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정지선] 대통령실은 8월 1일부터 21일까지 ‘배기량 중심 자동차세 기준 개선’이라는 주제로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했다. 과거 배기량이 높을수록 차량 가격도 높았기 때문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했다. 하지만 기술의 지속적인 발달로 배기량이 낮더라도 성능이 좋은 차량이 많이 나오고 있고, 고가의 전기차에 비해서 가격이 낮은 대형차 보유자들이 자동차세를 많이 부담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토론을 하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는 등록제도 원년인 1945년에는 불과 7000여대였지만, 2023년 7월 기준 등록대수는 2579만5336대이며, 이 중에서 전기차가 39만2141대다. 자동차 수는 80여년 만에 무려 3685배가 증가했으며 종전에는 없던 전기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 자동차는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사치품의 성격이 강했지만 현재는 거의 생활 필수품화 되었다.

현재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는 지방세법에 자동차세가 도입된 1967년 이후 56년째 유지되고 있으며 과세구간은 종전 5단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3단계로 축소됐다.

자동차세의 과세표준은 승용자동차·승합자동차·특수자동차 및 3륜 이하 소형자동차 등에 따라서 달리 산정된다. 승용자동차의 경우에는 다시 영업용과 비영업용 및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구분된다. 주로 문제되는 비영업용 승용자동차의 경우에는 1000cc 이하는 cc당 80원, 1000cc ~ 1600cc는 140원, 1600cc 초과는 200원이 산출 기준이다. 반면 배기량이 없어 그 밖의 자동차로 분류되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경우에는 정액으로 연 10만원을 낸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를 도입할 당시에는 배기량에 따라서 자동차의 가격이 결정됐다. 영업용의 경우에는 일정 부분 자동차세를 감면할 필요가 있어서 비영용 승용자동차 보다는 저율로 자동차세를 부과했다.

특히 고가의 전기차 또는 수소차의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구조가 타당한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와 같이 배기량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재산과 환경오염 등 자동차가 가지는 복합적인 성격을 반영할 수 있으며, 대형차 보유자는 유지비용과 관리비용을 감당할 소득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를 개편할 경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국과의 조약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배기량 기준의 우리나라 자동차세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자동차세를 도입할 당시에는 배기량이 높은 경우 이에 비례하여 차 값도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그 당시에는 차 값이 배기량에 비례하여 결정됐다. 그러나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배기량이 적어도 성능이 우수한 차량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차 값은 몇 배씩 차이가 나는 경우에도 자동차세는 동일하거나 오히려 세 부담이 적은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동차세를 도입할 당시의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둘째, 자동차세를 도입할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전기차나 수소차의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자동차세는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격이 약 2000만원 정도 하는 아반떼 1.6 가솔린의 경우에는 자동차세가 연 22만원인데, 가격이 1억5000만원 하는 테슬라 모델X의 경우에는 자동차세가 연 1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셋째, 자동차 배기량은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의 수급 기준인 자동차의 재산가치로도 쓰인다. 이로 인하여 차가 아무리 오래되어 낡았더라도 배기량이 1600cc를 넘어가게 되면 수급 자격이 박탈되게 된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다자녀 가정의 아버지가 대형차를 렌트해서 사용하다가 수급 자격이 박탈되거나, 사별한 남편이 보유하고 있던 중형 중고차를 보유할 수 없어서 그 차를 팔고 소형 중고차를 다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즉, 현 규정은 차량 가액이 낮은 대형차에게를 불합리하고,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 또는 수소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넷째, 현재와 같이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고 있는 근거 중 하나는 환경오염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차량의 출시 후 매년 5%씩 할인해서 차령이 11년을 넘으면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자동차세를 감면하고 있는 이유는 차량가치의 하락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문제 때문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다면 오히려 자동차세를 할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이러한 경우 자동차세를 할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자동차는 토지나 건축물 등과 같은 재산세 과세대상과는 달리 운행과정에서 유류 등을 소비하면서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환경오염을 시키고, 도로를 이용함에 따라 도로의 유지 및 보수비용을 유발하는 등 다른 자산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지나 건축물 등과 동일하게 가격만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즉, 자동차의 경우에는 토지나 건축물과는 다른 특징으로 인해 자동차세라를 별도의 세목으로 과세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만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세가 재산세적인 성격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세를 개편함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가격이 일정 부분 자동차세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를 운행하는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대기오염, 온실가스 배출, 도로의 유지와 보수비용, 연비 등도 반영되도록 자동차세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금이라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것이어야 한다. 과거에는 현실적이었지만 현재 현실적이지 않다면 그 세금은 존재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는 과거에는 가장 현실적이 세금이었지만, 전기차 또는 수소차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기술력의 발달로 인하여 배기량과 차 값이 비례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에 맞게 세제를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는 반드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자동차의 가격을 평가함에 있어서 침수차량이나 사고차량 등의 적정한 평가와 연비나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관련해서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개편을 위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프로필>
▲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조세심판원 비상임 조세심판관
▲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민간위원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 지방세발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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