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끝없는 파행... 사후규제안 법안소위 기약 없어
- KT‧딜라이브, ‘속이 탄다’, ‘매각 진행 내부파악 어려워’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23일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놓고 벌이는 여야 정쟁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 딜라이브 등 정부부처와 통신업 관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속히 국회 파행을 정리하고 법안소위를 개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유튜브 '한입뉴스' 캡쳐)
(사진=뉴스포스트 유튜브 '한입뉴스' 캡쳐)

▲ 통신·IPTV·케이블 지형도 개벽하는데... 합산규제로 ‘KT’만 소외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발표’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018년 하반기 기준 3,249만544명이다. 같은 해 상반기에 비해 53만명이 증가했다.

사업자별로는 △KT 686만1,288명(21.12%) △SK브로드밴드 465만2,797명(14.32%) △CJ헬로 409만7,730명(12.61%) △LG유플러스 387만7,365명(11.93%) △KT스카이라이프 323만4,312명(9.95%) △티브로드 312만286명(9.6%) △딜라이브 204만4,277명(6.29%) 등으로 집계됐다.

2018년 하반기 기준으로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합산한 가입자 수는 1,009만5,600명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31.07%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현재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무선통신수익 하락과 5G 관련 투자비를 수복하기 위해 케이블 서비스사업자 인수에 발벗고 뛰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인수(인수 시 점유율 23.92%)한다는 뜻을 밝혔고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인수 시 점유율 24.54%)하는 행보를 밟는 중이다.  

KT도 시장지배력 확장을 위해 딜라이브 인수를 대내외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KT는 딜라이브 인수라는 밥이 곤죽이 될 정도로 애꿎은 군불만 지피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에 발이 묶인 까닭이다.

합산규제에 따르면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SO, 위성방송, IPTV)는 특수관계자인 타 유료방송사업자를 합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3%)을 초과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현재 시장점유율 31.07%(KT·KT스카이라이프)인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7.36%으로, 33.33%를 넘어 합산규제를 어기게 된다.

(사진=선초롱 기자)
(사진=선초롱 기자)

▲ 국회에 KT-‘속이 탄다’, 과기부-‘정치공세 불과’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27일 기준으로 일몰된 상태다. 하지만 국회는 합산규제를 재도입할지 완전히 폐지할지, 아니면 사후규제안을 도입할지 등에 대해 1년여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음에도 현재까지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6일에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뒤늦게 법안소위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30일의 제한된 기한을 제시하며 합산규제를 대체할 사후규제안을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소위원장이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KT와 과기부가 제출한 안을 보면 실망감을 넘어 무력감을 느낀다”며 “과기부는 이 틈을 활용해 M&A심사권 강화, 사후규제 강화 등 사실상 부처의 재량적 규제권한을 확대하겠다는 안을 들고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는 김성태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정치적인 발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1년여의 기간 동안 합산규제를 이어갈지 아니면 사후규제안을 마련할지에 대해 의견조차 일치시키지 못한 국회와 과방위에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6일 과기부가 과방위에 사후규제안을 제출했지만 현재도 국회는 여야 정쟁으로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 등의 주장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부처이기주의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공세라고 생각하는데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사후규제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요구한 바대로 충실히 작성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국회 파행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안이나 사후규제안을 논의하는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M&A를 한다고 하는데 KT만 목표로 한 법안에 발이 묶여 속이 타 답답하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 “지금 상황에서는 KT가 딜라이브든 다른 SO든 인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통신과 IPTV, 케이블 등 다종다양한 영역에서 점유율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합종연횡 속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해 KT만 소외된 상황에 불만을 토로한 것.

국회 파행에 매각대상인 딜라이브도 몸이 달았다. 유력한 원매자인 KT가 사후규제안의 국회 계류로 오도 가도 못하기 때문. 딜라이브는 오는 7월이면 1조4,000억원 규모의 채권이 만료돼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MBK파트너스 등은 지난 2007년 딜라이브 지분의 90% 이상을 인수하기 위해 2조원 이상을 차입한 바 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매각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동요되는 상황은 아니다. 삼일회계법인이 매각 주간사이기 때문에 매각 진행 관련해서 회사 내부에서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KT 이외의 다른 딜라이브 원매자를 찾느냐는 질문에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거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료방송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하루속히 국회가 본연의 모습을 찾아 사후규제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 합산규제를 재도입할 것인지, 사후규제로 바꿀 것인지 등에 대해 유료방송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진행할 영역인데 자꾸 정쟁의 도구로 비화되고 있다”며 “과기부가 나름대로 위성방송의 공공성강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국회에 제출했음에도 야당에서는 무조건 비판만 하고 지금도 국회가 파행돼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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