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재난지원금은 ‘전국민’ 혹은 ‘대다수’에 지급
‘천조국’ 미국은 지원 볼륨 높인 압도적인 경기부양책
캐나다·일본 등은 점차 ‘선별’로 선회
“자영업자에 더 두텁게, 저소득층에 더 촘촘히”
재난지원금은 지난해 5월 최초로 전 국민 대상 지급됐다. 1차 재난지원금은 당초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범부처 TF를 통해 전 국민 지급으로 선회한 바 있다. 2차 추경에 포함된 ‘5차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지급 대상과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뉴스포스트는 네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국내 재난지원금의 성격과 이에 대한 논란, 해외의 재난지원금 지급 사례 등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34조9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난지원금은 논의 때마다 ‘전국민 지급’이냐 ‘선별 지급’이냐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88% 국민에 지급돼 사실상 대부분 국민을 포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방식의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을까.
‘천조국’ 미국의 압도적인 경기부양책
미국의 경우 지난해부터 총 6차례의 재정부양책을 실시해왔다. 우리나라의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성격의 가계 현금 지원은 3차, 5차, 6차 재정부양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한 3차 재정부양책(2020년 3월 27일)에는 연소득 9.9만 달러 이하인 미국인에 개인 당 최대 1200달러를 지원했다.
두 번째 가계 현금 지원은 지난해 12월 27일 시행된 5차 재정부양책에 담겼다. 지원 규모는 인당 최대 600달러로 줄었고, 마찬가지로 소득 9.9만 달러 이하 미국인에 지급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3월 11일 내놓은 6차 재정부양책은 총 1.9조 달러, 한화로 약 216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재정부양책이다. 재난지원금은 소득 기준을 8만 달러 이하로 잡아 기존보다 지급 대상을 축소했다. 따지고 보면 초기 재난지원금보다 ‘선별’해 추가 지원을 한 셈인데, 소득 기준 8만 달러 이하는 미국인의 85% 정도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번 6차 재정부양책을 통해 연 8만 달러 이하 소득의 미국인은 인당 최대 1,400달러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강력한 중소기업 보호 프로그램이다. 미국은 3차 재정부양책부터 급여보호프로그램(Payroll Protection Program, PPP) 제도를 시작했다. PPP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는 500명 이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업체에 직원들의 임금 등을 대출해 주고, 소기업에서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면 대출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자영업자나 종교단체, 민간 비영리 기관도 PPP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이 상환의무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대출 실행 이후 8~10주 동안 대출금을 직원 임금, 임대료, 전기·가스·수도 등 유틸리티 비용 등에 사용해야 한다. 최대 대출 한도는 1천만 달러(한화 약 115억)로, 8주 동안 목적에 맞게 대출금을 썼다고 증빙하면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연 1% 이자율로 2~5년 안에 갚아야 한다. 미 중소기업청(SBA)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기준 PPP 승인 대출 건수는 1182만 3594건으로 총 7998억 달러(한화 약 923조)가 중소기업 고용 유지를 위해 풀렸다.
캐나다 파격 CERB 정책의 역설
캐나다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재빠른 긴급지원 프로그램(CERB) 도입으로 주목을 받았다. CERB 프로그램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사람에 4주에 2000달러(약 180만 원)씩 지원했고, 4개월간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어갔다. 신청 방법도 주민번호(SIN)와 출생연도만 입력하면 별다른 소득 검사 없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줬다.
하지만 CERB 프로그램은 지난해 9월부로 종료됐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별다른 소득 검사 없이 지원금이 지급되다 보니 부정수급 문제가 속출했고, 소득 기준과 상관없이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가구’에 지급돼 고소득층에도 지원을 해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CERB 지원은 소득 하위 10%의 저소득 근로자가 절반 이상(55.3%)이 혜택을 받는 등 저소득층의 안전망 구실을 했지만, 연 13만2517 캐나다 달러(한화 약 1억 2,167만 원)를 버는 상위 10%의 고소득자도 11.3%가 CERB를 지원 받았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중앙은행이 내놓은 보고서 ‘COVID-19가 캐나다 가계 소비, 부채 및 저축에 미치는 이질적인 영향’에서도 고소득 가구의 CERB 지원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고소득자는 여행이나 사치품에 대한 지출이 많기 때문에, 3~4월 락다운 기간 동안 소비지출이 더 크게 감소했다”며 “그 결과 (고소득층의) 저축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캐나다 연방 정부는 ‘핀셋 지원’ 방식으로 경기 부양책을 바꿨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 지원을 기존 실업보험(EI)으로 대체하고, 자영업자 등 실업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캐나다 회복지원제도(CRB)로 보완해 지원하고 있다. CRB는 코로나19로 주당 수입이 50% 이상 줄어든 이들에게 매주 600달러씩, 최장 50주까지 지급한다.
일본, 자영업자 거리두기 자발적 참여 유도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4월 인당 10만 엔(약 100만 원)의 ‘생활지원 임시 급부금’을 지급한 이후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당시 전국민에 지급된 현금 70%는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저축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교도통신 4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과 호주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은 일본의 유명한 가계부 앱 ‘머니 포워드 ME’ 이용자 23만 명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저소득층의 경우 재난지원금 지급 후 소비 증가가 다른 계층에 비해 50% 가량 높았지만, 소득이 높을수록 저축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업무시간 단축 협력금’으로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정부가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면 가게들은 문을 닫아야하는데, 이 때 업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가게에 일일 최대 7.5만 엔(한화 약 78만 원)을 보상해준다. 일본의 업무시간 단축 협력금은 올해 8회차(7월21일~8월 17일)까지 진행됐다.
*참고 자료
한국은행, <해외경제 포커스>, 21.05.28
국회입법조사처 현안분석, <재난지원금 지급 현황과 경제적 효과 및 향후 과제>, 20.12.30
The Bank of Canada, <The Heterogeneous Effects of COVID-19 on Canadian Household Consumption, Debt and Savings>, 20.11.27
일본 센다이 시 안내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 방지를위한 근무 시간 단축의 협조 요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