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정지선] 우리나라의 상속세(증여세)는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과 더불어 가장 논란이 많은 세목 중 하나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도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 신설’ 항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여세의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초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상속세의 최고세율은 2000년에 종전의 45%에서 50%로 인상했으며, 최고세율 구간도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낮춘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8개 OECD 회원국 중에서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는 나라는 24개국인데, 일본(55%)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가장 높다. 더구나 최대주주가 기업을 승계받을 경우에는 할증률 20%(최고세율 50%에 20%를 적용하면 10%)가 적용돼 최고세율이 60%가 된다.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2022년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사망으로 넥슨 지주회사의 지분 30%를 물납하면서 정부가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고, 우량 중견기업인 락앤락의 경우에는 상속세 때문에 해외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이러한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과도한 상속세는 저축과 투자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심각한 위험요소가 된다. 따라서 반드시 개편되어야 하지만 개편의 필요성이 주장될 때 마다 ‘부자감세’라는 비판에 부딪히면서 제자리 걸음이다.
상속세를 개편함에 있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OECD 회원국 1/3 정도는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상속세를 폐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이다. 전세계적으로 상속세의 세율을 인하하는 것을 넘어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는 국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캐나다·스웨덴·뉴질랜드 및 호주 등의 경우에는 상속세 대신에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콜롬비아 등의 경우에는 추가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고, 오스트리아와 멕시코 등의 경우에는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에는 상속세의 최고세율이 70%이었던 적도 있지만, 2005년에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한편 영국 정부도 상속세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상속세 수입이 역대 최대인 71억 파운드(약 12조원)에 달하였지만, 국가의 재정수입 보다는 경제의 역동성을 위해서 상속세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즉,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부를 물려줄 수 있는 ‘열망하는 나라’가 되자는 것이다. 7월 16일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리시 수낵 행정부와 집권당인 보수당은 상속세 폐지 방안을 마련해서 2025년 하원 총선거에서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자산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는 부자들의 경우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가정은 상속세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소득세를 내고 난 후의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며, 열심히 일한 결실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때 사라지지 않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가능한지의 여부가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상장주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등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의 과세에 있어서 여러 미비점이 있기 때문에 상속세를 폐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즉, 상속세를 폐지하면 소득세를 회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상속세를 폐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의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는 유산과세형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속세 과세유형이 타당한지가 문제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상속세를 부과하는 24개국 중에서 한국·미국·영국 및 덴마크 등을 제외하고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중에서 영국은 상속세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덴마크의 경우에는 15%라는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해 유산과세형 부과방식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상속세라는 세금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세금이지만, 그 부담은 상속인이 한다. 따라서, 상속세를 부과함에 있어서는 피상속인 기준이 아니라 상속으로 인해 재산을 받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응능부담의 원칙에 타당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 유산취득세형을 채택하고 있다. 즉, 상속세를 부과함에 있어서 피상속인이 남겨둔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다.
유산취득세형은 유산과세형에 비하여 응능부담의 원칙에 부합하고, 상속세의 원래 목적인 부의 분산을 유도하는 기능이 더 높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유산취득세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상속세의 세율구조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지만, 할증과세가 덧붙여지면 60%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개인이 소득을 얻었을 경우 최고세율 45%의 소득세가 부과되고, 추가적으로 4.5%의 지방소득세도 부과된다. 따라서 개인이 소득을 얻었을 경우에 최고 49.5%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리고 나중에 사망했을 경우 최고 50% 또는 60%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결과적으로 개인이 소득활동을 통해서 얻은 소득의 약 20%(25%)만이 자녀들에게 상속되는 것이다. 이는 이중과세의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세금은 부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세율로 인한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업승계에 대한 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공제제도를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속세에 있어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세율로 인해 가업승계에 대한 특례제도 등 오히려 세제만 복잡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의 세율을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조하여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과도하게 높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실질적으로 입법적으로 해결된 것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상속세는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과 달리 과세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피부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나라는 상속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하던 2000년 즈음 우리나라는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인상하고, 최고세율 구간도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인하하는 등 상속세를 강화했다.
그리고 상속세는 증여세와 함께 소득재분배 기능이 큰 조세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인하여 중산층의 경우에도 상속세를 부담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상속세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러 실증논문을 통해서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상속세의 과세유형은 현재의 유산과세형에서 유산취득세형으로 변경해야 하며, 현재의 최고세율 50%는 너무 높기 때문에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과세는 그 타당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
한편, 상속공제 중에서 배우자 상속공제의 경우에는 1996년말 개정으로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배우자 상속공제의 경우에는 가족을 부양하고 있던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인들이 겪을 수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완화해 주기 위한 다른 공제제도와는 그 목적이 다르다. 즉, 배우자 상속공제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재산분할과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세금부담이 전혀 없는데, 배우자의 상속에 대해서는 한도를 두고 있는 것은 그 타당성에 있어서 의문이다. 따라서, 배우자의 상속의 법정상속분에 대해서는 한도액 없이 전액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과거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신설하고, 고율로 개정할 당시에는 일반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수도권에 아파트 1채만 가지고 있어도 고액의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 일반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그로 인해 세율의 조정 등이 이뤄졌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공제제도도 실제로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즉, 실제로는 10여년 전 설정된 성년 자녀공제 한도액 5,000만원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서, 증여세 부담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에 가깝다.
이러한 부분적인 개편보다는 상속세가 전체적으로 합리적으로 개편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프로필>
▲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조세심판원 비상임 조세심판관
▲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민간위원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 지방세발전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