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과포화에 '팔색조 생존 전략' 눈길
IP 활용·화제성 겨냥 제품으로 트렌드 쫓다
O4O 전략으로 온라인·오프라인 경계 낮춰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해외 시장 공략 가속화
[뉴스포스트=최문수 기자] 우리나라 편의점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자연스레 점포 수의 양적 팽창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경쟁의 축은 '얼마나 많은가'에서 '왜 방문해야 하는가'로 이동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물건을 사기 위해서만 편의점을 찾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식사 이상의 맛을 즐기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찾는 생활 거점으로 여긴다.
K편의점, 안팎으로 생존 경쟁 심화
17일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대표 3사는 변화에 맞춰 치열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초개인화된 미식 플랫폼, O4O(Online For Offline)' 앱을 통한 고객 락인(Lock-in), 캐릭터 IP 활용 및 뷰티 제품을 통한 경험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편의점 대표 3사가 택한 전략은 차별화다. 수만 개의 점포가 비슷한 상품을 판다는 인식을 깨야만 고객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먹거리와 플랫폼 등 두 영역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K컬처 확산과 철저한 현지화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 중이다.
가지각색 차별화 전략
GS25는 프리미엄 간편식(HMR)과 트렌디한 협업 상품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최근 출시한 '용사라면'처럼 화제성 있는 매운맛 라면을 단독 출시하거나, 저당 말차 그릭요거트 '요즘(YOZM)'와 같이 건강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캐릭터 IP를 활용한 전략이 성공적이다. '카카오프렌즈 춘식이' 캐릭터를 활용한 '춘식이우유' 시리즈는 출시 이후 월평균 100만개 이상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강력한 팬덤을 편의점 고객으로 흡수한 사례란 평가다.
CU는 지역 상생과 콘셉트 특화라는 독자 노선을 걷는다. '김천김밥축제' 우승작 '호두마요 제육김밥'이나, '휴게소 FESTA' 수상 메뉴를 실제 상품으로 출시하는 등 지역의 검증된 맛을 전국 유통망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의 메가 히트로 얻은 디저트 강자 이미지를 '핫브레드(즉석 빵)' 코너 등으로 이어가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라면 라이브러리' 매장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문을 연 이 특화 매장은 약 100종의 라면을 한곳에 모아 라면 박물관처럼 꾸몄고, 국내외 관광객에게 꼭 들러야 할 명소로 인식되며 일반 점포 대비 10배가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세븐일레븐은 모기업 롯데그룹과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롯데리아 오징어얼라이브 버거'의 맛을 라면으로 재해석 및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틈새시장도 공략 중이다. 제주 흑돼지 등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간편식을 출시하거나, 업계 최초로 '말차 하이볼', '간바레오또상 캔 사케' 등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한 주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창제과'와 손잡고 'APEC 공식 디저트'를 단독 공급하는 등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다
편의점 대표 3사의 또 다른 격전지는 모바일 앱이다. O4O 전략은 온라인에서의 편리한 경험이 오프라인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 앱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 성장이 둔화되면서, 3사는 신규 가입 유치에서 기존 고객 락인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GS25의 '우리동네GS' 앱은 강력한 보관 기능이 강점이다. 앱과 매장의 경계선을 허물고 소비자들의 편리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존의 여러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
이 앱 내 '나만의 냉장고'는 1+1, 2+1 행사 상품 등을 앱에 가상으로 보관했다가 원할 때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찾을 수 있게 한다. '와인25플러스'는 O4O 전략의 백미로 꼽히는데, 앱으로 수백에서 수천 종의 주류를 주문하고 원하는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어 주류 애호가들의 놀이터로 불린다.
CU의 '포켓CU' 앱은 픽업과 예약 구매가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연세우유 크림빵' 신드롬 당시, 앱을 통한 예약 구매가 크게 증가하며 O4O의 위력을 입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편PICK'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앱에서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아가게 한다.
최근에는 주류 픽업 플랫폼 '데일리 샷'과 제휴하는 등 자체 앱 기능 강화와 더불어 외부 플랫폼과의 연동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개방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앱'은 독특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차별화를 두고 있는데, '라스트 오더' 서비스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 판매해 재고 관리와 고객 혜택을 동시에 잡았다.
이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시도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와 협업한 '세븐픽업'이다. 이는 개인이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 세븐일레븐 점포를 안심 거래 거점으로 활용하게 하는 C2C(개인 간 거래) 물류 서비스로, 상품 구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잠재 고객의 매장 방문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고도의 전략이 깔려있다.
"국내는 포화"…맞춤형 전략으로 영토 넓힌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자, 편의점 대표 3사의 눈은 일제히 해외로 향했다. 단순한 점포 확장이 아닌, K푸드의 매력과 현지 문화를 결합한 맞춤형 전략이 성공 방정식이 되고 있다.
CU의 해외 진출이 가장 공격적이다. 몽골 시장에서는 이미 500호점을 넘어서며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거듭났다. 전체 해외 매장 수에서도 약 720개로 경쟁사 대비 가장 많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CU의 행보는 이달 업계 최초로 미국 하와이에 'CU 다운타운점' 1호점을 오픈한 것이다. 점포 개설을 넘어 'K컬처 플랫폼'으로서 미국 본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교두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마스터 프랜차이즈(MFC) 계약을 통해 현지 파트너사와의 역량을 활용, 리스크를 줄이고 확장 속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하와이 1호점은 떡볶이 등 K푸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현지 유명 아티스트 '시그 제인(Sig Zane)'과 협업한 디자인을 매장 전반에 적용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병행했다. 이는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를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GS25는 베트남과 몽골을 핵심 전략지로 삼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호찌민을 중심으로 남부지역 1위 편의점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이후, 북부 지역 섭렵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3월에는 중선파마(동화약품 베트남 체인)와 함께 '약국 내 샵인샵 편의점' 형태의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몽골의 경우는 CU보다 후발주자지만,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맹추격 중이다. 올해까지 점포 수를 500개로 늘릴 계획을 밝히며 현재 2위 사업자로 올라선 데다가, 현지 유럽 파트너와 협력해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중으로 전해진다.
세븐일레븐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베트남이나 몽골 등 신규 시장 진출보다는 기존에 진출한 말레이시아 시장의 안정화와 국내 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발열 내의, 겨 뷰티 아이템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동절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는 등, 국내 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