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 법률사무소 김하나 변호사 인터뷰
직장 내 괴롭힘, 바로 신고하는 것이 중요…증거 수집 필요
괴롭힘 신고 많은 기업, 고용노동부 점검 대상에 포함돼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은 사람 간의 일,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치부하기엔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크다. 이로 인해 병원을 찾거나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지난 2019년 관련 법안이 마련되고 그에 따른 처벌 조치가 제도화됐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겠지만, 직장 내 성희롱 문제처럼 인식이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은 물론 근로자의 인식개선도 필요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하나 변호사는 “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개인 일부의 일탈행위로 치부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조직문화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 개인은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지금 상황을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9일 해우 법률사무소 김하나 변호사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권력을 이용한, 위계에 의한 부당한 업무 지시’로 정의된다. 그러나 위계가 없는 동료 간 괴롭힘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도 해당되나?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즉,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도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우위를 이용하는 것’이 인정된다면 동료 간에도 성립할 수 있다.
‘우위성 판단 기준’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상대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운 개연성이 높은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를 행위자가 이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동료가 특정 동료를 괴롭히는 경우, 조직 내 권력 부서 소속 동료가 다른 동료를 괴롭히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동료 간 괴롭힘처럼 지위의 우위가 표면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경우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이렇듯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장에서 이를 판단하는 실질적인 기준은 무엇인가?
어떠한 행위가 법률에서 규정하는 요건사실 내지는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금지규정이 시행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관련 판례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현재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참고하는 기준은 고용노동부에서 발간·배포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에 나온 기준과 예시를 참고해 2차, 3차 설명 자료가 제작되기도 했다.
- 다만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행위’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사람과 사람 간의 분쟁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업무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는 등의 상황 자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 삼는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직장 내 괴롭힘의 특징은 괴롭힘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그 괴롭힘의 수위가 형사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에는 이르지 않아 직접적으로 형사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면, 괴롭힘이 발생할 때마다 상황을 기록하거나 녹음해서 사후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회사 CEO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도 상당하다. 신고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방법이 최선인가?
고용노동부는 대표자가 괴롭힘 행위자일 경우 ‘사용자의 적절한 조사,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해 개선지도 등을 실시하고, 미이행 시 근로 감독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표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고용노동부에 직접 신고할 수 있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즉, 대표자가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다만 이 규정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원인으로 ‘2차 피해가 우려돼 신고가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신고 방법은 무엇인가?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거나 피해를 주장했음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에서 불리한 처우는 인사상 불이익 조치, 기회의 제한, 피해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 등이 해당된다. 또한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개정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그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 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이렇듯 근로기준법에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동료 직원들의 시선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조직문화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막기 어렵겠지만, 직장 내 성희롱 문제처럼 인식이 차츰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형식적인 예방 교육’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자체 교육부서 등을 갖추지 못한 중소회사에서는 의무교육 이행을 위해, 상품 판매를 위한 무료교육을 진행하는 업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교육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고, 교육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은 고용노동부에서 적극적으로 사례 중심의 동영상 강의를 제작해 배포하거나, 중소기업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할 경우 비용을 지원해 주는 등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기업에 대해 페널티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은 행위 자체를 금지하지만 사용자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사내 규율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향후 피해 근로자와 가해 근로자 모두 지속적으로 조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발생 건수 등을 기준으로 기업에 페널티를 주게 되면 이와 관련된 제3의 문제가 양산될 수 있다. 사용자의 괴롭힘으로 인한 과태료 처분이 발생하거나, 관련 신고가 자주 발생한 기업에 대해 고용노동부 점검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 결론적으로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CEO의 관심과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들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비단 일부 개인의 일탈행위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직문화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조직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근로자 역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지만, 여전히 여러 조직에서 그러한 행위가 정당화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근로자가 신고 후 상황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알리고 신고하는 것이 지금 상황을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
※ 해우 법률사무소 김하나 변호사 약력
전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법무법인 국민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
전 여성가족재단 인사위원회 위원
현 해우법률사무소
현 서울시 노동권리보호관
현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