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 2만 여건 가까이 리트윗되며 갑론을박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교통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인데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페미니즘 아웃(OUT)!’ 스티커가 붙은 사진이 17일 트위터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니”라는 글과 함께 두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에서 운영 중인 임산부 배려석 안내 문구 위에 ‘페미니즘 OUT!’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은 모습이다.
해당 스티커에는 “임산부 있으면 비켜주면 될 거 아냐? 근데 나는 노인, 장애인한테 양보하고 싶거든? 배려도 강요돼야 하나? 심지어 누구한테 배려해야 하는지까지 강요당해야 해? 이건 실질적으로 ‘여성전용석’을 만들어서 성별갈등 부채질하는 페미니즘 좌석임을 이제 모든 시민이 알고 있어! 민주페미당, 너네 정신 못 차리지?”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해당 트윗은 17일 오후 2시 기준 1만 9,000건 이상 리트윗 됐다. 트윗을 본 임신 6주 차 김소연(31) 씨는 “교통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로 만든 임산부 배려석을 놓고 성별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좌석 하나 앉겠다고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도 “애를 그렇게 낳으라고 하면서 정작 임신한 사람들은 이딴 소리를 듣고 살아야 함?”, “좌석 하나로 페미니즘 역차별이라고 얘기하는 것부터 페미니즘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인다”, “임산부석은 제발 건들지 말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은 지난 2013년부터 지정됐으며, 부산과 대전, 대구, 광주의 지하철에도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됐다. 이후 ‘임산부가 없는 상황에서도 배려석을 비워둬야 하는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등을 놓고 끊임없이 논쟁이 벌어졌다. 2016년에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남성들 얼굴을 몰래 촬영해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는 페이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배려석 운영을 반대하는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의 공식 운영 방침은 배려석을 임산부를 위해 비워놓자는 것이지만 강제성은 없다. 이처럼 모호한 기준 때문으로 시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라도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