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정지선]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독립해서 과세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이다. 이 당시의 세율은 35%의 단일비례세율구조였다. 그 이후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법인세율은 지속적으로 인하해 2011년에는 2단계 초과누진세율구조의 형태가 됐다. 즉 2011년에는 2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10%의 세율을 적용하였으며, 2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20%의 세율로 법인세를 과세했다.
그런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법인세에 있어서 형평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며,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부자감세에 해당하여 형평성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2년부터는 기존의 세율에 2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2%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으며, 2018년부터는 3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5%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와 같이 법인세에 있어서 형평성을 강조한 결과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4단계 초과누진세율구조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2022년 말 세법개정을 통해서 1%의 세율을 인하게 되어, 현재에는 2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9%,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19%, 200억원 초과 3천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21%, 3000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24%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인세에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실질적으로 법인세의 최고세율은 26.4%라고 할 수 있다.
법인세 있어서 형평성을 강조하여 초과누진세율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법인세를 통해서 소득재분배를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법인은 기본적으로 이익창출의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세금은 궁극적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세의 과세에 있어서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에 법인에 대하여 높은 세율로 법인세를 과세하면, 그러한 세금은 근로자나 소비자 등에게 일정 부분 전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법인세를 내기 전의 이익이 아니라 내고 난 후의 이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근로자의 급여를 깎거나, 물품가격의 인상을 통해서 법인세를 내고 난 후의 이익을 동일하게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법인세를 높은 세율로 과세하면 기업들은 더 낮은 세율로 법인세를 과세하는 국가로 옮겨 가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 자기자본에 대한 비용인 배당은 손금에 산입되지 않지만, 타인자본에 대한 비용인 이자비용의 경우에는 손금에 산입된다. 따라서 법인세의 경우에는 기업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법인세율을 높게 하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과세소득을 줄이기 위해서 자기자본 보다는 타인자본을 늘릴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로 인하여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한편 일부에서는 법인세율을 낮게 설정하면 주주들이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러나 상장법인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기업의 자산을 사적인 재산처럼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법인세의 세율과 소득세의 세율 차이가 클 경우에는 사내유보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크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스위스나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오히려 다국적기업의 유치 등을 통해서 다른 나라에 비하여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법인세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종전에 전부 과세하던 해외 자회사의 국내 본사에 대한 배당의 경우 2022년 말 법인세법의 개정을 통해서 배당금의 95%를 익금불산입하도록 개정했다. 이로 인하여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기업 10곳이 해외 법인에서 벌어들인 돈 40조원 가량을 국내로 들여 왔으며 대부분 설비투자로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구조는 매우 불합리한 것으로서 최소한 현재의 4단계 초과누진세율구조를 종전 2011년까지 적용하였던 것과 같이 2단계 세율구조로 변경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세율구조 중에서 21%와 24%의 세율구조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9%의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의 경우 현재와 같이 2억원 이하로 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문제다. 2억원 이하로 규정한 시기가 2008년이므로 물가상승과 경제규모 등을 반영하여 5억원 이하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법인세의 세율구조는 5억원 이하에 대하여는 9%로 하고, 5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19%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로필>
▲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조세심판원 비상임 조세심판관
▲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민간위원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 지방세발전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