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스프레드 오르는데...합성수지까지 전가 안 돼
“에틸렌 스프레드 상징적 지표일 뿐...물량 감소가 문제”
롯데케미칼 “수소·배터리 신사업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롯데케미칼이 장기 실적 반등을 위해 수소에너지와 배터리 소재 사업, 리사이클 플라스틱 사업 등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과 IEA의 전략비축유 방출로 러-우 사태로 상승한 국제유가라는 급한 불은 꺼졌지만,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업 불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에틸렌 스프레드 손익분기점 넘었지만...NCC는 물량 줄였다
석유화학업계 실적을 좌우하는 큰 요소인 글로벌 동향은 나쁘지 않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배럴당 127.86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정점을 찍었던 국제유가는 이후 완만한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배럴당 97.41달러를 기록해 16일 만에 100달러 밑에 안착했다. 지난 11일에는 배럴당 97.64달러까지 내렸다.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가 당분간 내림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대량의 전략비축유를 푼다고 밝히면서다. 미국과 IE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른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1억 2000만 배럴 분량 비축유를 6개월에 걸쳐 시장에 방출할 예정이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도 국제유가 하락에 손을 보탰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중국은이 봉쇄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중국 내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 전망되면서다.
국제유가가 내림에 따라, 원유를 증류해 생산하는 원자재 납사(나프타)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3월 첫째 주 톤당 1023.13달러였던 납사 가격은 △3월 둘째 주 1019.63달러 △3월 셋째 주 949달러 △3월 넷째 주 966.00달러 △4월 첫째 주 888.50달러 △4월 둘째 주 888.00달러 등으로 내림세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동반 하락으로, 석유화학업계의 원자재 비용 부담이 경감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가격은 3월 둘째 주 이후 톤당 13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에틸렌은 롯데케미칼 등이 NCC 설비로 납사를 열분해해 만드는 원재료로, 여러 석유화학제품의 기본 원료다. 석유화학기업은 납사 가격이 낮을수록, 에틸렌 가격이 높을수록 이익을 보는데, 이 마진율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최근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이 에틸렌 스트레드가 톤당 300~350달러 수준이면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고 보고 있다. 3월 첫째 주 톤당 196.87달러를 기록했던 에틸렌 스트레드는 △3월 둘째 주 290.37달러 △3월 셋째 주 361달러 △3월 넷째 주 364달러 △4월 첫째 주 471.5달러 △4월 둘째 주 452달러 등으로 보수적 기준으로 봐도 손익분기점을 29% 이상 넘은 상태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에틸렌 스트레드가 손익분기점을 넘어도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롯데케미칼 등 NCC들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물량을 줄여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12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에틸렌 스트레드는 석유화학업황의 상징적인 지표일 뿐, 실제 실적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상황도 있다”며 “NCC들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물량을 줄이면서, 합성수지까지 수직계열화된 전체 구조로는 마진이 전가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체 상태인 에틸렌 자체로는 판매량이나 수출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롯데케미칼 등 NCC의 실적 반등은 장기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신사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구축”
롯데케미칼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석유화학업계 불황을 수소에너지와 배터리 등 신사업으로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1일 롯데케미칼은 국내 주요 투자기관 20곳을 대상으로 ‘2022 CEO IR Day’를 실시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약 90분간 진행된 행사에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김연섭 ESG경영본부장, 김민우 신사업부문장이 참석해 롯데케미칼의 수소,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 전략 및 ESG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산업의 펀더멘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소에너지사업단’과 ‘전지소재사업단’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수소에너지사업단은 황진구 기초소재사업대표가, 전지소재사업단은 이영준 첨단소재사업대표가 단장을 겸임한다. 각 사업단은 일관된 전략 수립과 실행으로 수소 시장 선점을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배터리 소재 사업 역량 집중을 통한 산업 내 입지 강화 및 고부가 소재사업 추가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사업단은 해외 암모니아를 확보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생산과 운송, 유통, 활용 등 수소사업 전 과정의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생산 블루, 그린 암모니아 국내 도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총 120만 톤의 청정수소를 국내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데, 합작사를 통해 충전소 사업과 발전사업은 물론, 그룹 내 계열사 모빌리티 활용 확대로 수소 사업 추진 로드맵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전지소재사업단은 친환경차 수요 증가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이어지는 서플라이체인의 핵심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를 위해 약 4조 원을 투자해 2030년에는 관련 사업 매출 5조 원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2030년까지 리사이클 플라스틱을 100만 톤 이상 판매 달성을 위해 물리적,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기술 확보와 관련 설비 건설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내 PET 1위 생산기업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1년 울산2공장에 약 800억 원을 투자해 11만 톤 규모의 C-rPET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날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부회장)은 “기존 사업의 ESG경쟁력 강화 및 Green 신사업 진출을 통해 지속성장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하고 주주의 믿음에 보답하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