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접촉 면회 금지·활동 제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날(21일) 등 기념일이 많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요양시설 내 어르신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로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의 접촉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 

서울 한 요양원에서 한 노인이 코로나19 선제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성동구청)
서울 한 요양원에서 한 노인이 코로나19 선제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성동구청)

어르신들에게 5월은 설 명절 이후 자녀와 손주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달이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족들과 마주하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된 채 1년의 시간이 지났다. 

4일 보건복지부 ‘2020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양로시설·노인요양시설은 3,827곳, 입소정원은 18만 7,051명에 달한다. 

면회 금지가 1년 가까이 되면서 가족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다수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의식불명·중증, 임종 환자 등 중요한 순간에는 일부 제한적으로 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자유롭게 안부차 방문하는 방식은 여전히 금지했다. 

10년 차 요양보호사 김연숙(가명) 씨는 “시골을 내려가야 하는 설·추석 명절보다는 어버이날 부모님을 찾아뵙는 가족이 훨씬 많았다”면서 “5월 내내 주말은 항상 북적거렸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조용한 이 풍경은 너무 낯설다”라고 말했다. 

2년 차 요양보호사 이현지(가명) 씨는 “병원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해 영상통화나 비대면 면회 등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해드리고 있다”면서 “인지가 없으시거나 치매가 있으신 분들은 충분한 설명을 드려도 잊어버리시거나 이해를 못 하시기 때문에 가끔 가족들이 본인을 버렸다는 생각을 갖는 어르신들도 계셔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또한 노래교실이나 생일잔치, 운동 등 단체로 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반복된 실내 생활로 어르신들의 심신이 더욱 지쳐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연숙 씨는 “노래교실 강사님을 불러서 진행한 프로그램이나 가족과 함께 하는 생일잔치, 라운딩 등의 활동들을 못하니 어르신들이 지루함을 더 느끼시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시설에서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재활 등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종사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임종 시 면회가 금지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현지 씨는 “보호자들도 코로나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부모의 임종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보호사들에게 화를 내고 막무가내로 병원 방침을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임종이라는 예민한 부분이라 매번 어렵게 설명을 드리는데도 이런 부분이 가장 힘들다”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취약계층에 대한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요양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이 공허함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범중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방역 원칙을 아주 강하게 내세운 면회 장소를 요양시설에서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해, 어르신들과 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5월은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인만큼 특별 기간을 정해 ‘온라인 화상채팅 만남 주간’ 등을 실시해 소통하는 방식도 바람직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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