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 “휴식 시간에 사고...2인1조 작업원칙 지켜”
코레일 “사고 전 ‘내근직’ 발령...임의 외부 활동 중 사고”
한국전력공사, 중대재해법 관련 ‘3억4천만원’ 법률자문 용역 입찰
한전 “대형 로펌 법률자문은 근로자 법익과 권익 보호 목적”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 공기업 측이 중대재해와 관련해 ‘근로자 과실’을 주장하거나 ‘억대 법률자문’을 구하면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2020년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인의 노동자 영정을 두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위한 집중 집회'를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2020년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인의 노동자 영정을 두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위한 집중 집회'를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한국남동발전 “휴식 중 사고” 코레일 “임의로 혼자 작업 중 사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남동발전과 코레일에서 각각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고용부는 이들 공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선 상태다.

한국남동발전 CI. (자료=한국남동발전 제공)

이날 오후 9시 30분쯤 경남 고성군 소재 한국남동발전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40대 근로자 A씨가 숨졌다. 삼천포화력본부 하청업체 한전산업개발 소속 A씨는 2인1조로 설비 점검을 하다, 48m 높이의 계단 난간에서 추락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시 시설물을 육안으로 점검하던 중 계단 난간에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와 관련해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18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사망한 A씨는 작업 중이 아니라, 작업 이후 대기실에서 휴식 도중 사고가 났다”며 “함께 휴식하던 근로자가 사라진 A씨를 찾다가 난간 아래로 추락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고용부 조사가 끝난 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한국철도공사 CI. (사진=한국철도공사 제공)

한국남동발전 근로자 사망 사고가 일어난 14일, 코레일에서도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50분쯤 대전시 대덕구 소재 코레일 대전차량사업소에서 50대 근로자 B씨가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B씨는 선로 옆에 누운 상태였다. 발견 이후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 도착 전 사망했다. B씨는 대전차량사업소 조차장(열차를 연결·분리하는 정차장)에서 열차 하부 점검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당초 고용부는 B씨가 발견 당시 외상이 없고, 지병이 있었다는 정황에 따라 산업재해가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B씨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발견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B씨 부검 결과 외상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열차 충돌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B씨는 사고 사흘 전인 이달 11일부터 ‘내근직’으로 발령이 나, 외부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며 “다른 외근직 직원들은 모두 조를 꾸리고 현장에 나갔는데, B씨는 임의로 혼자 작업 현장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 CI.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공사 CI.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공사에서는 지난해 11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김다운(38) 씨가 작업 중 감전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여주시 소재 신축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작업 중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김 씨는 사고 이후 전봇대에 연결된 안전고리에 의해 10m 상공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구조 당시 김 씨는 맥박과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상반신 대부분이 감전으로 3도 화상을 입었고 사고 19일만인 11월 24일 결국 숨졌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절연장갑 보호구 대신 일반 면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또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절연차가 아닌 일반 트럭을 타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측 해명 사실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어렵다


한국남동발전과 한전산업개발, 코레일, 한국전력공사 등은 모두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실제 법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따라 현재로선 법 적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김앤장’과 ‘광장’, ‘세종’ 등 국내 대형 로펌에 3억 4000만 원 규모의 법률자문을 구할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법 적용과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법 관련 한전의 법률자문 계획을 두고 “한전이 중대재해 예방보다는 법률적으로 회피하는 도피방안을 찾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겠다”며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는 법률 메뉴얼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근로자의 법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남동발전과 코레일의 이번 근로자 사망사고도 사측의 해명이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현국 유앤 파트너노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면 적용된다”며 “근로자가 임의로 사업장 범위를 벗어나거나, 중과실을 범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동발전과 코레일 측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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