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상 대한항공 부기장, 김우식 국립항공박물관 강사
최정원 군(13)·이승희 양(12) “꼭 조종사가 되고 싶어요”
꿈을 꾸는 아이는 세상을 구합니다. 무한 경쟁 사회 속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직업 멘토 프로그램 ‘마이리틀히어로’를 시작합니다. 수의사, 변호사,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현업 멘토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나눕니다. 당신도 아이들에게는 작은 영웅이니까요.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세상에서 수학이 제일 쉽다는 최정원 군(13)과 국어가 제일 쉽다는 이승희 양(12)이 8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대한항공 전·현직 조종사를 만났다. 멘토링이 끝난 뒤 두 학생은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마음속 깊이 먼 훗날 조종사가 되겠다는 꿈을 심었다고 말했다.
이날 멘토링에는 윤원상 대한한공 부기장과 김우식 국립항공박물관 강사, 한소윤 국립항공박물관 연구원, 신수민 국립항공박물관 교육서포터즈 등 많은 ‘리틀 히어로’가 참여해 최정원 군과 이승희 양의 꿈을 응원했다.
이승희 왜 조종사가 됐어요?
윤원상 저는 고등학교 때 처음 비행기를 탔어요. 활주로에 비행기가 들어서고 엔진이 최대 출력으로 돌아가는 걸 처음 들었는데, 소음 같지 않고 심장박동 같은 거예요. 그게 좋았어요. 온몸이 끓어올랐죠. 마침 사촌 형이 1년 전에 공군사관학교를 갔어요. 제복 입은 모습을 봤는데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비행기도 탄다고 하니까 저도 공군사관학교에 갔죠. 사실 입학하기 전까지 공군사관학교가 군사 교육기관인지도 몰랐어요. 졸업하면 군인이 되는 건지도 몰랐죠. 그냥 일반대학교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공군사관학교 진학하고선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웃음)
최정원 조종사로 얼마나 일했어요? 어느 나라들을 갔는지도 궁금해요.
윤원상 저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해서 대한민국 공군에서 15년 일했어요. 그때는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대한민국 영공을 지켰습니다. 대한항공에서는 4년째 여객기를 몰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많이 갔고요. 국내선도 많이 갔고요. 그리고 동남아, 홍콩,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독일, 미주, 스페인, 캐나다 등도 자주 다닙니다. 처음에 여객기를 조종하면 중형기부터 타요. 우리 학생들도 제주도 갈 때 타는 보잉737이나 A220을 탈 텐데요. 이렇게 170~180석 정도 되는 중형기를 조종하다가, 미주나 유럽을 가는 대형기를 조종합니다. 그럼 김포공항은 안 오고, 인천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조종하죠.
이승희 조종사로 사는 삶이 행복한지 궁금해요. 다시 태어나도 조종사 하고 싶어요?
윤원상 (웃음) 비록 저는 속아서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했지만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비행이 적성에 맞았어요. 군에 있을 때도 비행이 재밌었고, 지금도 출근할 때 정말 신나요. 비행이 정말 좋아요. 직업만족도가 100% 이상이에요.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어요. 대한항공은 조종사만 3,000명이 넘어요. 지난해 비행을 하면서 같은 조종사와 다시 비행한 적이 없어요. 매번 파트너가 바뀌는 건데요. 그래서 서로 예의는 지키면서도, 서로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스트레스가 없어요. 비행이 끝나면 일도 딱 끝나는 거니까, 일을 집으로 가져오지도 않고요. 아저씨는 다시 태어나도 조종사를 하고 싶어요.
최정원 조종사로 언제가 가장 뿌듯해요?
윤원상 공군에서 전투기 탈 때는 그 자체가 자랑스러웠어요. 대한민국 영공 방위를 하는 거니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요. 대한항공에서 민항기를 운행할 때는 승객분들이 오르고 내릴 때 뿌듯합니다. 운행 준비를 끝내고 브릿지로 걸어오는 승객들을 보면 대부분 행복한 표정입니다. 아이들도 들떠있고요. 그런 거 보면 뿌듯하죠. 착률할 때도 “아 오늘도 무사히 잘 내렸구나”하고 승객분들도 무사히 나가시는 거 보면 또 뿌듯하고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동남아에 가면 밤에 가거든요. 그때 밤하늘의 별이 정말 잘 보입니다. 객실에서는 창이 작으니까 잘 안 보이는데, 조종석은 사방이 다 뚫려있으니까요. 우주 가까이서 밤하늘을 보면 별똥별이 계속 떨어져요. 미주 항로로 가면 북극 쪽으로 많이 넘어오거든요. 그때 펼쳐지는 오로라가 정말 장관입니다. 그런 거 보면 기분이 좋죠.
최정원 조종사가 되려면 꼭 공군사관학교를 가야 해요?
윤원상 꼭 그런 건 아닌데요. 공군사관학교 출신 조종사가 많기는 합니다. 조종사를 뽑을 때는 기본적인 자격이 다 갖춰진 사람을 뽑기 때문인데요. 대한항공 조종사는 비행시간 1000시간을, 아시아나항공이나 LCC 조종사는 300~500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1000시간을 비행하기에는 굉장히 힘들어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죠.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하던 사람들은 10년 이상 비행하면 1000시간은 기본으로 넘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인재인 거죠. 그래서 공군사관학교를 가면 대항한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나 조종사로 입사하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공군사관학교 말고도 ROTC와 학사장교 제도로도 공군 파일럿이 될 수 있습니다. 학사장교는 일반대학교에서 학비를 지원받고 졸업하면 바로 공군 장교로 임관해서 비행교육을 받는 건데요. 이렇게 세 가지 케이스로 공군 파일럿이 되죠. 이렇게 공군 출신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비행시간을 채워서 대한항공 여객기 조종사가 되기는 조금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시험도 보고 면접도 통과해야죠. 거기서 탈락도 많이 하고요.
이승희 여자 조종사도 많아요?
윤원상 많아요. 요즘에 특히요. 이제는 조종하는 데 남자가 더 유리하고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옛날에는 남자가 공간지각능력이 더 뛰어나다, 뭐 이런 속설이 있었는데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요즘은 여객기 조종하는 데 공간지각능력은 필요도 없습니다. (웃음)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어서요. 남녀비율은 아직 남자가 훨씬 많지만, 지속적으로 여자 조종사가 양성되고 있습니다. 이건 여자 조종사를 적게 뽑는 게 아니라, 여성이 조종사에 지원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항공사에서 여자라고 조종사로 안 뽑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건 없습니다. 실제로 함께 비행해봐도 제가 봤을 땐 남자 조종사보다 여자 조종사가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아요. 꼼꼼하고 침착하고요.
최정원 몸에 흉터가 있거나 시력이 나쁘면 조종사가 될 수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윤원상 그건 오해인데요. 흉터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예전엔 안경을 쓰면 안 됐는데, 요즘에는 교정시력이어도 전투기 조종사도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안경 쓴 조종사가 많습니다. 특히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민간항공사에는요. 그런 것보다 전반적인 건강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해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12~13시간을 비행하는 걸 매달 3~4번씩 하면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시차도 안 맞고요. 아저씨도 거의 매일 운동합니다. 러닝, 수영, 테니스, 등산 등으로 체력 관리를 하죠. 조종사는 1년에 한 번씩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해야 계속 비행기를 몰 수 있습니다.
이승희 12시간 이상 운전하면, 잠은 안 자요?
윤원상 제가 운행하는 보잉787 항공기는 미주 등 장거리를 많이 갑니다. 미국에 가면 12시간~13시간이에요. 그런데 법적으로 조종사가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체력적으로도, 법적으로도 12시간 내내 비행을 못 해서 장거리면 조종사가 2세트로 탑니다. 5시간을 1세트에 속한 기장과 부기장이 운행했다가, 5시간이 지나면 뒤에 쉬고 있던 2세트에 속한 다른 기장과 부기장이 교대하죠. 쉬는 조종사들은 ‘벙커’라고 하는 장소가 있어요. 일반 승객들은 볼 수 없지만, 항공기 조종석 위쪽에 침대가 있거든요. 거기서 옷도 갈아입고 자다가 다시 교대하죠.
이승희 몇 살까지 조종사로 일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윤원상 조종사의 정년은 만 60세까지인데요. 정년 이후에 계약직으로 촉탁이라고 해서 5년을 더 할 수 있습니다. 신체검사를 통과하면요. 그러면 65세까지 조종할 수 있죠. 직장인치고는 정년이 긴 편입니다. 긴 정년도 직업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죠.
최정원 저는 수학을 가장 좋아하는데, 수학을 잘 하면 조종사가 되는 데 유리한가요?
윤원상 조종사가 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양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공부하는 습관은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수학을 잘해야 한다, 국어를 잘해야 한다,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영어도 전 세계 어느 공항을 가든 기본적으로 쓰는 언어인데요. 이것도 항공영어를 기본으로 쓰기 때문에, 꼭 원어민 수준으로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부분 항공영어는 열심히 배우면 조종사로 외국에서 활동하는 데 무리가 없죠.
공부보다는 성격과 건강이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면 비행기는 실시간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는 운송수단이잖아요? 자동차는 비상상황이 발생하거나 길을 잘못 들었거나 하면 잠깐 세워서 상황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데, 비행기는 계속 공중에서 움직여요. 그래서 순간적인 판단력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비상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지 않는 침착한 성격이 중요해요. 또 조종사는 공중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프면 안 됩니다. 그래서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해야죠.
이승희 미국이나 유럽에 도착하면 거기서 휴식을 즐겨요?
윤원상 그럼요. 그것도 조종사의 삶에서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죠. 오히려 자주 가다 보니까, 여행에 대한 설렘이라든지, 이런 건 못 느낄 수도 있어요. (웃음) 아저씨가 비행하면서 느낀 게 “세상이 생각보다 참 좁구나”였어요. 미국처럼 장거리는 길게는 5박6일 일정도 있거든요. 그러면 시차 적응만 하면 얼마든지 나가서 즐길 수 있죠.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곳도 찾아다니고. 그래서 직업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최정원 그럼 쉴 때 개인돈으로 쉬어요?
윤원상 회사에서 호텔과 식당을 다 예약해줍니다. 자기 돈을 쓸 일이 없어요. 그런 게 참 좋아요. 보통 여행을 가려면 내가 다 계획해야 하잖아요? 호텔도 예약해야 하고, 식당도 예약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이런 부분을 다 해결해줍니다. 또 외국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차도 예약해주고요. 그런 걱정이 없어서 참 좋아요. 가족도 함께 갈 때는 좀 큰 방을 주기도 하죠.
이승희 외국까지 비행하면 가족도 함께 갈 수 있나요?
윤원상 좌석 중에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함께 갈 수 있어요. 아저씨가 딸이 두 명인데요. 초등학교 3학년이랑 5학년이요. 우리 승희 학생이랑 친구네요. 제 딸들도 코로나19 전에는 많이 돌아다녔어요. 이탈리아, 미국 워싱턴, 뉴욕, 동남아, 남미 등등이요. 조종사는 1년 동안 쓸 수 있는 가족 티켓이 나옵니다. 직계존속까지 1년에 왕복으로 24장이 나와요.
그러니까 저랑 제 아내랑, 제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까지요. 완전히 무료는 아니지만, 90% 이상 할인이 되니까 사실상 거의 공짜예요. (웃음) 미국 갈 때 성인 기준으로 10~20만 원 정도면 가죠.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동반여행 티켓도 나오는데요. 이건 빈 좌석이 아니라 확정 티켓으로 비즈니스석 이상을 줍니다.
최정원 비행기 한 번 탈 때마다 얼마 정도 받아요?
윤원상 (웃음) 한 번 탈 때 기준이 아니고, 저희는 월급으로 받기 때문에 정해져 있어요. 아저씨가 출근을 한 달에 3~4번 해요. 연봉을 횟수로 나누면 그래도 한 번 나갈 때 많이 받는 편이지 않을까요. 조종사는 법적으로 주어진 휴식일이 있어요. 한 달에 10일 이상을 쉬어야 합니다. 보통 주중에 쉬죠. 그래서 아저씨가 집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도맡는데요. 맨날 평일 낮에 추리닝 입고 돌아다니니까 백수인 줄 아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웃음)
이승희 비행기 탈 때 무섭지 않아요?
윤원상 전혀 무섭지 않아요. 비행기가 굉장히 빠르잖아요? 전투기는 음속으로 달리니까요. 제가 지금 운행하는 보잉787도 공중에 높게 올라가면 바람 때문에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예를 들어서 시속 300km로 가는데 뒷바람이 시속 100km로 불면 시속 400km로 달리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빠르다는 걸 느끼려면 상대적인 게 있어야 하거든요. 옆에 뭔가 지나가는 게 있어야 빠르다고 느끼는데, 하늘에선 아무 것도 없어요. (웃음) 그래서 빠른지 모르기 때문에 무섭거나 하지는 않아요.
최정원 항공기를 조종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요?
윤원상 조종사로서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요. 항공기는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서 수많은 안전장치가 있어요. 조종사들은 시뮬레이터로 사고를 막기 위해 가상훈련도 하죠. 정말 실제와 흡사할 정도의 시뮬레이션 훈련을 자주 하고요. 평가도 1년에 두 번씩 받습니다. 평가에 합격해야 계속 비행을 할 수 있죠. 비행 나가기 전에 브리핑하고, 비행하면서도 브리핑하고, 또 착륙 전에 브리핑합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항상 준비된 거죠. 뭐 하나가 고장 났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는 시스템이 아닌 까닭에 항공기가 사고 날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이승희 영화를 보면 비행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서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하던데요.
윤원상 요즘엔 엔진이 아주 튼튼해서 새가 몇 마리 빨려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가 없어요. 새에게는 참 안 된 일이지만, 빨려 들어간 새는 전부 다 분해돼서 나옵니다. 새 때문에 엔진이 망가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이승희 비행기에서 갑자기 누가 아프면 어떡해요?
윤원상 정말 위급한 환자가 있다면 승객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미국에 가고 있는 중간에라도 가장 가까운 공항에 내립니다. 하지만 객실 승무원들이 있잖아요? 언니들도 있고 오빠들도 있는데, 그분들이 훈련이 아주 잘 돼 있어서 비행기 안에서도 간단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어요. 비행기 안에 응급처치 도구들이 잘 구비돼 있습니다.
최정원 인공지능이 비행기 조종사를 대체하는 시대가 올까요?
윤원상 지금도 비행기 조종사는 이착륙 때를 제외하고는 조종대를 잡고 있지 않아요. 비행 도중엔 자동운행인 ‘오토파일럿 모드’로 운행하죠. 문제는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런 비상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간 조종사를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바둑처럼 규칙이 있다면 인공지능이 유리할 수 있겠지만, 정말 수많은 변수가 있는 현실의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인공지능의 논리회로가 너무 복잡할 것 같아요. 그래서 최소한 향후 50년 동안은 인공지능 조종사가 인간 조종사를 대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윤원상 끝으로 아저씨가 최정원 학생과 이승희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우리 학생들이 점점 나이가 들수록 진로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거예요. 여러분이 오늘 국립항공박물관에 와서 경험해보고 또 아저씨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던 게 나중에는 언젠가 씨앗이 돼서, 맘속 깊은 곳에서 나도 모르게 자라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최정원 학생이나 이승희 학생이 조종사가 돼서 아저씨랑 비행할 수도 있어요. 그때 만나게 되면 꼭 얘기해주세요. 우리 예전에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만났다고요. (웃음)
김우식 우리 국립항공박물관 조종관제체험실에 온 걸 환영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체험을 진행하는 김우식 강사입니다. 저는 국립항공박물관에 강사로 오기 전에는 대한민국 공군에서 15년 동안 전투기를 조종했어요.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이후 대한항공에서 여객기를 28년 동안 운행했어요. 앞선 시간에 여러분이 윤원상 부기장님에게 설명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설명 대신 궁금한 질문을 받은 뒤에 직접 시뮬레이션으로 항공기를 조종해보겠습니다.
최정원 항공기 운행 전에 미리 어느 정도까지 계획을 잡나요?
김우식 제가 항공사에 근무할 때는 보통 월간 계획이 나왔어요. 월간 비행계획이 나와서 그 월간 비행계획을 받은 기장은 비행 해당일에 출근해서 모든 비행자료를 사전에 점검하죠. 그리고 실제 비행 전에 다시 한 번 객실 승무원들과 합동 브리핑을 한 뒤에 비행에 나섭니다.
이승희 예전에 전쟁할 때 저런 항공기로 전쟁했어요?
김우식 지금 여러분 앞에 있는 항공기 모형은 ‘보잉747-400’이란 항공기인데요. 총 147톤 화물을 싣고요. 연료는 17만 3,000킬로그램을 최대로 넣습니다. 항공기가 전쟁에 참가한 건 1차 세계대전부터입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프로펠러 항공기를 사용했고요. 2차 세계대전 때는 프로펠러 가운데 가장 발달한 항공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는 ‘보잉747-400’ 같은 큰 비행기는 당시에 만들 수가 없었어요. 아직 제트엔진이 개발되지 않아서요.
2차 세계대전 끝 무렵에야 제트엔진이 개발됐어요. 제트엔진은 항공기 엔진에 연료를 주입하고 공기를 압축한 뒤 폭발시켜서 동력을 얻는 거죠. 이전 프로펠러는 바람개비처럼 바람의 저항으로 동력을 얻었는데, 제트엔진은 연료로 공기를 압축해 폭발시키니까 훨씬 빠르고 힘도 세죠. 우리나라 6.25전쟁 당시 제트전투기가 처음 사용됐습니다. 제트엔진 이후 큰 항공기도 등장했죠.
최정원 그럼 프로펠러 없는 항공기는 6.25전쟁 때 개발된 거예요?
김우식 그렇죠. 6.25전쟁 당시 연합군이 처음 사용한 제트엔진 전투기는 ‘F-86 세이버’ 전투기인데요. 이게 공산권에서 개발하고 북한이 사용한 ‘MiG-15’와 교전해서 이겼어요. ‘F-86 세이버’ 전투기가 성능이 우수해서 항공전에서 승전한 거죠.
이승희 다른 나라 영공에 가려면 조종사가 직접 허락받아야 해요?
김우식 벌써 영공이란 단어도 알고. (웃음)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비행하려면 세계 여러 나라를 가요. 예를 들어 유럽을 가려면 중국, 러시아, 폴란드 등을 경유해야 해요. 그러면 전부 허락받아야 해요. 허락은 여객기 조종사가 개인적으로 받는 게 아니고 정기항로인 경우는 회사에서 먼저 각 나라에 비행계획을 배포합니다. 그러면 해당 나라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허락을 해주죠. 부정기편은 따로 공문을 보내고요.
최정원 비행기가 급히 어디에 착륙할 때도 허락받아야 해요?
김우식 민간항공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락이 필요합니다. 이륙 때는 관제사의 허락이 필요하고, 항로를 운행할 때는 항로 관제사의 허락이 필요해요. 공항에 내릴 때는 공항의 허락이 필요하고요. 어디에 내려서 급유를 하거나 급한 환자가 있어서 착륙해야 하는 상황을 항공영어로 ‘Stopover’라고 하는데요. 이것도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해요. 허락받지 않으면 절대로 내릴 수 없어요.
그런데 예외적인 상황이 있어요. 비행기가 가다가 엔진이 꺼지면 계속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러면 제일 가까운 공항 아무 데라도 비상 선포를 하면 착륙할 수 있습니다. 그걸 콜사인으로 ‘Mayday, Mayday, Mayday’라고 합니다. 세계 민간항공기구에서 규정한 내용인데요. ‘Mayday’를 세 번 콜하는 항공기는 무조건 착륙시키게 돼 있습니다. 세계적인 합의사항입니다. 냉전이 한창일 때도 공산권과 수교를 하지 않은 우리나라 항공기도 비상상황에 공산권 국가 공항에 다 그렇게 착륙했어요.
윤원상 대한항공 부기장과 김우식 국립항공박물관 강사의 멘토링이 끝난 뒤 최정원 군과 이승희 양은 △시뮬레이터 가상 비행 체험 △전투기 블랙이글 탑승 체험 △국립항공박물관 전시공간 체험프로그램 등으로 파일럿의 꿈을 키웠다.
최정원 군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생각하는 도중에 조종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면서 “다시 태어나도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윤원상 부기장님을 보면서, 조종사가 정말 좋은 직업이고 나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승희 양은 “국립항공박물관에 볼 게 많아서 재밌었고 비행 체험도 신기해 다시 오고 싶다”면서 “텔레비전에서 보던 조종사는 항상 남자였는데, 여자 조종사도 많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나도 멋진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 ‘공익 목적’의 <마이 리틀 히어로> 기획은 멘토의 재능기부로 이뤄집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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