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월포초등학교’ 110미터 거리 ‘경륜·경정 장외발매소’
장외발매소 운영 3년 뒤 들어선 초등학교...교육부 “이전 강제 어렵다”
경기도시흥교육지원청 “대체부지 없어 장외발매소 근처에 학교설립”
경륜중독 살해사건 1.6km 거리서 발생...500미터 이내 초·중·고 40곳 달해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공단)의 시흥시 경륜·경정 장외발매소가 인접 초등학교의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운영하고 있어 교육환경 침해와 안전이 우려된다. 주관 교육기관들은 “민원이 없어 대응하지 않았고, 법적 방법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장외발매소 운영 3년 뒤 초등학교 들어서...‘심의절차 생략’


월포초등학교와 시흥시 소재 ‘경륜·경정 장외발매소’ (사진=교육환경정보시스템, 교육환경보호구역 GIS)
월포초등학교와 시흥시 소재 ‘경륜·경정 장외발매소’ (사진=교육환경정보시스템, 교육환경보호구역 GIS)

26일 뉴스포스트 취재 결과, 공단이 경기도 시흥시 소재 ‘월포초등학교’에서 불과 110미터 거리에 ‘경륜·경정 장외발매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은 지난 2003년 7월 11일부터 현재까지 월곶중앙로 마린월드건물 2층과 3층에 장외발매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생의 보건과 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학교시설 반경 200미터 이내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는 경륜·경정 장외발매소 운영이 금지된다. 

다만, 학교 경계 등에서 직선거리로 200m까지의 ‘상대보호구역’에서는 지역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시설에는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공단이 월포초등학교 인근에 운영하는 경륜·경정 장외발매소는 이런 법에 따른 심의절차가 생략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포초등학교가 장외발매소가 운영된 지 3년 뒤인 2006년 설립돼 법적으로 교육장의 심의절차를 밟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시흥교육지원청 “국민체육진흥공단 자발적 이전 기대”


국민체육진흥공단 전경.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전경.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주관 부서인 교육부와 경기도시흥교육지원청 모두 월포초등학교 인접 경륜·경정 장외발매소가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은 인지하는 상황이다. 다만 장외발매소 이전을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5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교육환경 여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다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해당 경륜·경정 장외발매소의 확장이나 이전 등을 추진하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 기존 장외발매소의 이전이나 철거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경기도시흥교육지원청 관계자도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월포초등학교 설립 당시 장외발매소가 100미터 근처에 운영되고 있는 점을 알았다”며 “하지만 마땅한 대체부지가 없었고, 장외발매소 이전을 강제할 수 없어 부득이 현재 학교부지에 월초포등학교가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학교가 들어서기 전부터 운영하고 있어 법적으로 경륜·경정 장외발매소 이전 의무가 없다”며 “민원이 없어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공단의 자발적 이전이나 폐쇄 등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뉴스포스트는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공단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본지는 추후 공단 측이 입장을 밝히면 추가 보도할 예정이다.


‘경륜 중독’ 40대, 여고생 흉기로 살해하기도...고양시 장외발매장은 민원에 문 닫아


경륜·경정 장외발매소가 교육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은 여러 차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경륜에 중독된 40대 진모 씨가 경기 하남시 감일동의 한 고가도로에서 여고생 A양을 흉기로 살해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진 씨는 “금전적으로 어려워 돈을 빼앗을 생각도 있었고 성적 호기심도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진 씨는 아내와 초등학생, 유치원생 등 두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하지만 진 씨는 범행 7~8년 전부터 경륜에 빠져 주말마다 집 근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경륜장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공원경륜장과 살해된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는 1.6킬로미터 거리다.

지난 2020년 고양시 학교 인근 경륜·경정 장외발매소(일산 스피존)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운영 22년 만에 폐쇄되기도 했다. 200m 이내 낙민초등학교가 자리했던 일산 스피존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스피존 이용자들의 음주와 흡연, 노숙 등 문제를 일으켜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 

한편, 뉴스포스트 취재에 따르면 공단이 운영하는 경륜·경정 장외발매소 500미터 인근에 위치한 초·중·고는 서울과 경기, 인천, 충남 등 전국에 걸쳐 모두 40곳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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