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취지의 청와대 청원은 젊은 층 남성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20대 남성들의 분노를 달래야 한다는 주장과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1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취지의 청원에 이날 오후 1시 기준 5만 2천 명 이상이 사전 동의했다. 청와대는 사전 동의 100명 이상 청원 글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게시판에 ‘진행 중 청원’으로 등록한다.
해당 청원은 지난 16일 게재됐다. 하지만 게재된 지 불과 3일 만에 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링크는 20~30대 젊은 층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올라갔고, 이들을 중심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라며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 징병제 관련 청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꾸준히 등장해왔다. 하지만 단 기간에 수만 명의 지지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이례적이다.
재보선 참패 후 ‘이대남’ 민심 달래려는 여당
정치권에서도 여성 병역 문제 관련 논의가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모병제와 남녀평등 복무제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박 의원은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해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되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인 ‘남녀평등 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직원 채용 때 군 경력을 인정해 주자는 의견을 밝혔고, 전용기 의원은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개정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승진 평가 때 병역 의무 경력을 반영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군 가산점 재도입을 할 수 없다면 개헌을 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위헌 판결로 사라진 군 가산점 재도입까지 거론하는 등 여당의 태도 변화는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명확해졌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중 박영선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고작 22.2%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20대 남성 유권자들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72.5%를 몰아줬다.
“이대남 겨냥한 포퓰리즘 경계해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지난 2019년에 발표한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여권 지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해왔다. 2017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남성 국정지지율은 87%에 달했으나 2018년 12월에는 41%로 떨어졌다. 재보선 결과는 이 같은 여론이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보고서는 2018년 여성들이 주도한 불법 촬영 반대 시위를 기점으로 20대 성별 간 정치의식 격차가 벌어진 점을 20대 남성들의 지지도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이들에 대해 “자신들이 느끼는 역차별 및 박탈감 요인이 성별 할당제, 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책에 기인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당에서 연일 발표되는 20대 남성들을 위한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박용진 의원의 제안에 대해 “모병제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목표이나,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실현가능성 없는 입술 서비스로 2030 표나 좀 얻어보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강민진 정의당 내 청년정의당 대표는 19일 “강제 징병과 애국 페이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정말로 개선하기 위한 정치권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필요한 때”라며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선 안 된다”고 여당 의원들이 군 복무 관련 화두를 던지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