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이준석 합의...국민의힘 당내 반발로 무산
홍남기 경제부총리 “소득 하위 80% 지급이 적절”
재난지원금 관련 연구 “소득계층별 차등 지급 필요”

재난지원금은 지난해 5월 최초로 전 국민 대상 지급됐다. 1차 재난지원금은 당초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범부처 TF를 통해 전 국민 지급으로 선회한 바 있다. 이달 2차 추경에 포함된 ‘5차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지급 대상과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뉴스포스트는 다섯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국내 재난지원금의 성격과 이에 대한 논란, 해외의 재난지원금 지급 사례 등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한 ‘5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논란과 같이, 이번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지급 대상(소득 하위 80% 또는 전 국민)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 증액 등을 놓고 여당과 야당, 정부 등의 입장이 판이한 것이다. 뉴스포스트가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국민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국민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송영길과 이준석의 짧은 오월동주...국민의힘 당내 반발로 여야 합의 무산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상견례를 겸한 만찬 자리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와 정부가 대립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컸다. 지난달 29일 여당과 정부가 소득 하위 80%까지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내용과 충돌해서다.

하지만 이날 여야 대표의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야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라면서 “전 국민 지급을 통한 소비 촉진은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적 당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렵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당이야 원래 철학이고 원칙이고 상관없이 돈뿌리는 것으로 일관했다”면서 “재난의 충격을 전혀 받지 않은 국민에게까지 모두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것에 도대체 무슨 정책합리성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선 후보라면 매표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당내 비판 여론 확산에 이준석 대표는 다음날인 13일 브리핑을 통해 “확정적 합의라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이었다”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당론을 모은 상태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2차 추경안 심사에 나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해 “소득 하위 80%에게만 지급하는 게 적정하고, 전 국민에게 주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증액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소득 하위 80% 지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案 ‘소득하위 80%’, ‘소상공인 손실 보상 6천억’, ‘저소득층 10만원 추가 지원’


기획재정부는 2차 추경에 포함된 ‘5차 재난지원금’을 ‘코로나19 피해지원 3종 패키지’로 명명했다. 추가경정예산 33조 원 가운데 15조 7,000억 원을 코로나19 ‘5차 재난지원금’으로 준비하겠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에 10조 4,000억 원 예산을 편성한다. 가구소득기준 하위 80%에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5만 원, 2인 가구는 50만 원, 3인 가구는 75만 원, 4인 가구는 100만 원 등을 받는다. 5인 가구 이상이어도 가족 수 제한 없이 1인이 추가될 때마다 25만 원을 추가로 받는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은 건강보험료로 소득기준을 판단한다. 2021년 기준 △1인 가구 365만 5,662원 △2인 가구 617만 6,158원 △3인 가구 796만 7,900원 △4인가구 975만 2,580원 △5인 가구 1,151만 4,746원 △6인 가구 1,325만 7,206원 등 이하이면 인당 25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여기에 저소득층이면 1인당 10만 원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정부안에 포함된 저소득층은 모두 296만여 명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이 포함된다.

또 영업시간 규제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소상공인들을 위한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에 3조 3,000억 원을 지급하고, 손실보상 법제화에 따라 6,000억 원을 추가로 편성해 모두 3조 9,000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 피해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여야 모두 소상공인 손실보상액을 6,000억 원에서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증액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신용카드 캐시백을 활용하는 ‘상생 소비지원금’ 1조 1,000억 원도 예산안에 포함됐다. 올해 2분기 월 평균 카드 사용액 대비 3% 초과 사용액의 10%를 캐시백으로 환급하는 내용이다. 월 10만 원 한도로, 최대 30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정부안에 따른 지급 시기는 2차 추경이 통과된 이후 한 달 이내다. 7월 추경 이후 ‘국민지원금 범부처 TF’ 마련해 8월 이내, 늦어도 9월 초까지는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 사용률 99.5%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국민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30일 대통령 주재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1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논의됐고, 이는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으로 발표됐다.

당초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70%로, 약 1,400만 가구였다. 지원규모는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범부처 TF팀 논의를 통해 전 국민 지급으로 가닥을 잡았다. 

결국 1차 재난지원금은 지난해 5월부터 8월에 걸쳐 전 국민인 2,216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가구 100만 원 등을 지급했다. 총액은 14조 2,357조 원에 달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1일까지 현금과 상품권으로 지급된 금액을 제외하고 지급액의 99.5%인 12조 656억 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전 국민 지급? 선별 지급? 연구결과는 ‘소득계층 고려한 차등 지급’


지난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연구들은 재난지원금이 국민과 소상공인들의 경제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 기간에 소상공인 매장 이용 비율이 수령 이전 22.8%에서 수령 후 38.3%로 1.7배 증가한 것이다. (김을식 외, 2020.)

문제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5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지급 대상에 대한 의견 차이가 가장 크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정한 데 반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소득 하위 80%까지만 지급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이 모이지 않은 상태다.

당위를 미뤄놓고 재난지원금 지급의 경제적 효과만을 놓고 본다면, 소득 기준에 다른 차등 지급이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평등적 재정 지원보다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재난지원금이 가구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들은 재난지원금이 저소득 가구에 더 큰 소비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득계층별로 형평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2주 동안 서울 지역 카드 매출액을 살펴본 결과 지역별 차이가 있었다. 강남구 카드 매출은 2019년 대비 93%로 차이가 없었지만, 강북구는 103%에서 106%로 3%가 늘었다. 서초구와 금천구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에 따르면 재난지원금도 이전 지출의 효과가 선별적일수록 높다는 선행 연구들과 일치한다. (최한수, 2020.)

또 재난지원금이 개별 가구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한 연구결과에서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 대비 소득 1분위와 2분위 등 저소득 집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소비 증가가 나타났다. 특히 식료품과 음식, 음료, 숙박, 교통 등에서 소득 1분위 집단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남재현 외, 2021.)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전 국민 보편적 지원을 하더라도 소득계층별로 재난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뉴스포스트는 기획 기사 2부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액 증액 논의의 당사자인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들어본다. 
 


※ 참고자료
남재현 외,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 소비에 미치는 영향, 사회복지정책, 제48권, 제1호, pp.63-95, 2021.
이관후, 긴급재난지원금의 의미와 평가:정책의 실효성과 지자체의 역할을 중심으로, 경남발전, pp.46-55, 2020.
최한수,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 월간 복지동향, 261, pp.18-23, 2020.
김을식 외, 1차 재난지원금은 실패했나?, 이슈&진단, pp.1-25, 2020.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