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콜센터 상담 업무 11년 차 심명숙 씨 인터뷰
코로나 이후 전화 상담 폭증…대기 시간 길어져
코로나 지침에 대한 자세한 상담부터 항의까지
앞으로 팬데믹 또 올 수 있어…상담 인력 충원 해야

모든 인류가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처음 마주한 재난(災難). 전례 없는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 삶 전반의 균형이 깨진 채 고립돼 잊혀가는 사람들. <뉴스포스트>는 팬데믹 속 사회적 약자가 돼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죄송합니다. 통화량이 많아 상담사 연결 대기 중입니다. 현재 15명이 대기 중이며

서울특별시와 25개 자치구 행정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120 다산콜센터. 교통 정보, 수도 요금, 지방세, 민원 신고, 정책 문의 등과 관련한 상담 업무에서 지금은 코로나19에 관한 민원 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부터 재난지원금, 거리두기 강화, 백신 접종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과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민원은 빗발쳤다. 반면 다산콜센터 내 전화 상담 인력은 부족해 상담 지연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뉴스포스트는 120 다산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심명숙 씨를 만나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업무량에 따른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다산콜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진행하는 심명숙 씨를 만났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다산콜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진행하는 심명숙 씨를 만났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코로나 상담, 우리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었다”

다산콜센터 상담 업무 범위는 넓다. 서울시청 각 부서별 정책에 관한 안내를 기본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청과 보건소 대표번호가 이곳으로 연결된다. 가족관계 관련 신고, 여권 발급 등의 민원 업무를 포함해 시나 구에서 하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자세한 상담도 진행한다.

심 씨는 “초기보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시나 구에서 발표하는 정책과 관련해 궁금한 게 있다면 다산콜센터로 전화를 많이 한다. 저희가 정책 담당자는 아니지만, 질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드려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만큼 숙지를 해서 알려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서울시가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미리 사전 교육을 받는다. 해당 내용에 대한 민원인들의 예상 질문지를 받아보며 전화 상담 내용을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이 모든 상황을 변화시켰다. 갑자기 발표되는 정책 탓에 상담사들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코로나 방역지침을 발표한 후, 지자체에 상세한 걸 물어보라고 한다. 이 발표 내용을 기준으로 부랴부랴 서울시도 지침을 만든다. 여기서 시간차가 생기는데, 민원인들은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중대본 발표 나자마자 ‘거리두기가 다음 주부터 바뀐다는데 나는 영업을 해도 되는지’, ‘몇 명까지 들어올 수 있는 건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그런데 대부분 중대본 발표는 목요일 아니면 금요일이다. 서울시 발표는 그다음 주 월요일 오전이 돼야 나온다. 그럼 서울시 지침이 없는 주말 동안 저희 상담사들은 명확한 답변을 해드릴 수 없는 질문을 계속 받아야 한다. 민원인도, 저희도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다”라고 회상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는 매뉴얼도 없어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심 씨는 “지금은 코로나 검사도 누구나 받을 수 있었지만 초기에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의사 진단서나 의사 소견이 있어야지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발열 증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아가도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보건소는 의사 소견 없으면 검사도 안 해주니까 시민들 입장에서도 어디에 이걸 물어봐야 할지 답답하셨을 거다. 정확한 지침도, 현장 상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매번 민원인에게 ‘아직 자세한 사항이 안 나왔다’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어 응대했다. 그는 “상담사들끼리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다. 거기에 민원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들에 대한 각 자치구별 내용을 정리해서 상담했다. 그런데 초기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지침이 구별로 달랐다. 대표적인 것이 ‘확진자 동선 공개’다. ‘어떤 구에서는 무슨 동, 무슨 아파트에 사는지까지 다 알려주던데, 왜 여기는 안 알려 주냐’라는 문의가 많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자세히 알려드리지 않는다’ 정도로 답변해 드리지만 구별로 다르니 항의가 굉장히 많았다.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 지침에 따라서 확진자 동선 공개가 제한이 되면서 똑같이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 전, 심명숙 씨가 다산콜센터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심명숙 씨 제공)
코로나 사태 전, 심명숙 씨가 다산콜센터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심명숙 씨 제공)

상담 지연 빈번…그 이유는

다산콜센터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전화 민원이 급증하며, 상담 지연이 발생했다. 특히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전화는 빗발쳤다. 이런 상황에 기존과 똑같은 인력으로는 신속한 상담을 한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는 “총 400여 명의 상담사가 있고, 평일에는 약 240명 정도가 일을 하고 있다.  전화 상담 이후에 문자로 자료도 보내드리고 있고 챗봇으로 들어온 상담 중에서 단답형 대답은 AI가 하고 있지만 민원 접수가 필요한 건 상담사가 직접 관리한다. 스마트폰 불편신고 앱으로 들어오는 민원도 담당자 지정은 상담사의 역할이다. 또한 02-120으로 오는 문자 상담사도 따로 있다. 예전보다 업무 환경은 변화했지만 인력은 그대로다. 그러니 전화 상담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심 씨는 “코로나 관련해서는 전체적인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하는 부분이 많다. 어떤 부분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대안까지 알려줘야 민원인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럼 전화 상담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하루 평균 통화 시간이 30~40분 정도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산콜센터 운영 초반과 비교했을 때 응대율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응대율 높이자고, 상담 없이 바로 담당자 연결시킬 수는 없다. 우리 업무가 민원인과 1차 상담을 통해 민원을 해결해 주고, 정확한 담당자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 인력을 충원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다산콜센터 노조는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 40명을 충원했는데, 그 이후로 그 규모의 인력 충원은 없었다. 작년에 4명, 올해 2명 정도 있었다. 한정된 정원에서 한 명이 그만두면 한 명의 티오가 생길 뿐이다. 인원이 충원되어야 상담 지연도 없고 더 질 좋은 상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산콜센터 상담 인력 충원 요구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심명숙 씨. (사진=심 씨 제공)
다산콜센터 상담 인력 충원 요구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심명숙 씨. (사진=심 씨 제공)

욕설보다 더 힘든 것은 ‘억지 주장’

코로나 사태 초기,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일하는 콜센터에서 집담 감염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한 명이 확진되면 전체 감염 우려가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심 씨는 “집단감염 우려 크다. 일반 사무직은 아무 말 없이 앉아서 일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계속 말해야 하고, 칸막이는 있지만 한 공간에 많은 인원이 있다 보니 불안하다. 그래서 방역도 철저히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재택근무도 하고 있다.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이 터지면서 바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재단에서 미리 노트북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다 불가능할 거라고 했지만 지금 별 탈 없이 진행 중이다. 현재 80~90명 정도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의 효과는 올해 나타났다. 지난 6월 다산콜센터 상담사 1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지만, 확진자는 재택근무 중이었기에 추기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콜센터 노동자의 가장 큰 고충은 ‘악성 민원’이다. 이에 대한 질문을 하자 심 씨는 “악성 민원 보다 강성 민원이 더 힘들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악성 민원은 욕설 등을 말한다. 강성 민원은 억지 주장, 하소연, 반복적인 민원 제기 등을 말한다. 강성 민원이 사실 더 힘들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더 우울해져서 그런지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 목소리도 쏘아붙이듯이 말하거나, 토 달지 마라, 내 말만 들어라 등 강압적인 분들도 많다. 상담사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 없는데, 본인의 주장에 자꾸 동의해달라는 민원인도 있어서 난감할 때가 많다. 그래도 다 듣고 민원 접수는 해드려야 하니까 꾹 참고 듣는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 씨는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 길어질 줄 아무도 몰랐을 거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민원인, 상담사, 공무원 모두 지친다. 이런 일이 또 생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화 상담 인력은 계속 필요하다. AI 상담이 나오면 전화 인력이 대체될 거라고 했지만 예측은 다 빗나갔다. 전화 상담을 찾는 분들이 더 많아졌고, 특히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서울시가 잘 판단해 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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