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친분 쌓고 송금 요구
7~8월 인천세관 신고 건수 급증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부쩍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20대 청년 A씨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무력감을 달랬다. 채팅에서 만난 상대는 A씨와 취미, 취향, 관심사 등 공통분모가 유독 많았다. 심리적으로 많이 약해진 A씨는 얼굴 한번 보지 못 본 상대에게 빠른 시간 안에 매료됐다. 그때 상대가 A씨에게 정체불명의 사이트 주소를 건넸다.

채팅 어플로 추정되는 사이트. 상대는 A씨에게 사이트에 수천만 원 상당의 포인트가 쌓여있다고 말했다. 현금으로 환전하기 위해서는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A씨에게 특정 계좌에 수십만 원을 입금해 달라고 부탁했다. 환전만 된다면 수천만 원 상당 포인트를 A씨에게 전액 주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대화 당시에는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라고 자랑하던 상대. 고작 수십만 원이 없어 포인트를 환전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A씨는 수상함을 감지했다. A씨가 의심하기 시작하자 상대는 해외에 거주하다 와서 송금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시 그를 설득했다.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A씨는 더 이상 속지 않았다. 돈을 송금하지 않은 채 상대와의 연락을 끊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피해자 영혼까지 해치는 사기

A씨가 수십만 원을 입금했으면 상대의 약속대로 수천만 원어치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러진 못했을 것이다. 상대는 사이트에 오류가 생겼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다시 수수료 입금을 종용하고, 잠적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는 이를 두고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 ‘로맨스스캠’이라 부른다.

로맨스스캠은 온라인으로 친분을 쌓은 뒤 돈을 갈취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프로필 사진을 도용하거나 사회적 신분을 위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현금 갈취 방식은 다양하다. 불행한 가정사를 꾸며내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세관 통관 등의 문제로 급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씨의 사례처럼 포인트 환전으로 유혹하기도 한다.

각종 수법에 낚여 돈을 송금한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신뢰했던 상대가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범죄자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피해자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크다. 심각한 범죄임에도 국내에서는 로맨스스캠을 ‘기타 범죄’로 분류해 정확한 통계 조차 잡히지 않는다. 각종 자료를 통해 피해 규모를 짐작할 뿐이다. 

앞서 인천세관본부는 지난 7~8월 로맨스스캠 피해 방문 신고는 월평균 3~4회, 전화 신고는 일 평균 3~4회라고 밝힌 바 있다. 올 1~6월 월평균 방문 신고 1~2회, 전화 신고 1~2회에 2배에 해당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올 5월 경기도에서도 로맨스 피싱으로 76명에게 46억 4천만 원을 갈취한 조직원들이 붙잡혔다. 송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온라인 신종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로맨스스캠, 예방법은?

금전적 손해는 물론 피해자에 정신적 피해까지 안기는 로맨스스캠은 범죄 유형을 아는 것이 예방의 첫걸음이다. 경찰청은 홍보자료를 통해 ▲ SNS를 통한 무분별한 친구 추가 자제 ▲ 해외 교포·낯선 외국인·파병 장교·외교관·중동 갑부 등 온라인상 교제 유의 ▲ 온라인 교제 시 부탁을 가장한 금전 요구에 송금 금지 ▲ 선물 발송을 이유로 보낸 배송업체 사이트 URL 접속 지양 등의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원광대학교 경찰학연구소가 2019년에 발표한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에 대한 고찰’에는 더욱 자세한 논의가 담겨 있다. 논문에 따르면 범죄 예방과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는 먼저 끊임없이 진화하는 로맨스스캠 시나리오를 대중에 공개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로맨스스캠 피해자들이 자책이나 피해 회복 불가로 신고를 망설이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기관 간 공조와 민간기구의 협조는 물론 인터넷, 텔레비전 방송 등을 통해 신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법적 마련의 필요성을 전했다. 로맨스스캠은 현행법으로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며,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논문은 “SNS 허위 계정 단속 및 회원가입 실명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입법안을 마련해 범죄 수단에 대한 접근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며 “처벌 강화를 위한 전기통신금융사기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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