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금감원 거친 금융 전문가…수익성·내부통제 개혁 시험대
NH농협은행 의존도 71.5%…비은행 계열사 실적 부진이 발목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논란…9개 계열사 중 6곳 CEO 영남 출신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 (사진=뉴시스)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만년 5위'로 평가받는 농협금융의 수익성 정체와 내부통제 문제 해결에 나섰다. NH농협금융은 KB·신한·하나·우리금융과 함께 5대 금융지주에 속하지만 수익성과 포트폴리오 경쟁력에서 경쟁사 대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회장이 강한 실행력과 정책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경제 정책 전문가 


이 회장은 금융과 거시경제를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1966년 경북 영덕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1회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를 거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하며 경제 정책과 금융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쌓았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경제정책의 실행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 특히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사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정책을 주도한 경험이 농협금융의 주요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직에서 쌓아온 강한 실행력과 정책적 시야를 바탕으로 농협금융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만년 5위, 실적 정체 타개 방법은 


NH농협금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 2조31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KB금융(4조3953억원), 신한금융(3조9856억원), 하나금융(3조2254억원), 우리금융(2조6591억원)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NH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순이익은 1조6561억원으로 은행권 1위 신한은행(3조1028억원)의 53% 수준에 불과했다. 비은행 계열사들도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그룹 전체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NH농협금융은 그룹 내 수익 의존도가 여전히 NH농협은행에 집중되어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NH농협은행이 NH농협금융의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5%에 달한다. 반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KB·신한·하나금융처럼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이자 수익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계열사별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혁신안을 수립해 지속 가능한 손익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 확대와 퇴직연금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사진=NH농협금융)
(사진=NH농협금융)

 


내부통제 개혁 시험대 


NH농협금융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핵심 과제는 내부통제 강화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중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를 가장 많이 공시(6건)했으며,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도 3건에 달했다. 이에 그룹 차원의 강력한 내부통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사고 예방 및 리스크 관리 강화를 강조하는 만큼, 이 회장이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으로서 금융사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정책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내부통제 체계를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관리하고 금액의 대소를 불문하고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NH농협금융의 지배구조 특성상 농협중앙회의 인사 및 경영 개입 문제가 내부통제와도 맞물려 있어 독립적 경영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NH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 독립성이 제한적이다. 최근 9개 계열사 중 6곳의 CEO를 교체하면서 이들 대부분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같은 영남 출신 인사로 채워지면서 중앙회의 입김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NH농협금융이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명목으로 중앙회에 납부하는 부담도 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납부한 농지비는 4583억원으로 전년 대비 888억원 증가했으며 2012년부터 누적 금액은 5조2170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이 금융당국과 중앙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며 독립 경영을 추진할지도 관심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 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특히 중앙회의 인사 개입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내부통제 강화와도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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