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집단 감염 폭발...확진자가 확진자 돌보기도
의협·노조도 코호트 격리 반발...“전용 병상 마련해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가 폭발하면서 요양시설 등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집단 감염이 발발한 요양시설들을 코호트 격리 했지만, 이 같은 조치가 도리어 감염 위험성을 높이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의료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경로 분포의 9.1%는 의료기관과 요양시설로 총 5,410명이다. 기타 집단 발생이 29%(1만 7,338명)으로 가장 많았고, 선행 확진 환자 접촉이 26,1%(1만 5,595명)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올해 초 대구를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었던 신천지 관련은 8.7%(5,213명)으로 의료기관과 요양시설보단 적다.
특히 사망자의 코로나19 감염경로 분포는 의료기관·요양시설 46.5%(409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령의 기저 질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집단 발생은 15.1%(133명), 선행 확진자 접촉 9.3%(82명), 신천지 관련 3.1%(27명), 지역 산발 감염 25.1%(221명), 해외유입 0.6%(5명), 해외유입 관련 0.2%(2명)이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 양천구 요양시설에서 지난 29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접촉자 조사 중 13명이 추가로 확진돼 이날까지 누적 확진 환자는 총 14명이다. 구로구 요양병원에서는 격리자 추적 검사 중 3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총 193명의 확진 환자가 확인됐다. 광주 북구 요양원에서는 접촉자 조사 중 5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 환자는 총 64명이 됐다.
코호트 격리,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
요양시설에서는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1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규모는 한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까지 천차만별이다. 요양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할 때마다 등장했던 방역 당국의 조치는 코호트(Cohort) 격리. 동일 집단 격리라는 의미로 장소 전체에 대해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코호트 조치는 감염병 환자와 이들의 접촉자를 외부와 물리적으로 격리하기 때문에 전염병 전파 가능성을 예방한다. 문제는 다수 요양병원들이 코호트 격리만으로는 집단 감염을 차단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확진 의료진이 확진 환자를 치료해야 하거나, 비 확진 환자 역시 감염 위험을 안고 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요양시설 내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할 경우 빠른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확진 환자와 비 확진자를 구분해야 한다. 확진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즉시 전원 조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 내에 관련 의료 인력과 장비 등이 충분해야 한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 시설이 이를 갖추지 못하거나 확진 환자를 분리할 병상이 없다면, 코호트 격리는 악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요양시설 집단 감염 대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요양시설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코호트 격리 외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확진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 병상을 마련하고,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관련 인력들을 빠르게 현장에 투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이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존 의료기관으로 부족하다면 지금이라도 적당한 장소나 부지를 확보하여 대규모 임시 전용 의료기관을 마련하고 예산이나 행정적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누구든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 하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19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구로구의 요양병원에 남아 있던 확진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고, 비 확진자 92명을 위한 간호 인력을 해당 병원에 투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